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만사 인터뷰 구. 브만사
심해 열수구에서 분리한 미생물의 상식을 깨는 생존 현상 규명""해양 과학은 미래를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
[기획] 2010 국내 바이오 10대 뉴스 : 한국해양연구원 강성균 박사
- 10대 뉴스에 선정된 Nature 발표 연구내용
- 심해 열수구 탐사지역은?
- 참여 연구진의 구성
- 그간의 연구과정 소개
- 연구과정 중의 힘드셨던 점들
- 연구 발표 이후의 국내외 반응
- 앞으로의 계획
- 심해 미생물에 관한 연구의 중요성
- 한국해양연구원에서의 연구활동
- 해양 연구를 하고자 하는 후학들에게
- 평소 개선되기를 바라는 점이나 제안이 있으시다면?
일시: 2011년 1월 20일, 오후 3:00
장소: 한국해양연구원
10대 뉴스에 선정된 Nature 발표 연구내용 "우선 많이 부족한데 10대 뉴스의 하나로 선정해 주셔서 감사 드린다. 우리가 연구한 내용은 해양 심해저의 열수구 환경으로부터 처음으로 분리한 초고온 고세균의 극한 생명 현상을 연구하였다. 개미산을 이용해서 수소를 만들어 내면서 생존하는 현상이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가능하다는 발견을 하였고 그것을 분자 레벨에서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이다." 심해 열수구 탐사지역은? "심해 열수구는 육상의 화산과 비슷한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바다 속 지각 안으로 바닷물이 들어가 마그마를 만나면 거기에서 끓게 된다. 그 끓은 물이 다시 분출되는 곳들을 심해 열수구라고 한다. 300∼400℃ 정도의 물이 분출되면서 암석들로부터 다양한 미네랄들을 가지고 나오는 환경이다. 생태계는 생물학적 측면에서 봤을 때 대부분 광합성으로 유지되는 반면 심해 열수구에서는 환원된 물질을 이용한 화학합성이라는 energy metabolism으로 유지되는 환경이어서 생물학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열수구 탐사 활동이나 과학 활동에 대해서 일본은 허가를 쉽게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해양연구원의 많은 연구자들이 영해(領海) 지역보다 공해(公海) 지역을 많이 선택하게 된다. 공해 상에는 갈라파고스 남아프리카 지역까지 탐사선이 한 달 내지 두 달 동안 가야 한다. 우리는 파푸아뉴기니에 있는 열수구로 주로 탐사를 많이 가게 된다. 우리 센터장이신 이정현 박사님이 주로 탐사를 많이 하셨다." 참여 연구진의 구성 "해양 과학은 거대 과학이고 융합 과학이다. 당장 해양 심해에서 무언가를 채집하기 위해서는 해양 탐사 활동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적합한 연구조사선과 연구조사선을 꾸려갈 인력들, 탐사와 관련된 과학적인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생물을 직접 채집해서 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해양 생물 전문가와 (나와 같은) 생명공학 전문가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야 한다. 우리는 해양 극한 생물 분자유전체연구단 사업을 맡고 있다. 연구단에 소속된 박사님들 중에는 생태 연구 또는 환경 연구를 하시는 분, 생물다양성 연구를 하시는 분, 고세균의 생리 연구를 하시는 분, 유전체 전문가, 단백질 구조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이 분들이 서로 모여 벽을 허물고 하나의 큰 목표를 위하여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그 외 연구원들과 학연 과정의 박사과정 학생들도 있다. 고세균 연구 파트에는 많은 인력이 들어가 있지는 않고, 현재 다섯 명 정도가 특공대처럼 연구를 하고 있다." 그간의 연구과정 소개 "2002년 이정현 박사님이 한국해양연구원의 온누리호를 타고 파푸아뉴기니라는 지역으로 탐사를 가셔서 국내 최초로 심해저에서 초고온 고세균 분리를 시작하셨다. 온누리호는 대양에 나가기에 아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약 1500톤 급 정도 되는 해양 조사선이다. 2004년에 내가 합류를 한 후에 Thermococcus onnurineus NA1의 유전체를 해독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하나의 미생물에 대해 유전체 해독을 한다는 것이 질이 떨어지지 않는 연구였고 비용도 많은 드는 연구였었다.) 그런데 유전체 해독을 해 보니 Thermococcus onnurineus NA1에는 독특한 생명 현상이 있었고 다양한 종류의 수소화효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큰 진보를 이루게 되었고, 그 이후 3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 연구과정 중의 힘드셨던 점들 "처음 이정현 박사님이 샘플을 가져 오셔서 키울 때에는 국내에서 경험해 보신 분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모든 기술들을 셋업해야 했던 점이 힘들었었다. 특히, 내가 막 참여했던 2004년도 즈음에 외국 연구자들이 우리가 이런 strain을 어떻게 분리를 했는지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였다. 전체 한국의 과학 수준에서 해결될 수 있는 기술들이 나와야 외국에서도 그것을 존중하고 협력관계가 형성이 되는데, 우리나라가 일방적으로 받기만 한다면 외국 사람들은 협력관계가 아니라 한 수 아래로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프론티어에 해당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에서 가장 힘든 점일 것이다." 연구 발표 이후의 국내외 반응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은 NASA에 있는 사람들이 연락을 해 왔다. 왜냐하면, 아주 적은 양의 개미산으로부터 수소를 만들면서 생장 가능한 energy metabolism이기도 하고, 개미산이 지질학적 반응으로 많이 만들어 지기도 하는데 화성 같은 곳에서도 지질학적 반응이 일어나 개미산이 어느 정도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한다. NASA에서는 만약 화성에서 어떤 생명 현상이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종류의 energy metabolism을 이용하지 않을까 나름 추측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몇 번의 서신 교환을 통해서 의견을 주고 받았고 실제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연구가 아주 극한의 환경 상태이고 새로운 연구 장비들이 많이 필요한 어려운 연구이지만 외국에서도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고, 미생물 측면에서 보면 상식을 깨는 적은 수치로 에너지를 얼마나 생산하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 외국의 많은 미생물 학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 "개미산을 이용해서 수소를 만들어내는 미생물은 많이 있다. 그런데 개미산과 수소의 에너지 준위가 거의 유사하다. 포도당을 먹고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포도당과 그것의 최종 전자 수용체(final electron acceptor)인 산소의 산화환원 준위가 큰 차이가 있어서 그 차이로부터 에너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반면 개미산과 수소 사이에는 그런 차이가 거의 없다. 아주 적은 에너지를 가지고 ATP를 만들어 내면서 살 수 있는 미생물이 있다는 것이다. 극한의 minimalism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된다는 점에서 Nature에서 높게 평가를 했던 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명 현상을 좀더 이해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한가지는 초고온 고세균을 이용해서 바이오 수소 생산 기술 개발을 후속으로 하고 있다. 고세균은 개미산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나 전분을 이용해서 수소를 만들 수 있는 응용적인 특성도 지니고 있어 고세균을 이용한 바이오 소재나 수소 생산 기술 개발 연구도 진행할 생각이다." 심해 미생물에 관한 연구의 중요성 "전체 해양생물의 정족수를 조사하는 Census of Marine Life 라고 하는 프로젝트가 2010년 4월 Nature 뉴스에 올라온 적이 있었다. 그것도 전체 해양 영역에 대해서 동물, 식물, 미생물을 전세계 연구자들이 컨소시엄을 이루어서 10년 동안 추진한 프로젝트였다. 그 결과에 따르면, 해양의 종 다양성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육상의 종 다양성을 훨씬 능가하였다. 전체 지구 면적의 대부분을 해양이 차지하지 때문에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 중 미생물만 본다면, 10여 년 전에는 60만종 정도의 미생물이 살고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했었는데 2010년 Census of Marine Life 프로젝트의 결과를 보니까 해양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종수가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2000만종까지 예측되고 있다. 해양은 우리가 보는 해변뿐만 아니라 심해 열수구와 같은 심해 환경(평균 약 2℃ 정도의 온도와 3.5%의 높은 염을 함유하는 환경이다)도 갖고 있어서 육상 생물들이 겪어보지 못했던 굉장히 복잡한 유전 자원들과 생명 현상들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외국에서는 해양에 대한 연구가 오래 전부터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생명공학 전문가들까지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해양연구원에서의 연구활동 "한국해양연구원(KORDI)은 기초기술이사회에 속해 있는 교과부 산하 정부출연연구소이다. 해양 과학을 다루는 국내 유일의 연구소이다. 해양 환경을 물리적, 화학적, 지질학적, 생물학적으로 이해하고, 인간에게 유익한 기초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응용적인 측면까지 포함하는 종합연구소이다. 해양 환경을 연구한다는 것이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쉽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과학 기술력이다. 해양 환경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나라는 주로 미국, 일본, 프랑스, 러시아와 같은 기술력이 뛰어난 나라들이다. 우주 개발에도 큰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해양 과학 기술의 개발이 이루어졌다. 우리 해양연구원에서는 6,000미터급 무인잠수정인 ‘해미래’ 개발을 얼마 전 끝내는 등 비교적 많이 따라 왔지만 선진국과 거리가 있는 것은 연구에 필요한 기본적인 인프라이다. 해양 탐사를 위해 조사선을 운영하는 기술(온누리호가 해양에 나가려면 하루 사용하는 원가만 약 2천 만원 정도가 든다), 탐사하는 기술, 심해 무인잠수정과 심해 유인잠수정 등 탐사 기술이나 장비와 같은 기초적인 인프라를 이용하여 생명 현상을 규명해 내는 응용적인 측면이 강한데 아직까지 그러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해양 연구를 하고자 하는 후학들에게 "지금 이공계가 홀대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국가의 과학 기술은 현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장차 몇 십 년 혹은 백 년 후, 우리나라가 경쟁력 있게 살아가기 위한 것을 마련하는 기초가 되고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과학 기술 분야의 미래를 책임질 후배님들이 긍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학은 기본적으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분야이다. 항상 상식을 깨어야지 성공할 수 있는 것이 과학이다. 현재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기술 혹은 개념, 지식들은 이미 과학의 영역이 아닌 비즈니스 영역에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후배님들이 어떤 일을 할 때에는 비상식적인 선택과 개념들을 계속 도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가 가려고 하는 꿈과 소망이 있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해양이라는 것은 우주만큼이나 우리가 잘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고 많은 꿈과 소망이 있을 수 있는 큰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써는 쉽지 않고 아주 어렵지만 십 년 후나 백 년 후를 바라보면 포기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고 많은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소 개선되기를 바라는 점이나 제안이 있으시다면? "새로운 후학들을 채용하는데 어려움이 당연히 있다. 우선 학위 과정을 선호하는 면도 있고 좋은 연구들이 주로 대학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좋은 인력들이 대학으로 간다. 그래서 대학들보다 오히려 어려운 점들이 있다. 덧붙이자면, 계약직 연구원들이 정출연 연구소에서 중요한 일들을 많이 담당하고 있다. 그런 분들이 정말 오랫동안 같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지만 연구 노하우가 새어나가지 않고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다. 이러한 계약직 연구원들을 오랫동안 채용할 수 있는 그런 체계적인 시스템이 정부출연연구소에서는 시급하게 요구된다. 물론 우리 사회가 상당히 고도화되었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꼬집어 이것이 문제이다 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과학은 시스템 구축이 정말 중요하며, 국가적인 과학 시스템을 만들 때 과학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인터뷰가 사실 부담이 된다. 이 길을 걸어가시는 많은 선배들이 계시고 동년배들 중에서도 잘 하시는 분들도 많고, 더구나 우리 팀에서 이정현 박사님 외 이현숙 박사 등 많은 분들이 협력해서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이 과학 기술 10위권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과학 기술자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서로 협력해서 세계 1위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강성균 박사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BRI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