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1년 반이 넘도록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COVID-19의 병태생리를 이해하고 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하여 판데믹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인 바이러스인 SARS-CoV-2 유전자 발현의 원리를 밝히고, 감염 후 인간 및 바이러스 유전자 발현 패턴의 변화를 분석하는 등의 기초연구가 필수적입니다. 작년 봄, COVID-19가 창궐한 초기에 장혜식 교수님, 김빛내리 교수님께서 이끄시는 연구팀에서 신속하게 SARS-CoV-2 전사체 (유전체에서 전사되는 RNA들의 총체) 지도를 제작하시고 연구 결과를 발표하셔서 SARS-CoV-2 기초 연구에 아주 중요한 기여를 하셨습니다. SARS-CoV-2 전사체가 밝혀진 이후, RNA를 번역하여 최종 산물인 단백질을 생산하는 번역 과정의 종합적인 양상, 번역체의 규명이 당면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이에, Weizmann Institute의 Noam Stern-Ginossar group에서 번역을 담당하는 리보솜이 위치하고 있는 전령RNA (mRNA) 조각을 수집해 분석하는 RPF-seq 기법을 사용하여 SARS-CoV-2 번역체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초기의 연구들은 대부분 African green monkey에서 유래한 세포주에 SARS-CoV-2를 감염시킨 실험 결과에 기반했기 때문에, SARS-CoV-2 감염 시 인간 숙주에서의 바이러스 및 인간 유전자 발현의 양상을 관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한, COVID-19의 병태생리를 이해함에 있어서 SARS-CoV-2 감염 후 시간에 따른 전사체와 번역체의 반응의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중요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음에도, 이에 해당하는 자료가 부재한 실정이었습니다. 따라서, 저희의 이번 연구에서는 SARS-CoV-2와 인간 숙주 유전체의 전사와 번역의 양상, 그리고 이에 더하여 microRNA 발현까지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NGS 실험들 (mRNA-seq, RPF-seq, QTI-seq, sRNA-seq)을 수행했습니다. SARS-CoV-2를 인간 세포주에 감염시킨 뒤 초기 (0~12 시간)부터 후기 (16~48시간)까지의 바이러스 및 인간 세포주의 발현 양상을 측정한 대규모의 고품질 데이터를 제작하고, 이를 생물정보학 기법으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시계열 수준에서의 SARS-CoV-2 번역체 지도를 완성했으며, 번역체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흥미로운 현상들을 다수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5′ leader 지역의 한 부위에서 강력한 번역 신호가 감지되었는데, 이는 비표준적인 CUG 개시 코돈에 해당했습니다. 저희는 이 부위를 translation initiation site located in the leader (TIS-L)이라 명명했으며, TIS-L이 SARS-CoV-2 번역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TIS-L은 각 SARS-CoV-2 mRNA의 단백질 코딩 지역의 상류에 위치하여 upstream ORF를 형성하기 때문에, 하류의 단백질 코딩 지역과의 겹침 및 주기 일치 여부에 따라 단백질 번역 효율을 증가 혹은 감소시킬 것으로 사료됩니다. 특히, TIS-L은 COVID-19 백신의 주 표적인 스파이크 단백질의 번역을 향상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luciferase reporter assay 실험을 통해 TIS-L이 실제로 스파이크를 비롯한 SARS-CoV-2 유전자들의 번역 효율에 영향을 미침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저희는 SARS-CoV-2 감염에 따른 인간 유전자의 발현 패턴 변화를 측정했으며, 유사한 시계열적 반응을 보이는 유전자 집단을 탐지하는 등의 분석을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SARS-CoV-2 감염 초기에는 세포 스트레스와 관련한 유전자들이, 후기에는 면역 반응과 관련한 유전자들이 크게 반응함을 확인했습니다. 본 연구를 통해 완성된 SARS-CoV-2 번역체 및 전사체의 시계열 수준의 지도와 그 분석 결과는 바이러스의 감염기작 및 병태생리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TIS-L을 표적으로 한 COVID-19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판데믹 사태의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림) SARS-CoV-2 mRNA 상 TIS-L의 위치와 번역 신호 (왼쪽) TIS-L은 SARS-CoV-2 전령RNA 단백질 코딩 지역의 상류에 위치하며, 개시 코돈과의 주기 일치 여부에 따라 번역 효율을 증가 혹은 감소시킨다. (오른쪽) TIS-L은 COVID-19 백신의 주 표적인 스파이크 단백질 (S)의 코딩 지역과 주기가 일치하기 때문에 단백질 발현량을 증가시킨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백대현 교수님, 고려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윤기 교수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박만성 교수님의 세 연구실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으며, 7명의 연구원이 공동 1저자로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박만성 교수님 연구실의 바이러스 실험 시설과 코로나바이러스 연구 전문성, 김윤기 교수님 연구실의 RNA 유전체 실험 전문성, 그리고 백대현 교수님 연구실의 생물정보학 분석 역량 등 각 연구실의 강점이 십분 발휘되어 한정된 시간 내에 값진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COVID-19는 매번 제 예상을 틀리게 만들었습니다. 바이러스가 슬금슬금 퍼지기 시작할 때, 얼마 안 가 진정될 사태라고 생각했지만 저는 여전히 마스크를 낀 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처음 저희 교수님께서 이 프로젝트를 제안하셨을 때에도 부담스럽고 내키지 않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바이러스를 전문으로 연구해오지 않은 내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이제 연구에 착수해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기 전에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자칫 그저 시류에 편승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건 아닐까’, ‘열심히 실험해서 분석해봤자 재미있는게 있을까’ 등등… 결론적으로 모든 것이 틀렸습니다. SARS-CoV-2를 공부하고 분석하면서 흥미를 느꼈고, 미천하게나마 제가 가진 분석 능력이 판데믹 사태 해결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책임감과 보람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연구를 제안해주시고 지도해주신 백대현 교수님과 함께 이끌어주신 김윤기 교수님, 박만성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외에도, 1년간 이 연구를 진행한 것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미 진행중인 논문이 있는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같은 저널에 비슷한 날짜에 게재되었습니다.) 또 다른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경험, 3개 연구실의 7명의 공동 1저자들과 함께 하는 대규모 공동연구의 경험 모두 흔히 겪기 어려운 것이었고, 이를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본래 microRNA의 표적 인식 및 저해 기작에 관한 공부를 해오다가 SARS-CoV-2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주제넘지만 이번 논문을 준비하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후배 연구자 대학원생분들께 말씀 드리자면, 새 분야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너무 두려움을 가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공부를 새로 하고 기술을 익히는 등 다소간의 적응 과정은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결국 “연구를 한다”는 본질의 측면에서는 기존 분야의 연구가 이루어지는 방식과 통하는 점이 분명히 있기에, 맨 처음 연구를 배울 때 보다는 수월하실 것입니다. 달리 바라보면, 새로운 도전의 두려움을 해소하고 연착륙을 가능케 하는 것은 결국 연구의 기본기, 사고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장착하고 새로운 일들에 도전하다 보면, 그 끝에는 넓어진 학문적 지평과 성장한 자신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5.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제가 대표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만, 이 논문이 빛을 볼 수 있도록 똑같이 고생하신 저희 연구실 김석준 박사님과 장희령, 안준학 연구원, 고려대학교 박주리 박사님과 장지윤, 박희도 연구원, 그리고 함께 실험에 힘써주신 다른 연구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코로나 때문에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한 번도 직접 뵙지 못한 분들도 계신데, 언젠가 한 자리에 모여 맥주 한 잔과 함께 축하할 날을 고대합니다. 또한, 제 지도교수이신 백대현 교수님과 고려대학교 김윤기, 박만성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세 교수님들의 긴밀한 소통, 엄청난 추진력과 지원이 없었다면 한정된 시간 내에 성공적인 연구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처음 한빛사 인터뷰를 통해 인사를 드리고 어느덧 5년이 흘러 다시 이 인터뷰를 작성하고 있는 기분이 묘합니다. 그 사이 눈에 보이는 대단한 성취나 성장을 이뤄냈는지에 대해 자평할 순 없지만, 학위도 취득하고 여러가지 경험들을 쌓을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짧지 않은 과정 동안 절 지지해준 동료들과 가족, 그리고 여자친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연구 소개의 기회를 주신 BRIC에 감사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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