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연구자
극한환경에서 식물 생존법 연구하며 기후 위기 미래 준비해요
건국대학교 윤대진 교수
- 연구 소개 및 근황
-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 기후변화와 식물이라는 주제 선정 계기
- 전공을 바꾸고 싶은 후배 연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 식물 연구의 어려움
- 식물 연구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
-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나
- 앞으로의 계획
유럽연합(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가 올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6월부터 지난달인 5월까지 지구는 12개월 연속 역대 가장 더운 달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기상기구(WMO), UN 등의 국제기구의 기후 경고도 계속 이어진다.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를 지나 지구가 끓어오르는(Global Boiling)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인류는 기후 위기를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지구에서 인간보다 더 오래된 생명체인 식물의 생존 전략에서 그 실마리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극한 환경에서도 그 자리에서 살아남는 식물에서 기후 위기 해결의 답을 찾으려는 윤대진 건국대 교수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윤대진 교수는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식물 메커니즘 연구자로 최근 미국 ‘리서치닷컴’이 발표한 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 분야 우수 연구과학자 순위에서 작년과 올해 국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의 연구를 소개해 주신다면?
안녕하세요. 저는 기후 변화에 대응한 다양한 식물 생산성 향상에 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식물은 스스로 이동할 수 없지만, 대신 스트레스를 감지하고 신호 전달을 통해서 방어하는 아주 정교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메커니즘을 분자 수준으로 밝혀내고 거기 관련되는 핵심 유전자 기능을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기상 이변이 전 세계적으로 많이 일어나잖아요.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환경 변화로 인해 식물이 받는 스트레스가 많아져서 생산 능력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죠. 이 메커니즘을 응용하면 스트레스 저항성 식물을 만들어서 사막화 방지, 인류의 식량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Q. 미국의 리서치닷컴에서 2년 연속 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 분야 우수 연구과학자 순위에서 1위에 올랐습니다.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또 최근엔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계시는지요?
리서치닷컴 발표 이후 정말 많은 곳에서 축하와 함께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 논문 인용 횟수가 1만 8,000여 건 정도 된다더라고요. 식물 연구 필드는 동물이나 기타 다른 생명과학 분야 연구보다 커뮤니티가 작은 편입니다. 그런데도 이 정도 인용(citation) 된 것은 상당히 많이 인용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식물은 어떤 환경 변화가 오면 그걸 인식하고 신호 전달해서 방어하는 기전을 가지거든요. 그런데 그렇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30여 년밖에 안됩니다. 가뭄이나 냉해, 건조와 같은 환경 스트레스는 식물을 연구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데 왜냐면 식량 문제, 환경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 저항성 식물을 만들면 스트레스는 저항을 가지지만 반대급부로 생산량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요. 이와 같은 현상을 Trade-off라고 하는데, 최근 연구는 식물이 환경과 같은 외적 스트레스가 와도 잘 견디고 생산량도 변화되지 않도록 하는 그런 식물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건 후성 유전학 연구거든요. 동물의 경우 일란성 쌍둥이도 살아온 환경에 따라 크고 작은 차이점이 생기잖아요. 식물도 마찬가지예요. 환경의 변화에 반응하며 변화합니다. 그 과정에서 Chromatin(크로마틴, 염색질)에 DNA가 꽉 쌓여 있는데 거기에 전사(Transcription)를 개시하려고 하면 크로마틴이 풀리고 전자 조절인자(Transcription Regulatory factor)가 달라붙는 과정이 진행됩니다. 극한 추위가 왔을 때 식물에 크로마틴이 언제 풀리고 전사가 어떻게 개시되는지 그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밝혀낸 바 있고요. 최근에는 식물에서 크로마틴이 오픈되는데 그 과정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술도 우리가 개발했습니다. 곧 논문으로 발표될 예정이에요.
윤대진 교수는 식물이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것은 환경과 식량 문제 해결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사진=BRIC]
Q. 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고등학생 때 막연하게 나중에 목장을 하면 참 좋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목장에 대한걸 배우려면 어딜 가야 할지 찾아보니 건국대 축산대학이 그런 분야에 특성화된 대학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축산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목장을 실제로 가 보니까 목축업 자체보다 목장 주위에 풀들이 무성한데 그게 너무 보기가 좋았어요. 당시 저는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식물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렇게 대학원에서 처음 식물을 접하고, 박사 과정 때는 약용 식물의 2차 대사 산물(Secondary metabolite)을 연구했습니다. 이 분야는 응용 생물 분야였는데, 당시 제 생각엔 기초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포스닥으로 미국 퍼듀대학을 가면서 효모로 연구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공부하면서 앞으로는 기후 변화나 이런 스트레스 해소가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98년도에 경상대에서 SRC라고 선도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그때 제가 응모를 하면서 식물생명공학연구소의 전임교수로 연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기후 스트레스 관련 연구로 Topic을 잡게 되었어요. 저는 진짜 연구는 교수가 되고 나서 시작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제 경우에도 축산에서 식물, 2차 대사 산물에서 효모까지 진학과 동시에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바꿨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진짜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찾았기에 교수가 된 이후엔 하나의 토픽으로 깊이 있게 계속 연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기후변화와 식물이라는 연구 주제는 어떻게 정하게 된 것인가요?
저는 경상대에 임용되어 식물 연구소를 운영하게 되면서 연구 테마 선정에 상당히 공을 들였습니다. 평생을 해야 하는 연구니까요. 당시 식물 학계에선 Stress Biology가 떠오르는 시기였고 돌연변이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연구하면 재미있게 연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거기에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는 테마가 되겠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사실 이런 연구 주제는 결과가 바로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주제였는데, 교수가 된 것이 목표 달성이 된 것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시작해서 출발만 하면 그때부터 시간이 쌓이는 것이니까요.
Molecular genetics부터 시작해서 돌연변이체를 만들고 유전학적으로 스크리닝하고 그렇게 Originality(기원이 있는 독창성) 있는 연구를 위한 시간을 쌓았어요. 시간은 더디지만, 원천기술과 관련된 돌연변이체를 확보하는 Originality 있는 연구를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좋은 논문을 내고 그러다 보니까 지금 세계적으로 식물 연구를 선도하는 그룹 중 하나가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랩을 세팅해야 하는 젊은 교수가 있다면, 저는 좀 더 많이 고민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보통의 경우 연구비를 위한 연구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연구비라는 건 연구를 하기 위해 필요한 돈인데 거꾸로 연구비를 따기 위해 연구를 하는 거죠. 조금 힘들더라도 주제를 잘 설정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Originality가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어요.
Q. 전공을 바꾸고 싶은 후배 연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을까요?
학위과정이나 트레이닝 과정에 있다면 전공을 바꿔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해야 하잖아요. 그래야 후회가 없죠. 그리고 선택하고 나면 뒤도 옆도 돌아보지 말고 전력투구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BRIC에서 소개하는 다른 교수님들도 그렇겠지만, 한 번 정도는 인생에서 죽을 각오로 달렸던 분들일 거예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어요. 저는 제자들에게 인생에서 한 번쯤은 죽을 각오를 가지고 해보라고 말합니다.
제 삶을 돌아보면 건대 축산대학에 처음 갔을 때 실습을 나가보고 또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잘못 결정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원은 외국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해서 교토대에 진학했어요. 세계적인 대학인 데다 일본어를 사용해야 했어요. 포닥은 또 미국 퍼듀대학으로 갔어요. 영어도 그렇고 문화권도 달라서 많이 두려웠어요. 그런데 그것도 다 노력하다 보니까 결국 됐고 해냈거든요. 끝까지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유학 갈 때 모교인 건대 은사님께서 봉투에 祝長道(축장도)라고 ‘먼 길을 가는 걸 축하한다’라고 써 주시고 당시 5천 엔을 넣어주었어요. 노잣돈 쥐여 주신 거죠. 그러면서 “유학을 가게 되면 열쇠의 주인공이 되라‘라고 말씀하셨어요. 열쇠의 주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일 먼저 가서 문을 열고 제일 마지막에 문을 잠그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때부터 최근까지 교수가 되고도 랩에 제일 먼저 오고 제일 늦게 갔습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야 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연구자에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윤대진 교수는 식물 연구의 발전을 위해선 연구비 분배 구조가 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BRIC]
Q. 식물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인기 있는 연구 분야는 아닙니다. 연구하는 데 있어서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요?
두 가지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첫째로는 연구비 분배 구조가 아쉽습니다. 식물 분야는 연구재단이 주는 연구비 말고는 연구비를 받을 데가 없어요. 사실 연구비가 많이 몰리는 곳은 연구비가 많아서 남아도는데 식물 분야 같은 특정 분야는 받을 곳이 없습니다. 두 번째로는 연구비가 메이저 대학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제가 지금 건대에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건대와 같은 대학들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연구할 수 있는 그런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중소대학이 열심히 하면 메이저 대학도 긴장하게 될 거고, 우리 같은 대학들도 비전을 가지고 연구할 수 있겠죠. 국가가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도 된다고 생각해요.
Q. 우리나라 식물 연구의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 있을까요?
지금 중국의 경우 현재 식물 연구비가 메디컬 사이언스보다 많습니다. 인민을 먹여 살려야 되니까 국가 차원에서 식물 연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농업이나 식물 연구를 한다고 하면 조금 안 됐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제 전공도 분자생물학 분야로 되어있고 식물 분야로 되어 있지 않아요. 분자생물학 분야는 의학, 미생물을 다 합쳐서 된 것이잖아요. 우리나라에도 식물 연구를 잘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분들은 탑 사이언티스트인데도 연구비가 부족한 분들이거든요. 우리나라에 책정된 연구비 자체는 적지 않아요. 잘 분배해서 세계적인 식물 연구자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어요.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제 논문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자가 10명 이상씩 됩니다. 그 이유는 제 연구실에서는 모든 실험을 다 해서 그렇게 좋은 논문을 내기란 쉽지 않아요. 앞서 말한 Originality는 제가 가지고 있고, 테마별로 세계 각국의 연구실과 함께 공동연구를 하는 거예요. 논문을 준비하다 보면 실험이 여러 가지가 필요하잖아요. 그럼, 그 실험을 가장 잘하는 연구실과 컨택해서 실험을 맡기고 거기서 실험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로 함께 논문을 쓰고 새롭게 교정하고 내용을 추가하는 일을 여러 차례 주고 받다보면 세계적인 논문이 된다고 생각해요. 연구도 어느 정도의 경영 마인드가 없으면 안 됩니다. 이런 국제적인 공동 연구를 위해선 상대방에게 오픈 마인드로 다가가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해요.
저는 남들 놀 때 뭔가를 배우고 준비하는 걸 좋아했어요. 대학 때는 특히 매번 방학마다 알차게 보냈는데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일본으로 대학원을 가고 싶다고 목표를 정했거든요. 그러고 나서 1학년 겨울 방학 때 하루에 14시간씩 일본어를 공부 했어요. 그렇게 3개월을 하니까 문법 기초가 잡히잖아요. 개강하면 공부와 병행하고, 방학 때는 집중하는 식으로 그렇게 공부했더니 대학교 3학년 때는 일본어 동시통역도 하고, 여행 온 일본 관광객들 가이드도 하고, 학원 선생님도 하면서 돈을 벌기도 했어요. 최근 코로나 팬데믹 때도 가만 보니까 이게 2~3년은 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 기간에 뭔가를 해야겠다 생각을 해서 중국어 공부를 했어요. 9개월간 학원에 다니면서 문법을 익히고, 그다음은 인터넷 강의로 공부했어요. 아침에 와서 강의 들으면서 3년간 공부했더니 지금은 중국어로 높은 수준의 대화는 안 되겠지만 불편함 없이 혼자 여행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정도는 돼요. 지금도 매일 2시간 이상씩은 중국어를 공부합니다.
어학과 연구는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일단 벼락치기가 안되고 진짜 노력한 결과, 땀의 결실이라는 점이 비슷해요. 조금 하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바꿔 버리지 말고 꾸준히 그걸 깊게 파면, 그래서 내가 생각할 땐 한 60세까지만 버티면 누구나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될거예요. 꾸준히 하는데 안 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닐까요.
Q. 마지막으로 교수님의 계획을 들려주신다면?
전 마지막으로 한 과제에 선정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과제에 선정된다면 정말 혼을 불태워서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다양한 지식과 전 세계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우리나라 식물 생명과학 분야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만약 그게 안 된다면 명예롭게 은퇴하고 제2의 인생을 살아야겠죠. 아직 거기까진 생각 안 해봤어요. 하지만 교수로서의 마지막엔 우리나라 식물 생명과학 분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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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진 건국대 교수
Education
1981 - 1988 Konkuk University, BS
1989 - 1991 Kyoto University, MS
1991 - 1994 Kyoto University, Ph.D.
1994 - 1998 Purdue University, Postdoc
Experience and Career
2017-present Professor, Konkuk University
1998-2017 Professor, Gyeongsang National University
2003-2015 Adjunct Professor, Purdue University (USA)
2008-2012 Director, Plant Molecular & Biotechnology Research Center (GNU)
2008-2013 Director, World Class University Program
2013-2017 Director, Brain Korea (BK21) plus program
2017-2022 Director, Global Research Lab (Plant Stress Research for Climate Change)
2019-2020 President, Korean Society of Plant Biologist
2021- present Distinguished Professor, Northeast Normal University (China)
취재 :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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