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JOB다]는 생물학을 전공하고 생물학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다양한 분들을 만나는 브만사의 기획 인터뷰입니다.
Q. 안녕하세요. 김초엽 작가님과 근황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도 쓰고 다양한 이야기를 쓰는 김초엽 작가입니다. 다가오는 7월 말쯤 새 장편소설 출간을 앞두고 있어, 얼마 전까지 원고 교정과 퇴고 등 마무리 작업을 하며 보냈고요. 그 전, 5월과 6월은 행사가 집중되는 시기인 만큼 여러 강연과 행사에 참여하느라 전국 각지를 다니며 바쁘게 보냈어요. 개인적으로는 며칠 뒤 태국 치앙마이로 떠날 예정인데요. 보통 거기서 온전히 작업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번에도 치앙마이에서 머물면서 차기작도 고민하고 또 다른 작품도 구상할 생각입니다.
Q. 다양한 대외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도 매년 작품이 나옵니다.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비결이 궁금합니다.
저는 일 년을 철저히 시즌제로 나눠서 운영하고 있어요. 글을 쓸 때와 외부 활동을 하는 때로 시기를 분리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행사가 많은 5~6월엔 대외 활동을 많이 하고 글을 쓰지 않아요. 행사 앞뒤로 준비하고 정리하느라 창작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시즌엔 글은 OFF에요. 대신 이 시기엔 시간 여유가 생기면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하면서 다채롭게 지냅니다. 반면, 일 년 중 최소 6~7개월 정도는 아무 일정 없이 빈 시간으로 확보하려고 노력해요. 시간이 확보되면 치앙마이로 떠나는데 관광객으로 가는 건 아니고 오롯이 저를 가두기 위해서입니다. 창작은 엄청난 집중력을 쏟아내야 하는 작업이니까요.
이 집중의 시즌에는 사람도 아무도 안 만나고 일정도 일절 잡지 않은 채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려 노력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정해진 대로 생활하는데, 먹는 것도 요거트나 샐러드처럼 고정된 메뉴를 정해두고 비슷하게 먹어요. 저는 본래 루틴대로 사는 편은 아니지만, 이 시기만큼은 저를 방해하는 모든 걸 다 걷어내고 오직 글에만 집중하기 위해 자신을 제어하는 편이에요.
[사진 : BRIC]
Q. 지금까지 발표하신 SF 소설 중에 생명과학 기술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무엇이 있을까요?
꽤 많은 것 같아요. 첫 장편소설인 ‘지구 끝의 온실’은 식물학에 관한 이야기였고요. 두 번째 장편인 ‘파견자들’ 역시 곰팡이가 모티브였거든요. 곰팡이라는 독특한 생명체를 빌려 자유의지, 의식, 철학과 같은 화두를 던지고 과학적 시선에서 인간 중심의 주관적 시점을 해체할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담았고요. 최근작 역시 생물학의 연장선에 있어요. 뉴로모픽(Neuromorphic) 컴퓨터, 생체 컴퓨터와 같은 분야를 파헤쳐 보았거든요. 의도적으로 생물학을 의식하지 않더라도, 작품 속 세계관을 구축하다 보면 제 전공 분야와의 연관성은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 같아요.
Q. 소설을 쓸 때 아이디어는 어떻게 찾으시는 편인가요?
저는 평소에 메모를 정말 많이 해요. 메모 하나하나만 보면 특별히 이야기가 될만한 것은 아닌데, 나중에 이것들을 한꺼번에 펼쳐놓고 보다 보면 전혀 연결이 안 될 것 같은 것들이 연결되면서 확 묶일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메모를 수집해 두는 거죠. 수백 개씩 메모를 모아놓고 그 안에서 어떤 구조적인 동일성을 찾는 식이에요.
예를 들면, 한번은 인간의 감각 중에 시간 감각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어요. 카라 플라 토니의 ‘감각의 미래’라는 책이었는데 인상 깊게 읽고 메모를 해놨어요. 시간 감각이란 게 굉장히 주관적이고, 외부에서 어떤 물질을 주입하면 갑자기 바뀌기도 쉬운, 흔히 말해 왔다 갔다 하는 재밌는 감각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것만으론 이야기가 되진 않았어요. 그러다 어느 날 울산에 조금 뜬금없는 곳인 백화점 위에 있는 관람차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써봐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어떻게 SF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메모를 뒤적이다가 시간 감각에 대한 메모를 발견한 거예요. 그리고 시간의 주관성이라는 메모와 관람차가 연결됐어요. 관람차를 타면 처음 출발할 땐 바닥과 가까우니까 바깥 풍경이 빠르게 멀어지면서 빨리 올라가는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위로 올라갈수록 땅이랑 멀어지니까 속도도 느리고 때론 멈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잖아요. 짧은 관람차 탑승 시간 안에서도 시간의 주관성이 계속 변하던 게 떠오른 거예요. 그 순간 이거 얘기가 되겠다 싶어서 시간의 주관성이라는 테마와 관람차를 연결해 소설을 썼습니다.
메모 한두 개로는 연결이 안 되지만, 수십, 수백 개를 늘어놓고 보면 전혀 기대하지 않은 것들 이 연결될 때가 있어요. 메모를 보다 보면 그중에서 약간 꽂히는 아이디어가 하나씩 생기거든요. 그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다른 아이디어를 합칠 때가 많아요. 메모는 보통 메모 앱을 많이 사용하고요. 종이 메모장에 적을 때엔 컴퓨터로 옮겨서 보관해요.
Q. POSTECH 대학원 시절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했고, 대학원 생활은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제가 있던 연구실은 크게 두 가지 테마를 다뤘어요. 하나는 단백질 구조를 규명하는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단백질의 표적 물질을 검출(Detection)하는 연구였어요.
제 연구 주제는 열대 감염병이었어요.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에 유행하는 감염병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 중 특이한 일부 구조를 떼어서 제가 가진 압타머(Aptamer) 라이브러리에서 그 구조에 딱 달라붙는 것들을 스크리닝해서 센서화하는 연구였어요. 그래서 단백질을 결정하는 실험도 배우고 제가 사용한 압타머(Aptamer)를 가지고 목표로 하는 물질을 어떻게 센서로 찾을 것인가 하는 것을 배웠는데요. 처음 몇 개월은 재밌었는데 지속될수록 저는 잘 질리는 편이거든요. 하나를 깊게 파고드는 과학 연구를 하기에 적합한 성격은 아닌 것 같아요. 대신 이것저것 하고 싶어 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처음엔 재밌어 했지만 나중에는 다른 호기심이 생기는 분야의 리뷰 논문 보고 이런 게 더 재밌더라고요. 실험 과정은 결과를 보기까지 끈기가 있어야 되잖아요. 저는 연구 앞부분은 굉장히 재밌어 하는데 뒤로 갈수록 하기 싫어하는 편이다 보니 이게 나랑 맞는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대학원 진학 당시 생화학을 선택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사실 생화학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재밌어 보여서였어요. (웃음) 저는 성향상 어느 한쪽 극단에 서기보다 중간을 택할 때가 많은 사람인데요. 생물학도 생물학만 배우는 건 좀 재미없어 했고, 화학이랑 섞이거나 물리학이랑 섞인 걸 좋아하다 보니 생화학이 재밌어 보였어요. 생화학 연구실은 온전한 화학도 아니고 완전 생물도 아니고 믹스된 베이스를 가지고 있어서 흥미로웠던 것 같고 끌렸던 것 같아요.
그렇게 실험실에 들어가서도 초반엔 여러 가지 것들을 다양하게 배워야 하잖아요. 단백질 구조를 어떻게 보는지도 배우고 DNA에 대해서도 배우고 하니까 처음엔 너무 흥미로웠어요. 하지만 흥미가 금방 호기심은 많았지만 연구를 하기엔 적합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연구는 끝까지 파고들어야 하니까요.
그래도 대학원 생활은 자체는 꽤 즐거웠어요. 다만 저에게 100% 맞는 길은 아니라는 걸 느꼈기 때문에 틈틈이 다른 시도를 해보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소설을 쓴 건 아니었고 에세이나 다양한 글쓰기를 하다가 소설 작법서를 읽고 SF소설 쓰기를 병행해 보게 된 거예요. 졸업 후에 바로 취직하기보단 딱 1년만 나에게 시간을 주고 글을 써보자는 다짐으로 시작했는데, 감사하게도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Q. 공모전을 어떻게 준비했나요? 또 대학원 생활이 글을 쓰는 데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원생 시절에는 평일엔 연구실 생활에 완전히 집중하고 주말이 되면 온종일 카페에서 하루 종일 글을 썼어요. 제가 당선되었던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당시만 해도 국내 SF소설 시장이 지금처럼 넓지 않았기에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생각해요. 이 과정에서 대학원 시절 배웠던 연구 방법론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작가로서 글을 쓸 때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세계만 쓰지 않아요. 뭔가 새로운 걸 리서치하고 도입할 때가 많은데 특히 저는 그런 식으로 글을 쓰는 편이에요. 물론 이렇게 안 쓰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요.
저는 대학원 생활할 때 배웠던 연구 방법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테마를 정하면 그걸 연구방법론적으로 깊게 파는 타입이에요. 대학원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파고들어야 하는지 잘 몰랐을 것 같아요. 연구 방법론을 배운 게 큰 자산이 된 셈입니다. 연구 방법론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분야가 다르더라도 파고 들어가는 방법은 비슷하니까 도움이 됐어요. 제가 처음 글을 쓸 땐 지금처럼 AI가 없었으니까, 막무가내로 리뷰 논문을 찾아서 읽고, 더 깊이 들어가는 논문을 찾아 읽으면서 새로운 분야에 대해 접근했어요. 좀 더 날 것으로 배운 것 같아요. 사실 BRIC 커뮤니티를 자주 보는 연구자분들은 잘 아실 텐데, 실험 과정에서의 노하우나 트러블슈팅에 대한 팁 같은 게 많이 올라오잖아요. 실험이 실패해도 원인을 분석하고 방향을 새로이 정해서 다음 실험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소설이 막막할 때 어떻게 트러블 슈팅하는지, 그 태도를 배웠던 것 같아요.
Q. SF라는 장르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닥터후' 드라마와 같은 SF 장르, 의학 드라마를 유독 좋아했어요. 게임도 참 좋아했는데, 게임은 SF 배경인 것이 많더라고요. 스타크래프트만 봐도 외계인이랑 싸우잖아요. 그래선지 그 코드가 익숙했어요.
하지만 제가 소설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SF 소설은 지금처럼 대중적인 분야는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제 목표도 처음엔 마니아층이 확실한 작가가 되자는 마음이었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수기나 에세이와 같은 글은 많이 쓰기도 하고 편하게 썼는데 확실히 소설은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운 편에 속하더라고요. 그런데 살짝 어려워야 도전하는 재미가 있지 않나요? (웃음) 소설을 쓰면서 논리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들이 생기고 그 문제를 하나씩 클리어해 갈 때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러고 보면 제가 대학원 연구에 조금 덜 흥미를 느끼게 된 것도 이런 성향 탓이었던 것 같아요. 실험할 때 트러블 슈팅은 재밌지만 제가 좀 산만하고 부주의하다 보니까 정밀하고 계속 반복해야 하는 Wet Lab이라는 환경이 저랑 안 맞았던 것 같아요.
[사진 : BRIC]
Q. 지금 이공계에 몸 담은 사람 중에도 연구가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끼거나, 창의적인 일을 꿈꾸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제가 문화 예술계로 넘어와 놀란 것 중 하나는, 실제로 이쪽 계통에 일하는 분들 가운데 공대 출신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었어요. 소설가는 직업 특성상 겉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직업이어서 약간 드물게 보이긴 하지만 실제 실무 현장 곳곳에서 공대 나왔다는 분들을 자주 만나요. 이공계생의 일반적인 진로 트랙이 아니라서 눈에 안 띌 뿐이지 의외로 많은 선후배가 이미 이 길을 걷고 있다는 얘길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이공계 출신이란 점은 이 바닥에서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어요. 일종의 소수적 관점을 가진 셈이거든요. 이것이 장벽이 되기도 하지만 장점일 때도 많거든요. 남들은 보지 못하는 관점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개성이 있어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경계에 서 있다는 건 분명 큰 장점이에요.
다만 그 개성을 가졌다면 진짜 잘 해야 해요. (웃음) 개성만으로 경쟁력이 될 순 없거든요. 이 개성을 어떻게 나만의 강점으로 갈고닦을 것인가에 대해 정말 진지하고 불안하게 고민해야 해요. 소수적 관점을 가지고 성공하는 것은 더 어렵거든요.
Q. 이공계 출신으로 소설을 쓸 때 직면하는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공학이나 과학을 하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분석을 정말 잘하잖아요. 이런 분석적인 시선을 자기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에요. 요즘 메타인지라고도 부르던데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이고 부족한 게 무엇인지, 지금 이 문학계에서 요구하는 역량은 무엇이고 트렌드는 어떠한지, 그 안에서 내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인지 아주 치열하게 분석해 보는 거죠. 그렇게 분석한 후에 실천해 보는 게 필요해요. 이 실천이 뒷받침된다면 소설을 쓸 때 헤매지 않고 성공할 확률은 훨씬 높아지니까요.
하지만 단점도 명확해요. 이공계 출신에게 논픽션을 쓰라고 하면 굉장히 잘 쓰지만 소설은 어려워해요. 왜냐하면 이공계는 인간 개인에 대한 관심보단 시스템이나 사물, 어떤 과학적 법칙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이 많거든요. 반면 소설은 철저히 인간의 이야기이자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장르에요. 인간은 너무 변덕스럽고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은 존재잖아요. 어릴 때부터 직관적으로 인간은 왜 이런 존재일까, 나의 엄마는 왜 이럴까 하고 사람을 관찰하고 고민해 온 이들이 확실히 소설을 잘 써요. 이공계 출신들은 소설 속 갈등마저도 트러블슈팅을 해서 해결해 버리려는 경향이 있어요. 소설이란 건 기본적으로 복잡한 어떤 인간의 내면에 걸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이공계 출신이라면 유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는 두 가지 전략이 있어요. 우회하는 전략과 정면 돌파하는 전략인데요. 저의 경우엔 작가 생활 초기엔 우회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썼던 방식은 인간 개개인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인간이라는 종 자체엔 관심이 있으니까 조금 보편적인 관계를 다루는 거예요. 엄마와 딸의 관계라든지,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와 같은 보편적인 관계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입체적이지 않아도 우리가 마음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잖아요. 그리고 그런 점이 독자들에게 어필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계속 그렇게 우회만 할 순 없으니까 이제 인간 한명 한명의, 개인의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보는 작법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어요.
결국 자신에 대해 좀 더 성찰해 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게 뭔지를 살펴보고 장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글을 쓰되, 계속 보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부단히 살펴보는 과정이 정답인 것 같습니다.
Q. 작가로 데뷔한 지 벌써 9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집필 초기에 비해 지금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은 무엇이며,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초반에는 내가 재밌어 하는 걸 남들도 재밌어 해줄까 하는 불안감이 늘 있었어요. 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젠 내가 쓸 때 재미있다면 누군가에겐 통하겠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어요. 예전엔 글의 방향성을 정하는 일이 안개 속을 더듬어 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영토를 많이 넓혀서 마음속 지도도 많이 확보해 놓은 느낌이에요. 다 보이지 않아도 기꺼이 그 너머로 가볼 수 있게 되었어요.
요즘 많이 하는 생각은 제가 저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에요. 지금 출간을 앞둔 신작이 인물 중심의 장편 소설인데요. 이걸 쓰면서 처음으로 저 자신과 타인의 마음에 대해 깊게 파고들어 봤어요. 돌이켜보니 예전 작품들에선 캐릭터나 인물의 내면에 대해 이만큼 깊게 들여다보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통해 인간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캐릭터는 납작하잖아요. 그런 캐릭터를 이해하려는 방식이 과학자들이 복잡한 자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단순화된 모델을 만들어 실험하듯이, 소설가는 캐릭터 모델을 만들어서 복잡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해 보는 것이더라고요. 앞으로는 이 캐릭터라는 모델을 통해 저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 인간에 대해서도 탐구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 인터뷰가 나올 즈음 저는 예정대로 태국 치앙마이에 머물고 있을 것 같아요. 거기서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제 이야기를 담아내는 에세이도 써볼 계획이에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계획이 있다면 저는 평생 호기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는 노력을 하고 싶어요. 세상을 새롭게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좋거든요. 어떻게 보면 아이 같은 상태를 지켜내는 것이잖아요. 어린아이가 세상과 처음 마주할 때 느끼는 감정은 생경하고 경이롭기도 하지만 무섭고 두렵기도 할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접하는 모든 것이 다 재밌고 흥미롭잖아요. 나이가 들수록 이런 날 것의 감정을 잃어가기 마련인데 그 감각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계획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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