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연구자
[바이오미래기술혁신연구센터] 신개념 유전자 세포 치료제 원천기술 개발이 목표
POSTECH 유주연 교수
- 혁신연구센터 첨단 바이오 부문에 [바이오미래기술혁신연구센터]가 선정된 소감
- 선정 이유 및 센터장으로서의 바람
- 신개념의 유전자 세포 치료제 원천 기술 개발 계획 및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
- 센터에서 기다리고 있는 인재상
- 좋은 연구자의 조건 및 연구 인생의 전환점
- 앞으로의 계획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 초, 대학을 중심으로 한 혁신연구센터(Innovation Research Center, IRC)를 선정하겠다고 발표했다. 10년간 총 500여억 원을 지원하는 큰 규모의 사업으로 12개의 국가 전략 기술 분야 R&D 역량 강화 및 관련 분야 산학연 협력 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중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 포스텍의 바이오미래기술혁신연구센터(B-IRC)가 최종 선정됐다. 발표가 난 9월에 이어 3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 바이오미래기술혁신연구센터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고, 현실화를 위한 초석을 어떻게 다지고 있는 것일까. 바이오미래기술혁신연구센터 유주연 센터장을 만나 계획을 들어보았다.
Q. 2023년 9월, 과기정통부가 공모한 혁신연구센터 신규사업에 ‘바이오미래기술혁신연구센터’가 첨단 바이오 부문에 선정되었습니다. 먼저 축하드립니다.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때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선정 소식을 들었을 당시엔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준비하면서 사실 ‘이게 되겠어? 안될 거야. 하지만 우리 최선을 다해보자’ 이러면서 준비했거든요(웃음). 규모가 엄청나게 큰 사업이고, 또 IRC는 처음 시도되는 형태의 사업이잖아요.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어려웠어요. 집단연구 과제인데, 단순히 연구만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연구소 운영이 결합된 특별한 형태의 집단 과제입니다. 대학이 중심이 되어서 국가전략 기술 개발 R&D의 산학협력 허브를 만들어 내야 하는 사업입니다. 대학 별로 한 팀을 선정해, 그 한 팀만이 과제 제안서를 낼 수 있다 보니 일단 포스텍 내부 경쟁을 통해 그 한 팀으로 선발되는 과정이 먼저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포스텍에는 여러 학문 분야에서 첨단 연구를 정말 잘하는 분들이 모여있어 내부 선발 과정이 치열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희가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포스텍의 생명과학, 의과학, 의공학 연구진들의 경쟁력과 연구 비전, 이들의 힘을 합쳐서 미래 발전 방향을 바이오로 이끌겠다는 의지가 인정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포스텍 대표로 선정돼서 4월부터 타 대학과의 평가를 이어갔습니다. 서류 평가와 함께 발표 평가도 두 번이나 있었어요. 최종 발표가 9월 16일인가 그즈음에 났던 걸로 기억하는데 근 8달에 걸친 준비 과정 동안 매 순간 전력을 다해 통과했고 결국 선정됐다는 결과를 통보받다 보니 우리가 정말 된 걸까 하는 비현실적인 마음이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유주연 센터장은 바이오미래기술혁신연구센터의 목표에 대해 원천기술 개발과 함께 산업과 연계해 첨단 바이오 기반 산업의 중심이 되겠다고 말했다] [사진 = BRIC]
Q. 경쟁이 아주 치열했을 것 같은데 최종 선정된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정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저희가 자부할 수 있는 부분은 선도연구센터에 맞게 정말 뛰어난 연구를 잘하시는 분들을 모셨고, 그분들과 함께 같이 하고자 하는 연구의 방향을 뚜렷하게 제시했다고 생각해요. 연구 주제가 적절했고 그 연구를 제대로 해 낼 수 있는 최적의 연구진이 모였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고요. 운영 측면에서 이 연구소가 대학과 함께 성장해 나가고,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집단으로 발전시킬 비전과 구체적 방법도 함께 제시했다고 생각해요. 기초 연구를 넘어서서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그것이 산업과 실질적으로 연계가 되어서 첨단 바이오 기반 산업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산학연 협력이나 기술사업화 등을 위해 대학, 포스코 홀딩스의 기술사업화팀과의 연계 등도 계획되어 있습니다. 또 저희의 독보적인 강점에는 지자체와의 매칭이 있습니다. 포스텍은 수도권과는 멀다는 지역적인 한계가 분명한 곳에 있잖아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 해 보면 포스텍은 이미 우수한 연구자들의 집단이고 대학과의 연계를 충분히 증명해 낸 포스코라는 산업체가 뒷받침되어 있고, 거기에 포항시나 경상북도와 같은 지자체가 적극적입니다. 그래서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글로벌 수준의 R&D 허브를 만들어낼 수 있는, 꽤 강력했던 spot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그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10년의 과제가 끝나고 나서도 결국은 자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초석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되는가에 대한 답을 보여준 것이 선정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혁신연구센터가 펼쳐갈 발걸음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 사업의 본격적인 시작과 함께 센터장으로서의 바람 같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 센터가 있는 포항이라는 곳은 주력 산업이라고 해야 할까요. 대표 먹거리라고 해야 할까요. 포스코라는 기업으로 인해 1세대는 철강으로 일어섰고 2세대라고 할만한 지금은 이차 전지가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주력 산업은 바이오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이전 산업을 능가하는 바이오 기반의 산업체가 포항에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고 포스텍과 우리 센터에서 트레이닝 된 친구들이 바이오 기술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산업체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신개념의 유전자 세포 치료제 신약을 개발하고, 이곳이 하나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되어서 연구 개발에서 임상까지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이 이루어지는 진정한 바이오 허브의 모습을 꿈꾸고 있습니다.
Q. 이 사업의 핵심 중 하나는 신개념 유전자 세포 치료제의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인데 이것은 어떤 개념일까요?
세포 유전자 치료제 영역은 Gene engineering과 Cell engineering 기반 기술입니다. CRISPR-Cas9으로 대표되는 유전자 엔지니어링, 그리고 유전물질을 세포에 넣어서 효과적으로 세포를 manipulation하고, 원하는 활성을 가진 세포로 만들고 이것을 치료제 grade로 생산하는 것이 세포 유전자 치료제 개발 pipeline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인 난제로 꼽히는 여러 지점이 있는데 저희는 이 중에서 특히 유전물질과 같은 카고를 원하는 세포 내부로 효과적으로 집어넣기가 어렵다는 점에 집중했습니다. 유전물질이든 펩타이드의 형태이든, 외부에서 처리한 물질이 세포 내부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큰 걸림돌 하나를 해결해야 해요. 바로 Membrane(막, 멤브레인)입니다. 세포막뿐 아니라 세포 내부에는 다양한 종류의 막들이 자리 잡고 있죠. 막을 통제하는 기술은 타겟팅과 물질 전달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원천 기술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연구센터에는 엔지니어링 기술과 함께 다양한 전달체의 엔지니어링 기술을 연구하는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함께 생체막을 효과적으로 타겟팅하거나 통과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려고 합니다.
Q. 생체막 통과 문제가 해결된다면 많은 치료제로 발전할 수도 있겠군요.
아직 저희가 치료제를 얘기하는 건 너무 이른 감이 있어요. 그런데 저희 팀 구성을 보면 기초 연구를 하던 분들부터 바이오 벤처를 이미 운영하고 계시는 분들까지 전 과정이 모두 커버 되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이분들 중엔 임상시험 경험이 있는 분들도 계시기 때문에 함께 시너지를 잘 발휘한다면 우리 센터의 원천 기술이 조금 더 빨리 실용화될 수 있겠죠.
이번에 코로나 백신 같은 경우도 핵심 기술이 변형된 mRNA를 나노입자 전달체에 실어 체내에 주입하는 LNP(Lipid Nano Particles) 기술이거든요. 저희도 이런 원천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보고자 합니다.
Q.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비전을 함께하며 같이 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어떤 인력들이 합류하면 좋을 것 같나요?
저희가 고민하고 있는 연구 주제가 정말로 궁금하고, 또 재미있어서,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말 그대로 열정이 넘치고 창의적인 사람이면 좋겠어요. 그런 분들이 좀 더 혹할만한 구체적인 얘길 해볼까요? 이곳에 오면 재미있는 연구 주제가 있을 거고요. 그 연구 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국내외 최고 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이 대거 포진하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넘치게 충분하지 않을진 몰라도 재원도 있습니다. 산학협력 기회도 많습니다. 그러니 이 연구를 내가 정말 한번 해보고 싶다거나,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는 분들이,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쟁취해 가면 좋겠어요. 또 신진 연구자를 교육하고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진 연구자들에게 기회의 문이 열려 있으니, 누구든 이 기회를 쟁취해서 꿈을 이루면 좋을 것 같아요.
[바이오미래기술혁신센터는 신개념의 세포 치료제 원천 기술 개발을 위해 다양한 융합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유주연 센터장은 밝혔다] [사진=BRIC]
Q. 교수님이 생각하실 때 좋은 연구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연구라는 건 다들 경험하듯이 실패의 연속이에요. 계속 실패하다가 어느 순간 성공할 때, 그 짧은 순간이 주는 희열에 중독이 돼서 거기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연구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은 연구자가 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논리력, 비판적 사고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가설과 가정, 추정을 구분 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제가 우리 학생들에게 항상 얘기하는 것이 ‘가정이 맞다는 가정하에 그 가정을 증명하는 실험은 하지 말라’는 것이거든요. 연구자 입장에선 내가 생각한 대로 결과가 나오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그런데 저는 ‘그건 연구 아니야’라며 그렇게 연구 못하게 해요. 내가 지금 가설에 기반한 질문을 하고 있는지 가정 혹은 추정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나의 희망 사항을 얘기하고 있는지를 잘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정말 필요합니다. 연구를 잘 하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 지식도 필요하고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질문도 찾을 줄 알아야 하고, 다양한 기술이나 지식을 융합시킬 수도 있어야 하고, 정말 여러 능력이 필요하지만, 그중에서 특히 실험에 실패했을 때, 나의 가설과 맞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 이때 나의 가설을 바꿔야 하는 상황인지, 내가 실험을 잘못해서 새롭게 실험 조건을 세팅 해봐야 하는 건지를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논리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능력까지 다 필요해요.
Q. 교수님의 연구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던 일들이 있었을까요??
포닥 시절 제가 직접 경험한 일화가 떠오르는데요. 당시 저는 생각하고 있는 가설대로 실험의 결과가 반드시 나와야 하고, 그게 너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떤 실험을 해야 했었는데 그런데 그 실험을 너무나 하기가 싫었어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내가 원하는 실험 결과가 있고, 그대로 결과가 안 나오면 내가 틀린 거 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마음 한쪽에 안 될 것 같다는 불안이 같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실험을 미룰 수 있는 데까지 미뤘던 것 같아요. 아마도 저는 그 실험에서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으면 모든 게 끝일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더는 미룰 수 없어서 그냥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실험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결과가 제 불안대로 네거티브로 나왔어요. 그런데 오히려 그 동안의 불안감이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더라고요. 그리고 그때 든 생각이 ‘이건 그냥 내가 세운 가설 하나가 틀린 것 뿐이야, 다른 가설을 찾아봐야겠어’였어요. 이게 너무 단순해 보이는데 이 단순한 걸 실제 깨우치기까지 너무 힘들었어요. 저희 학생들도 보면 이 지점을 가장 힘들어해요. 본인이 잡고 있는 희망 사항, 저는 가설이라고 말하지도 않아요. 이렇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이라고 말해요. 거기에 몰두하다 보면 어떻게든 그 결과로 나오게 하려고 하게 될 수도 있는데 이것 너무 위험해요. 나의 가설은 소중하지만 거기에 너무 집착을 가지면 안된다고 얘길 해요. 중요한 건 데이터 그 자체를 보는 것이죠. 실험 결과가 나의 가설과 다르면 그건 그냥 내가 세운 가설이 틀린 거고, 다시 나의 데이터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가설을 세우고, 증명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대로 콘트롤 된 실험을 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던 있는 그대로 그 데이터를 보라고 얘길 합니다. 제 포닥 때의 그 경험, 안 될 것 같아서 실험을 정말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 그리고 네거티브가 나왔을 때 결국 인정하고 다른 가설을 찾았던 그 순간, 가설은 가설일뿐, 내 가설이 disprove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을 하고 싶어요.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까요?
저는 이룬다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이루고 싶은 꿈은 없고요. 그냥 끝까지 재미있는 연구를 하고 싶어요. 연구도 그렇고 연구센터를 이끌고 간다는 것도 그렇고 IRC라는 연구센터는 저에게 새로운 형태의 도전이잖아요. 거기서 오는 압박, 무거움이 있는데 동시에 뭔가 재미있는? 아니다 아직 재미는 아니에요. 재미까진 아닌데 약간의 설레는 느낌은 있어요. 새로운걸,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형태의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때 오는 그 설렘 있잖아요. 기대되는 지점이 있어요. 힘들긴 하겠지만 재미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일하고 싶어요. 좋은 사람들이 진짜 많이 와서 다 같이 재미있게 연구하면 좋겠습니다.
------------------------------
유주연 포스텍 교수
Professional Experience
2017-present Professor, Department of Life Sciences, POSTECH
2023-present Director, Bio-Innovation Research Center (B-IRC)
2017-present Director, Organelle Network Research Center (SRC)
2011-2017 Associate Professor, Department of Life Sciences, POSTECH
2004-2011 Assistant Professor, Department of Life Sciences, POSTECH
취재 :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박유미
본 게시물의 무단 복제 및 배포를 금하며, 일부 내용 인용시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관련 문의 : interview@ibric.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