23년 Nature Microbiology 誌에는 ‘Human microbiome myths and misconceptions’란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 최근 20년간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잘못된 정보 또한 많다는 것이 논문의 배경이었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어떨까? 난치병을 치료하고 몸을 건강하게 유지해 줄 대안이 될 것이란 맹목적인 믿음과 함께 세균이자 박멸의 대상이란 인식은 우리에게도 존재한다.
휴먼 마이크로바이옴뿐 아니라 미생물에 대한 바른 정보를 대중에게 알리고자 학교 강단을 넘어 때론 카메라 앞에서, 때론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서 바른 지식과 정보를 학자의 입장에서 전하는 데 시간과 마음을 쓰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를 미생물 변호사로 자칭하는 연세대 김응빈 교수를 만났다. |
Q. 안녕하세요. 교수님과 연구를 소개해 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에서 1998년부터 미생물을 연구하며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김응빈입니다. 저는 저를 소개할 때 미생물 변호사라고 말하곤 하는데요. 변호사는 의뢰인과 사건의 시시비비를 잘 가려주는 역할을 하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미생물에 대한 대중의 오해를 풀고 사실을 제대로 알 수 있게 변호해주는 변호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은 미생물에 대해 병을 일으키고, 그래서 박멸해야 하는 대상이라고 많이 생각하는데요. 저는 미생물이 중요한 존재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사실상 지구에 있는 모든 삶을 떠받치고 있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최초의 생명체도 미생물이고, 우리는 그들의 네트워크에 들어와 있는 존재입니다.
Q. 미생물의 네트워크에 들어와 있다는 것의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신다면요?
미생물이 지구의 최초 생명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많은 과학자는 지구의 실질적인 주인이 미생물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미생물은 모든 곳에 있기 때문이에요. 공기와 물, 토양과 식물, 동물과 인간의 몸속에도 존재하죠. 심지어 한 사람 몸 안에 있는 모든 세포 수보다도 미생물의 숫자가 많거든요. 또 인간이 출산할 때 아기는 세상으로 나오기 직전 산도를 지나면서 미생물을 만납니다. 우리는 이렇게 태어나는 순간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미생물과 함께하게 되는 겁니다. 미생물 입장에서 인간은 좋은 숙주가 되어주고요. 미생물과 인간은 좋은 공생관계라고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김치나 요구르트 많이 드시잖아요. 이건 미생물 발효의 산물입니다. 또 매일 화장실에 가서 변을 봅니다. 그건 정화조에 모이겠죠? 그 다음엔 그 많은 것이 어디로 간다고 생각하시나요? 썩어 없어지겠죠. 바로 그 포인트에요. 썩어 없어진다는 것은 결국 미생물이 분해해서 먹어 치운다는 건데 미생물이 없으면 아마 우린 우리의 배설물에 쌓여 있을 겁니다. 전문 용어로 말하면 지구의 물질 순환이 안된다는건데... 우린 고마움은 고사하고 그 존재감조차 잘 못 느끼고 살고 있잖아요. 실제 전체 미생물 가운데서 대부분은 인간에게 도움을 주고 극히 일부가 병원균입니다. 그런데 우린 일부의 병원균을 미생물 전체처럼 오해하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제대로 알자는 의미로 미생물에 대해 알리고 있습니다.
연세대 김응빈 교수는 자신은 대중들이 과학의 문턱을 넘어서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진= BRIC]
Q. 미생물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데요. 처음 미생물 전공을 선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대학 때 생물학과에 진학했는데요. 생물학과에서 식물, 동물, 미생물학 등을 배웁니다. 저는 어떤 선택을 할 때 아니다 싶은 걸 먼저 제하는데요. 일단 동물학을 배제했던 이유는 동물 해부학 실습을 하는데 저는 제가 그렇게 피를 무서워하는 줄 몰랐고, 도저히 못 보겠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동물학은 못 한다고 먼저 배제했고요. 식물의 경우 식물도 좋고 배우는 게 재미있기도 한데, 걔들은 일단 결정적으로 안 움직인다는 점이 걸렸어요. (웃음) 왜냐하면 저는 운동을 그렇게 잘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역동적인 걸 보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움직이지 않는 식물도 배제했습니다. 그리고 미생물학을 배우는데 얘들은 너무 작아서 눈에 보이질 않잖아요. 그 점이 맘에 들었어요. 그래서 선택하게 됐고요. 결정적으로 대학원에서 미생물을 공부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금은 은퇴하신 김영민이란 교수님이 계셨는데, 당시 70~80년대엔 연탄보일러를 주로 이용했기 때문에 겨울만 되면 매우 많은 중독사고가 있었어요. 그 교수님께서 일산화탄소(CO)를 먹고 사는 세균을 연구하셨어요.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 일산화탄소를 없애주다니 세균이 하는 일이 굉장히 신기하고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됐고요. 미생물의 역할이 궁금했기 때문에 생태환경 쪽 연구를 했습니다. 특히 1989년에 미국 알래스카 지역에서 선박이었던 엑슨 발데즈호가 좌초되는 일이 발생했는데 그때 엄청나게 큰 오일 탱크에서 무려 4천만 리터의 오일이 유출됐어요. 바다에 쏟아진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원유를 미생물학적으로 처리하는 실험을 진행됐는데 그 효과가 엄청나게 나왔습니다. 이 일로 바이오리미디에이션(Bioremediation, 생물정화) 분야에 뜨거운 관심이 몰렸어요. 저는 석유 화합물이라든지 독극물을 먹고 자라는 미생물에 대한 연구를 했고, 미생물을 분자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유전체 분석을 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Q. 미생물을 연구하면서 어떤 순간이 가장 보람 있었을까요?
제가 이곳 연세대로 처음 오면서 세웠던 계획 첫 번째는 나만의 세균을 찾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은퇴 전까지 100편의 SCI 논문을 내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1998년에 우리나라가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이 되면서 연구 환경이 정말 어려웠거든요. 더군다나 저는 미국에서 막 돌아온 신임 교수였고, 인기 있는 분야인 병원성 세균이 아니라 생태학적 차원에서 의미 있는 세균을 찾고 유전체를 분석하는 분야다 보니 당시 더 어려웠습니다. 그때 학교에서 받은 적은 연구비로 아껴가며 연구했는데 어느 날 여천공단에 내려가서 허락을 받고 그곳에 있는 오염된 흙을 떠 왔어요. 그렇게 떠온 흙에서 세균을 찾기 시작했는데 세균을 고르는 조건이 있었어요. 당연히 우리가 원하는 화합물을 잘 분해해야 하고, 두 번째는 그람 음성균(Gram-negative bacteria)이 아닌 것이었어요. 그람 음성균은 연구가 많이 되었기 때문에 저는 양성균만 골랐어요. 그렇게 해서 조건에 맞는 세균을 찾았습니다. 그럼, 거기에 이름을 붙여야 하는데 저는 그걸 분리한 학생에게 크레딧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 학생이 지금은 극지연구소에 있는 김덕규 책임연구원인데, 세균 이름으로 그 학생의 이니셜 DK를 넣었고, 그렇게 DK 이름이 붙은 수백 개의 세균 가운데 제일 성능이 좋은 것이 17번째여서 DK 17로 이름 지었습니다. 그래서 그 세균을 가지고 대사경로를 규명하고 유전체 분석을 다 했고요. 2010 초반까지 20년 이상, 이 세균으로만 논문을 거의 30편 냈죠. 세균을 찾음으로 첫 번째 계획을 이루고 두 번째 계획이었던 SCI 논문 100편은, 현재까지 70여 편에서 잠깐 멈춘 상태입니다.
DK 17 세균을 찾은 현 극지연구소 김덕규 책임연구원 [사진제공 : 김응빈 교수]
Q. 최근엔 유튜브나 책 집필로 대중 친화적인 과학 홍보 활동을 많이 하고 계시잖아요. 유튜브 채널 ‘응생물학’을 통해서도 매주 두 차례 영상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계시는데요. 처음 유튜브를 비롯해 대충 친화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10년 전쯤 ‘세바시’라는 TV 강연 프로그램에 서게 됐어요. 관중 500명 앞에서 공개녹화를 하는데요. 생각보다 너무 재밌더라고요. 이후로 신문에 칼럼도 연재도 하게 되고 방송 출연도 계속 이어지면서 제가 힘들어하지 않고 재밌게 대중을 대상으로 과학을 설명하는 일을 해 나가는 것을 아들이 보고 있었어요. 아들 입장에선 아빠가 쉽게 과학을 설명해 주는 것 같으니, 제가 유튜브를 시작하면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10편을 찍어봤습니다.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아들이 편집하고 자막을 넣어서 ‘미생물 수다’라고 이름 짓고 영상을 올렸어요. 그런데 아들 녀석이 10편을 하더니 저더러 아빠는 발전이 없다고 그만하자는 거예요. 아들의 말은 유튜브엔 공부하러 온 사람은 없다, 기승전결을 버려라, 가르칠 생각을 버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조언을 듣고 채널은 그대로 둔 채 잠깐 접어두고 잊고 있었어요. 조회수가 한 평균 300회 정도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올려놓았던 그 영상을 보고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 유튜버 ‘궤도’ 등으로 유명한 모어사이언스라는 기획사에서 연락이 온 거예요. 유튜브에 생물 콘텐츠가 별로 없다고 콘텐츠가 좋으니 한번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콘텐츠는 제가 책임지고, 편집이나 자막 등 후작업은 도움을 받아서 그렇게 제대로 시작하게 된 거예요. 아들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쉽고 재밌게 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초반엔 강의 같기도 하고 EBS 채널을 보는 듯한 영상도 있어요. 근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어요. 일상생활에서 생길만한 생물학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콘텐츠를 더 많이 발굴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런 결과물들이 미역은 왜 식물이 아닐까, 나무는 어떻게 물을 끌어올려서 마실까와 같은 콘텐츠입니다.
유튜브 '김응빈의 응생물학' 채널
Q. 응생물학' 채널 운영을 22년 겨울부터 해왔는데요. 교수님 채널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저는 1인 매체 시대가 올 것이라는 얘길 10년 전부터 사람들이 말할 때부터 나와는 상관없는 세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런 저와 상관없이 지금은 영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매체도 다양하잖아요. 이런 세상에서 책만 보라고 강요할 수는 없어요. 저는 지금은 과학이라는 콘텐츠를 이 동영상 매체를 활용해서 전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제 역할이 과학의 문턱을 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이 흔히들 바이오의 시대라고 말은 많이 하는데 바이오 지식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문학작품이나 이런 건 다 교양이라고 생각하면서 과학에 대해선 왜 다 전문적이라고만 생각을 할까, 과학 속에 들어와 살면서라는 생각이 있었고요. 광고나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는 것도 많아서 그렇게 현혹되지 않게 정보를 제대로 알리자는 게 이유였어요. 처음엔 제가 미생물학자니까 미생물 쪽만 다루고 싶었는데, 미생물은 범위가 너무 작다고 미생물에서 ‘미’를 떼고 생물학으로 하라고 해서 김응빈의 응생물학이 채널명이 되었습니다. 제 채널의 댓글을 보면 굉장히 학구적인 분들이 많아요. 꾸준히 보는 분들이 제 추측으로 한 1천 명 정도는 열정적으로 보는 것 같고, 질문도 많이 해줍니다. 요즘엔 질문이 너무 좋은 게 많이 올라오기도 하고 답글도 기가 막힙니다. 제 구독자 중에 내과 선생님이 한 분 계신데요. 어느 날 의학에 관련된 질문이 올라왔는데 제가 잘 모르는 분야니까 안타까워하면서 대답을 못했어요. 그랬는데 어느 순간에서부터 누군가가 댓글을 너무 잘 달아주는 거예요. 그런데 답을 보면 이건 고수다, 너무 궁금해서 그분의 답글에 제가 또 글을 달아서 연락 달라고 남기고 그분이 연락처를 주셔서 만났습니다. 알고 보니 내과 전문의셨어요. 구독자로 처음 시작했는데 제 채널에 출연도 하시고 많이 도와주는 분들도 만났습니다.
저는 재밌게 해보자, 한번 시작했으면 끝장을 보자, 후회 없게 만들자라는 생각이 있거든요. 지금처럼 재밌게 하다 보면 더 보람 있고 재밌는 뭔가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Q. 교수님의 활동들이 대중들이 과학의 문턱을 넘게 해주는 역할이라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또 다른 활동엔 무엇이 있을까요?
최근엔 아티스트와 공동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광주 비엔날레에서 특별전을 하고 있기도 해요. ‘All Ears’라는 이름으로 미생물 사운드에 대해 전시하고 있고요. 고양 아람누리에서도 ‘플라스틱 파라다이스’라는 전시회가 있는데요. 거기 한 섹션에 저희 작품이 들어가 있어요. 저는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미생물 소리에 대한 작업들을 아티스트와 협업해서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리움미술관에 ‘아니카 이’라는 우리나라 출신의 미국 작가가 전시회를 하고 있는데 그 전시와 연계해서 미생물과 미술과 관련한 연계 강의를 할 예정(인터뷰 당시 예정으로 현재는 완료)이기도 합니다. 강연 제목이 ‘보이지 않게 거대하게 얽혀있는 존재 공생자 미생물’이란 이름인데요. 이런 강연을 통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고, 대중들은 강연을 듣고 나면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돼요.
김응빈 교수과 아티스트와의 공동작업물 전시 포스터 [사진 = BRIC]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개인적인 목표와 연구에 대한 것으로 나누어지는데요. 개인적인 것은 제가 예체능 중에 한가지는 꼭 해보고 싶었어요. 운동은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서 보컬 레슨을 받아봤거든요. 처음엔 한 달만 해야지 하다가 2년을 배웠어요. 그러다가 그만뒀는데... 아무리 해도 가수처럼은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악기로 전환합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할 수 있는 악기를 찾다가 들고 다닐 수도 있는 아코디언이 딱 좋을 것 같아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사실 쉬울 줄 알고 시작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움직이면서 버튼도 눌러야 하고 왼손은 보이지도 않은 상태에서 건반을 눌러야 하거든요. 그러면서 코드를 짚어야 하고, 아무래도 이걸 배우다 보면 치매는 안 걸릴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아무튼 제 계획은 언젠가 제 강연에 아코디언을 접목하는 겁니다.
또 연구 목표는요. 아까 저만의 세균인 DK 17 얘길 했는데 그 세균의 소리를 녹음했어요. 시작은 아티스트들이 갯벌에서 소리를 녹음해 와서 갯벌 속에서 녹음했다면서 이게 생명의 소리가 아니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생명의 소리일 순 있지만 다른 소리가 많아서 진짜 생명의 소리라곤 할 수 없고, 미시 세계의 소리를 들으려면 실험을 통해 담아야 한다고 제안해서 시작됐고요. 세균이 있는 배지에 여러 장비를 세팅해서 녹음했어요. 저도 긴가민가하며 시작했는데 의미 있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소리라는 건 정말 스펙트럼이 넓고 생명체의 소통 수단으로는 이게 어쩌면 최초이자 가장 보편적인 것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티스트랑 예술로 융합하기도 하지만 이걸 또 과학적으로 풀기 위해 연구소와도 연구를 함께하고 있거든요. 과학적인 미생물 사운드를 통해 굉장히 의미 있는 발견을 한 상태여서 계속 발전시켜서 미생물 사운드 연구를 한편으론 과학적으로 또 다른 한편으론 예술과 접목하는 작업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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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빈 연세대학교 교수
학력
1996 럿거스주립대학교 환경미생물학 박사
1989 연세대학교 미생물학 석사
1987 연세대학교 생물학 학사
경력
1996-1998.02 미국식품의약국(US FDA) 박사후 연구원
1998.03 ~현재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교수
취재 :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박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