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식물의 기능유전체를 연구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는 오래전부터 계속되어왔는데, 이는 CRISPR-Cas9 system의 발견을 통해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연구계에 종사하지 않는 분들도 많이 인지하고 있을 정도로 식물 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종과 연구분야에 걸쳐 연구자들에게 유용한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저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다양한 식물에서의 유전자 기능을 빠르고 쉽게 판별하고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식물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Virus-induced gene silencing (VIGS) system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VIGS 는 식물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하여 식물의 방어기작인 post transcriptional gene silencing (PTGS) 현상을 통해 endogenous gene의 loss-of-function 에 의해 야기되어지는 표현형을 바탕으로 interested gene의 기능을 밝혀내는 시스템입니다 (그림 참조). 이 시스템의 장점은 1) 200-300bp의 내생유전자 일부를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벡터의 접종만으로 형질에 따라 열흘 정도의 짧은 시간 내에 유전자 기능검정이 가능하다는 것과 2) 조직배양, 세대진전을 통한 유전자 고정없이 당대에 유전자 기능검정이 가능하므로 절차와 시간을 상당히 단축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또한 3) 비교적 간단한 실험법으로 high-throughput screening 이 가능합니다. 특히 제가 연구에 사용한 박과식물의 경우 조직배양 성공률이 매우 낮고 까다롭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전체 연구를 진행하는데 결정적인 어려움이 있어왔습니다. 본 연구에서 개발한 VIGS 시스템은 기능유전체 연구를 하는데 기술적 한계가 있는 박과식물에서 한번에 35개의 유전자를 동시 스크리닝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였습니다. 저희 그룹은 Cucumber fruit mottle mosaic virus 벡터를 개발하였으며, 이를 이용하여 수박의 웅성불임성을 야기하는 후보 유전자를 선발하였습니다. 웅성가임수박과 그 near isogenic line 인 웅성불임수박의 reference based 와 de novo transcriptome 분석을 함께 진행하여 differentially expressed gene 35개를 선별하였습니다. 이 유전자들의 일부를 바이러스 벡터에 클로닝하여 웅성가임 수박에 접종하였고, 추후 발현되어진 표현형을 통해 최종적으로 웅성불임에 관여하는 8개의 유전자를 선발할 수 있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고 매일 새로운 현상과 연구시스템이 개발되어 발표되어지는 생물학분야에서 저희가 연구해온 VIGS 시스템은 조금은 out of date 되어가는 것과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물학에서 100% 가 존재할 수 없듯, 모든 것은 완벽할 수 없고 이를 상호보완 할 수 있는 것들의 끊임없는 개발이 필요합니다. 본 연구를 통하여 VIGS가 갖고 있는 강점을 잘 적용하여 비교적 연구하기 어려운 식물에서도 효율적인 기능유전체 연구가 가능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의 인생사를 반영하듯 이번 연구주제가 재주목 받게 되는 것을 보며 제가 사랑하는 Science 에 다시금 감동받게 된 소중한 연구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학부 2학년때부터 중앙대학교 이긍표 교수님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였습니다. Plant Genomics and Breeding Lab. (PGBL, http://pgbl.cau.ac.kr), 저희 연구실은 복분자 배수성 육종부터 시작하여, GM 작물의 위해성평가, 병해충 방제를 위한 식물유래 신소재 개발, 수박 내병성 (만할병, 흰가루병 race1 and race2, 탄저병, 만고병, 바이러스병) 과 변이염색체 (웅성불임, 상호전좌) 등 분자표지 개발, 바이러스 유전체 변이 대량분석 및 바이러스 저항성 실용화 유전자 개발과 식물바이러스 벡터의 실용화에 대한 연구까지..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해온 경력이 있는 연구실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연구가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늦은 새벽까지 공부하시면서 새로운 분야를 학생보다 더 열정적으로 본인의 것으로 소화하시는 지도교수님의 스타일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PGBL은 박과식물의 유전체 분석 및 분자육종연구에 집중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진 1. 중앙대학교 식물유전육종 실험실 이러한 다양한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University of Cambridge의 저명한 식물바이러스학 전문가인 John Carr 교수 연구팀에 박사후연구원으로 합류할 수 있었으며, (https://www.plantsci.cam.ac.uk/research/groups/virology-and-molecular-plant-pathology) 식물 바이러스 연구, 진딧물-바이러스-식물의 상호작용 연구, 그리고 진딧물 감염성 dicistrovirus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사진 2. University of Cambridge/Virology and Molecular Plant Pathology group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연구를 시작한지 18년이 된 지금도 내가 연구자라는 사실에 기분 좋은 긴장감이 듭니다. 지금까지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도, 연구를 하며 힘들었던 수많은 순간들을 마주할 때도 지나온 길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는 건 저에게는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자부심이자 보람인데, 다만 출산과 육아는 생각보다 큰 이벤트였고 제 연구자의 삶을 잠시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엄마라는 자리를 얻게 된 후 많은 선택과 고뇌의 시간들을 겪으며 내적으로 더욱 단단해 졌습니다. 앞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굳건하게 연구를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준 지금의 상황에 감사하며, 이 전환점을 발판으로 즐겁게 연구를 하려고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유학을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저는 전적으로 유학의 경험을 갖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는 연구자들, 그 연구 환경과 무드를 온몸으로 느끼시길 바랍니다. 유학을 결심하셨다면, 대학연구실로 갈 것인지 아니면 연구소로 합류할 것인지 그 선택에 고민이 있으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저는 University of Cambridge의 Dept. of Plant Sciences 소속 대학연구실에서 연구를 하였습니다. 대학 연구실의 가장 큰 장점은 교육 커리큘럼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는데, 저는 학부 수업에 참여하여 Undergraduate team teaching 을 하였고 우수한 강의평가 점수로 저희 티칭팀은 캠브리지 대학에서 Commendation letter를 받았는데, 이는 학과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정말 값진 경험이었고, 대학연구실로 오게 된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연구적으로도 논문에서만 접했던 훌륭한 연구자들이 뛰어난 성과를 내며 연구하고 있고 서로 디스커션하며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충분히 연구도 잘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반면 더 좋은 연구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는 곳은 분명 연구소입니다. 캠브리지에도 저명한 Sainsbury laboratory 가 있으며, 연구자들에게 최상의 컨디션으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곳입니다. 방문할 때마다 대학연구실과는 또다른 분위기와 환경에 감탄할 때도 많았습니다. 캠브리지의 경우 Dept. of Plant Sciences 와 Sainsbury laboratory는 어느 곳에 소속되어 있던 자유롭게 소통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항상 있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지 꿈으로 가득 찬 지금, 부디 즐겁게 연구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응원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석사과정부터 바이러스 벡터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식물의 기능유전체 연구를 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식물 배수성 육종과 functional genomics, 조직배양, 분자마커개발, 클로닝, epigenetics, 진딧물 저항성 연구 그리고 물질분석까지 다채로운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앞으로의 저의 연구는 그동안의 경험을 모두 녹여서 식물, 바이러스, 그리고 진딧물의 상호작용 및 기능유전체에 대한 융합 연구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최근 COVID-19을 통해 바이러스의 위험성과 전염병의 파급력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졌을 것입니다. 식물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방제도 치료도 가장 어려운 것이 바이러스병입니다. 추후에는 다양한 생물종과 바이러스의 network 를 분석하고, 또한 바이러스 병을 유익한 방향으로 전환 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길고 긴, 그리고 끝이 정해지지 않은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되면 수많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희생 그리고 응원을 받으며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나의 길이 갑자기 희미해지는 순간이 오면 이게 무슨 민폐인가..라는 생각까지도 들곤 합니다. 차마 셀 수도 없는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 정리해서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학부 2학년, 신임교수님으로 부임하여 저에게 연구자의 길을 제안해주시고 지금까지 저의 멘토가 되어주시는 이긍표 교수님께 가장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PGBL의 1호 박사로서 안주하지 않고 늘 정진하는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PGBL 식구들. 텅 빈 신생 실험실을 의욕과 열정으로 함께 채워나갔던 PGBL의 모든 선후배들과 저희에게 여러모로 지원해주셨던 김정선 박사님께도 감사합니다. 실험실 후배로 만나서 이제는 인생의 친구가 된 사랑하는 동생들. 신젠타코리아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은지와 University of Florida에서 postdoc 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윤정이. 저의 연구인생에서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마운 동생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큰 울타리가 되어주셨던 학과의 교수님들, 김종기 교수님, 안영희 교수님, 故 정규환 교수님, 박희승 교수님, 이상현 교수님, 그리고 한상욱 교수님께도 감사합니다. 대학원 시절 늘 의지하며 힘이 되어준 실험동 언니 오빠 동생들에게도 모두 고마운 마음입니다. 바이러스 연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셨고 늘 따뜻하게 맞이해주셨던 최국선 연구관님과 홍진성 박사님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캠브리지에서 많은 추억을 함께한 윤주연 교수님, 든든한 언니같은 교수님과 앞으로도 많은 순간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영어 인터뷰에 도움받고자 알게 된 중앙대학교 다빈치교양학부의 송고은교수님은.. 저에게 은인이자 이제는 너무나 사랑하는 가족이 된 느낌입니다. 첫 유학길, 낯선 캠브리지에서 생활하면서 참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같은 학과에 있으면서 함께 밥먹으며 많은 힘이 되어주었던 정현주 박사님 그리고 김준혁 박사님 또 고동휘 박사, 허정옥 박사님. 대학교 선후배, 동기처럼 느껴지는 정말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물 연구하며 평생 만났으면 해요. 그리고 캠브리지 한인 생물학자 모임, 한남식 교수님, 최진욱 박사님, 임경태 박사님, 황우창 박사님, 이선민 박사님, 한승민 박사님, 염민규 박사님, 다른 분야를 연구하시지만 외로울 수 있는 타지 생활을 하며 서로의 집에 초대하고 때로는 펍에서 맥주한잔 하며 나누었던 시간들은.. 저에게 너무 소중했었습니다. 멋있는 박사님들을 늘 응원합니다! 또한 저를 진심으로 아껴주었던 캠브리지 Virology lab의 Prof. John Carr, Alex, Adrienne, Trisna, Netsai, Ebenezer, 그리고 실험실 동료로 만나 이제는 정말 친구가 된 Lewis, Warren, Anna 와 Ana 에게 많이 고맙습니다. 나의 강릉 친구들, 사랑하는 동희, 지현이, 보람이, 수진이, 중국에 있는 김대현 교수, 강릉대 치과대학 최종호 교수, 그리고 함께 연구자의 길을 걸으며 많이 의지했던 대학 친구 가천대 이설림 교수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친지 가족들, 언제나 저의 수호천사이신 작은이모부 작은이모께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항상 저의 입장에서 배려해주시고 사랑으로 감싸주시는 다정한 시부모님, 친정언니같은 쿨한 시누이 형님, 도련님 고맙습니다. 같은 연구자의 길을 걸으며 출산과 육아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편함 없게 힘든 일도 쉽게 해결해주는 마음이 넓고 따뜻한 선한 심성의 남편. 재생의학을 연구하고 있는 김용희 박사와 보석같은 나의 분신인 아들 범중이. 정말 많이 아끼고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닮고 싶은 우리 엄마 김옥정. 나도 엄마가 되어보니 더욱 위대하게 느껴지고 남다른 지혜로움을 갖고있는 엄마의 딸이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그리고 자라면서 흔한 다툼없이 다정하게 지낸 든든한 동생 성현이, 우리에게 가족으로서 큰 힘이 되어주고 있는 강아지 하루, 그리고 하늘에서 흐뭇하고 지켜보고 계실 한없이 다정했던 우리 이왕휘 아빠, 보고싶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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