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연구자
파킨슨병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 연구 내년 환자 대상 임상 진행 계획, '연구자는 커리코 박사처럼 끈질긴 각오와 집념으로 연구하는 자세가 중요'
Harvard Medical School 김광수 교수
- 도파민 신경세포 활용한 교수님의 연구 소개
- 도파민 줄기세포 임상 성공 풀스토리 및 향후 임상 계획
- 파킨슨병 신약 개발 과정과 임상 계획
- 한국의 R&D 예산안 삭감에 대한 소견
- 후배 연구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
- 앞으로의 계획
떨림을 동반한 마비에 대한 고찰(An Essay on the shaking Palsy)은 1817년,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이 몸이 떨리고 굳어가는 환자 6명에 관해 쓴 글로 파킨슨병에 대한 첫 보고서다. 이후 200년이 지나는 동안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 됐지만 아직 병의 원인도 근본적인 치료법도 없다. 이 병에 대해 우리가 명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도파민 신경세포의 사멸로 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2020년에 도파민 줄기세포로 파킨슨병의 증상 완화를 넘어서 치료 가능성에 희망을 던지게 한 한국인 과학자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실제 환자에게 임상 성공한 내용이어서 더 화제가 됐다. 환자 본인의 유도만능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이하 iPSC)를 이용해 맞춤형 도파민 신경세포를 만들어 환자의 뇌에 이식했고 사멸하고 있는 도파민 신경세포를 자신의 세포로 대치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단 한 명에게 적용한 것이었지만 면역 거부반응이나 다른 부작용 없이 성공적으로 증상을 완화·호전 시킨 의미 있는 결과였다. 논문이 발표된 지 3년, 그 이후 파킨슨병 치료법은 얼마나 발전했을까. 또 파킨슨병에 대한 이해는 얼마나 더 깊어졌을까. 이 연구를 주도했던 하버드 의대 김광수 교수를 만나 연구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의 연구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저는 한국에서 모든 교육을 받고 40년 전 Postdoc으로 도미해 지금은 하버드 의대에서 분자생물학 베이스의 신경과학, 그중에서도 도파민 신경세포를 연구하는 과학자입니다. 도파민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신경전달 물질인데, 어떤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에 의해 도파민 세포가 되는지 또 어떻게 유지되고 어떻게 질병으로 연결되는지와 같은 연구를 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도파민과 관련된 질병, 아무래도 가장 밀접한 것이 파킨슨병이겠죠. 이 병으로 고통당하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파킨슨병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는데 파킨슨병은 심플한 Disease는 아니에요. 유전적, 환경적 요인도 있고 굉장히 복잡해서 병의 원인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는데 이 병의 딱 하나 공통적인 것, 확실한 것이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도파민 신경세포를 활용한 파킨슨병 치료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Q. 도파민 신경세포를 활용한 파킨슨병 치료법,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저는 파킨슨병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는 왜 도파민 신경세포는 다른 세포가 아닌 도파민 신경세포가 되는가, 이런 걸 Cell fate(세포의 운명)라고 합니다. 이건 유전자 조절(gene regulation)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건데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전사 인자를 연구하는 거예요. DNA가 RNA가 되는 과정을 Transcription(전사) 된다고 하는데, 그 과정을 조절하는 단백질이 Transcription factor(전사 인자)입니다. 이 전사 인자들이 특정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 마스터(Master) 역할을 해요. 이 단백질들이 어떤 상호작용을 통해 파킨슨병을 치료할 수 있는가, 그 치료를 도울 수 있는 Drug Target을 발굴하고 그런 Drug Target을 조절하는 small molecule (저분자)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 그것을 사용해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두 번째는 저는 지금까지 도파민 신경세포가 어떻게 만들어지나를 연구했잖아요. 그걸 반대로 적용하면 줄기세포에서부터 사멸된 도파민 신경세포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줄기세포에서 도파민 신경세포를 만들고 그걸 이식해 주면 이른바 세포 치료가 되는 거죠. 세포 치료를 통해서 파킨슨병을 치료하겠다 이렇게 두 가지 목표를 잡았습니다.
[김광수 하버드대 교수는 iPSC로 맞춤형 도파민 신경세포를 만들어 파킨슨병 임상 치료에 성공했다] [사진=BRIC]
Q. 교수님께서 두 번째 목표로 말씀하신 환자유래의 줄기세포를 만들고 그것으로부터 도파민 신경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실제 환자에게 이식해 파킨슨병의 호전을 확인한 결과를 지난 2020년에 발표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에게 줄기세포를 이식하기 위해선 환자의 세포로 줄기세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면역 거부 현상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2006년에 일본 야마나카 박사가 환자 유래의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걸로 노벨 생리의학상도 받았어요. 대단한 일을 한 거죠. 저는 논문을 보면서 감탄을 하면서 동시에 실망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경쟁에서 졌구나 하는 좌절감도 있었지만, 과학은 이렇게 발전하는 거니까 그럼 이 iPSC(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줄기세포는 전분화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이론적으론 우리 몸의 어떤 세포로든 분화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임상 grade iPSC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야마나카 박사 연구소에서도 iPSC를 잘 만들지 못해서 맞춤형 세포치료를 포기한 상태입니다. optimize 되지 않은 것이죠. 우리는 환자의 피부세포를 역분화시켜 iPSC를 만들고 이것을 도파민 신경세포로 성공적으로 분화시키는 고난도의 기술을 개발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Q. 방법을 찾아 성공했다고 해도 처음으로 사람에게 직접 이식하는 임상까지 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임상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요?
제가 2013년쯤 한 학회에서 발표를 했는데요. 그때 저를 만나러 학회에 오신 분이 있었습니다. 전 급한 업무가 있어서 발표를 끝내고 금방 연구실로 돌아왔기 때문에 그분을 만나지는 못했죠. 그랬더니 그분이 제 이메일을 수소문해 메일을 보냈는데 그 내용이 믿을 수 없는 내용이었어요. 제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연구를 두 배 빨리할 방법이 있다면 얼마가 들던지 상관하지 않겠다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지원 약속이었는데요. 그전까지 저는 기부 문화가 그렇게나 발달돼 있다는 미국에서, 단 한 차례도 도네이션된 연구비를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얼마든지 지원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으니 믿기지 않았죠. 그래서 제 자녀들에게 아빠가 이런 메일을 받았다 어떻게 생각하냐 물어봤더니 스팸 메일이라고 빨리 지우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웃음) 하지만 제가 참석한 학회가 일반인이 참가하려면 3천 불의 등록비를 내야 하는 학회였어요. 나를 속이기 위해 그런 큰 돈을 들이진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답장을 드려 만나게 됐습니다.
그분은 당시 60대 후반이었는데 젊었을 때 의사였고, 그 이후 사업가로 큰돈을 번 분이었어요. 부자였지만 소탈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이분이 파킨슨병에 걸린 상황이었어요. 파킨슨병은 결국 나중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병이잖아요. 연구가 많이 진전되어가던 2017년 초에 저를 다시 찾아와서 "나는 죽어가고 있다, 나를 임상해달라, 내가 너의 실험 대상이 되겠다"고 말씀하셨죠.
Q. 나를 임상해달라는 말, 부담감이 컸을 것 같은데요?
부담이 매우 컸어요. 책임감이 많이 들었고 어떻게든 이분을 안전하게 치료하고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실험 승인을 위해 3,000장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신청서류를 준비했고, 결국 승인을 받아서 2017, 2018년 두 번에 걸쳐 이식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뇌가 양쪽으로 대칭되어 있잖아요. 도파민 신경세포도 양쪽 뇌에 있습니다. FDA에서는 사람에게 하는 첫 시도이고 아직 안전성을 확인하지 못했으니, 한쪽을 먼저 이식하고 6개월을 기다렸다가 부작용이 없으면 나머지 한쪽을 하라는 조건으로 승인 해줬어요. 다행히 부작용이 없었고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MRI, PET 스캔, 운동능력 등 여러 상황을 수시로 체크했습니다. 저희가 기대했던 것은 약을 전혀 먹지 않아도 될 만큼이었는데 그만큼 현저하게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환자분은 스스로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렇게 2년 정도 팔로우업을 하고 2020년에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격했던 순간은 두 번째 수술까지 끝내고 3~4개월쯤 지났을 때였어요. 그분과 전화 통화를 자주 했는데, 파킨슨 환자들은 보이스가 약해지고 알아듣기가 굉장히 어려워져요. 그런데 목소리가 강해지고 분명해진 것을 전화 목소리로도 알 수 있겠더라고요. 그분의 주변 친구들도 다 놀랄 정도로 목소리가 분명해졌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확실히 증상이 호전되고 있구나 라는걸 확인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이분이 수영, 스키, 다이빙 등 만능 스포츠맨이었는데, 수술 이후 다양한 스포츠를 다시 즐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던 순간이 큰 보람이었습니다.
가장 우려했던 암세포를 비롯해 그 어떤 종류의 부작용도 생기지 않았고, 수술하고 1~3년 정도 됐을 때 가장 호전이 많이 됐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다가 지금은 6년쯤 지났는데요. 이분 나이가 현재 77세입니다. 그렇다 보니까 아무래도 노화로 인해 신체 기능이 저하되면서 한계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기능이 저하됐음에도 수술 전보다는 훨씬 좋은 상태입니다.
Q.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는 상황인데 그다음 환자의 임상이나 치료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어요. 언제쯤 다음 임상 소식을 만날 수 있을까요?
세포치료는 신약개발과 달라서 임상 1상부터 환자를 대상으로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다음 단계로 환자 10명에 대한 임상을 4년 전에 신청했고, FDA에서 pre-IND(Investigational New Drug Application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 미팅을 통해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임상시험수탁기관) 스터디를 요구해서 여러 실험을 거치고 조건에 맞는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고 작년 초에 IND 신청을 했는데 더욱 많은 데이터를 요구해서 추가로 자료를 준비하고 승인을 위해 홀드 된 걸 하나하나 푸는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현재는 FDA에서 Full approval 받은 상황이어서 제 예상에는 아마도 내년 초엔 임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로선 개인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라는 게 노력이 굉장히 많이 들어갑니다. 연구비용을 제외하고 첫 환자를 치료하는 데 200만 불(약 26억 원) 정도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계속 성공하는 케이스가 나오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자동화시켜서 지금의 1/10 내지 1/20 정도로 낮출 수 있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Q. 지난 10월엔 신약에 대해 임상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도 접할 수 있었는데요. 신약 개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파킨슨병은 일단 진전이 되면 100% 약을 사용합니다. 이 약이 지난 50년 동안 똑같았어요. 도파민이 모자라서 생긴 병이니 도파민의 전구물질을 먹는 겁니다. 인위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이라 부작용이 많습니다. 부작용 없고, 병의 진행 자체를 막거나 현저히 늦출 수 있는 약은 없어요. 그래서 기존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신약을 개발하고 있어요. 10월에 임상 1상으로 들어갔습니다.
건강하고 젊은 도파민 신경세포가 파킨슨병에 걸린 환자의 뇌에 이식되면 그들 입장에선 굉장히 척박한 환경을 만나게 됩니다. 왜냐면 그 환자의 뇌는 이미 병에 걸린 뇌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환경이니까 그래서 세포 치료만으로는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Q. 그렇다면 임상 1상에 들어간 신약은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 것일까요?
도파민 신경세포의 전사 인자 중에 도파민 신경세포를 총체적으로 조절하는 전사 인자가 있는데 이름이 널1(Nurr1)입니다. Nurr1이 없으면 도파민 신경세포를 못 만들뿐 아니라 Nurr1은 도파민을 유지하는 데도 필요합니다. Nurr1은 라이겐드(Ligand)가 없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는데 라이겐드를 우리 연구실에서 찾아서 이제 Nurr1은 라이겐드가 붙을 수 있는 단백질이라고 학설을 뒤집었어요. 그리고 이걸 신약 개발에 활용한 겁니다. 동물 실험 결과, 기존의 도파민 전구물질 약을 주면 몸이 뒤틀리는 등의 부작용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Nurr1을 통해 라이겐드를 붙여서 Nurr1이 도파민 신경세포의 활동을 촉진하도록 한 이 약은 운동능력은 좋아졌지만 부작용은 없었습니다. 물론 1상 결과를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계획으론 내년 가을쯤엔 직접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고요. 이게 환자들에게서도 재현된다면 세포치료보다 훨씬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광수 교수는 한국의 연구 발전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국과 많은 협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BRIC]
Q. 한국은 R&D 예산안 삭감이 큰 이슈입니다. 미국에서 체류하는 연구자로, 한국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신 지 소견이 궁금합니다.
저는 한국의 R&D에 대해 두 가지의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로 연구비 삭감이 무조건 틀렸다, 반드시 올려야 한다와 같은 단순한 논리보단 한국의 연구비 시스템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은 GDP 대비 상당히 높은 연구비를 지급하는 나라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런데 연구비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상당히 복잡하고 낙후돼 있어요. 미국 연구비 시스템 중 가장 기본은 R01(미국국립보건원 NIH 연구비 지원프로그램으로 처음 생겼던 Research Grant) 시스템이에요. 미국도 그랜트 받기가 힘들어서 교수들이 힘들어 하지만(현재 상위 약 12% 이상이 되어야 펀딩 가능) 근본적으로 그랜트 시스템이 왔다 갔다 요동치지는 않아요. 기본적으로 R01을 받는 시스템입니다. 연구를 활발하게 다방면으로 한다면 R01을 여러 개 가지고 있고, 특별한 경우 다양한 메커니즘의 그랜트가 있지만 이 R01 시스템은 바뀌지 않아요.
저의 경우엔 코넬대학에 조교수로 있을 당시 도파민 신경세포 조절 메커니즘 연구로 처음 R01을 받았어요.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주제(Topic)가 조금씩 바뀌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도파민 신경세포를 분자생물학적으로 연구하는 단독 과제로 R01 연구비를 28년 동안 받았습니다. 새롭게 갱신하면서요. 또 하버드 대학에 오면서 세포 치료 연구를 시작했는데 그것도 20년을 받았어요. 중간에 끊어지기도 했지만 리뉴얼을 시도해 다시 연구비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말은 한 연구(단독과제)를 20년, 30년씩 지속할 수 있게 해 주는 거예요. 단독과제가 연구비의 기본 체제가 돼야 합니다. 한국의 그랜트 시스템은 기획과제가 주류여서 오랫동안 단독과제를 수행하기 어려운 점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잘못하면 연구비를 쫓아다니다가 자기 연구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연구비를 관리하는 최종 관리자들이 과학자들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구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연구비를 집행하는 시스템인데 미국의 경우 NIH에 연구비를 신청하면 심사하고 매니지하고 방향을 정하는 관리자들이 모두 과학자 출신입니다. 한국도 미국도 박사학위 받은 후에 포닥을 해도 모두가 교수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관리 쪽에서 연구를 관리, 비용을 집행하는 역할을 하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연구비가 비효율적으로 쓰인다는 게 연구비 삭감의 이유라면 과학기술이 더 발전할 수 있게 나라와 연구자들이 서로 윈-윈 할 수 있게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제가 드리고 싶은 제안은 정부에서 과학 기술에 대해 5-10년이 아닌 50-100년 후를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인적, 물적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이 후진국이던 70년대에 한국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쳤습니다. 그러나 그때 한국 정부는 몇십 년 후를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를 했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과학 기술 분야의 청년들이 자긍심과 희망을 가지고 학업과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그런 바탕에서 지금 한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뿐만 아니라 많은 미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이제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한국의 지도자들이 그 당시와 같은, 아니면 그 이상의 비전과 목표를 회복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와 같이 자원이 없는 국가에서 미래를 계속 열어 가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과 과학 기술의 발전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과학기술에 걸 수 있도록, 또 그리고 지금 현장에서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과학 기술 전문가들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국가가 비상한 전략을 수립하고 과감하고 혁신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가 미래의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 진리라고 믿습니다.
Q. 후배 연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연구를 끈질기게 결국 해내고 마는 각오와 집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걸 영어로 얘기하면 perseverance거든요. 최근 세미나에서 꼭 듣는 이름이 있어요. 노벨상 수상자인 커털린 커리코(Katalin Kariko) 박사에요. 이분은 헝가리 출신 이민 과학자인데 RNA 연구에 시쳇말로 꽂혀서 평생을 RNA 연구를 한 사람이에요. 이 사람의 삶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perseverance에요. 자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을 어떤 방해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해낸 사람이지요. 어느 정도 이 사람의 삶이 고단했냐면 부교수에서 종신 교수(Tenure)를 못 받고 Research Associate로 좌천이 됐고, 앞서 얘기했던 미국 연구비의 기본이 되는 R01 그랜트도 한 번을 못 받았어요. 그럼 어떻게 연구했냐? 공동연구 하는 교수 연구비를 조금씩 나누어 쓰면서 했어요. 자기가 암에 걸리기도 하고, CNS(Cell, Nature, Science) 논문도 한 번도 낸 적이 없어요. 이런 악조건이면 100% 다 포기할 겁니다. 그런데 포기 안 했어요. 연구를 계속했고, 결국 수 많은 생명을 구하고 노벨상도 받았어요. 연구자 입장에서 여러 상황을 탓하는 대신에 자기가 연구자로서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연구를 끝까지 해내고 마는 perseverance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2020년이 한국 나이로는 은퇴하는 때였어요. 서울대 동기들도 그렇고 주변의 많은 동료들이 은퇴했는데 그때가 제가 하던 연구가 신약 개발도 그렇고 세포 치료도 그렇고 임상 연구에 딱 접목됐던 때예요. 제 입장에선 이제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된 거였죠. 또 미국은 90세까지 연구하는 분들이 계세요. 하버드 대학에서도 70세가 넘어도 연구를 활발히 하고, 연구비가 충분한 여력이 있으면 제한없이 연구를 계속합니다. 진정한 Tenure인 셈이지요. 저는 제 연구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끝을 봐야지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잠깐 끊어졌던 R01 연구비들도 모두 회복됐고, 세포 치료했던 환자분도 자기 치료가 끝났는데도 계속 연구비 서포트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실패든 성공이든 이 연구의 끝을 보는 것이 저의 계획입니다. 또 그렇게 연구하면서 저희 연구실의 연구원들이 저를 능가하는 과학자들이 되고 한국의 연구 환경이 좀 더 발전할 수 있게 미력이라도 도움을 주는 것이 앞으로의 저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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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하버드 의대 교수
경력
-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맥린병원 분자신경생물학실험실 소장
-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맥린병원 분자신경생물학 교수
-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MGH 병원 신경외과 석좌교수
- KAIST 생물학과 해외 석좌교수
-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 동아일보 (2010, 2014)
- 3.1 문화상 학술상 (2022)
- Founder of NurrOn Pharmaceuticals Inc.
취재 :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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