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Harvard Medical School,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우리는 일상에서 사람들의 표정이나 관계를 보며 자연스럽게 반응합니다. 이처럼 사회인지는 단순히 타인의 행동을 해석하는 능력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예측하고, 그에 맞게 주의와 행동을 조직하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회적 인지와 판단이 뇌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실제 행동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전기생리학적 방법을 통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관찰자는 타인의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며, 그러한 이해는 실시간으로 주의와 행동을 어떻게 형성할까요? 저의 연구는 이러한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먼저 초기 연구(Champ et al., 2022)에서는 이 질문을 행동 수준에서 접근하였습니다. 그 결과, 영장류 관찰자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사카드(saccade), 특히 시선추종(gaze following)과 공동주의(joint attention)를 선택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중요한 순간에 맞추어 시선을 배치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사회적 이해가 명시적인 판단 이전에 이미 '어디를, 언제 바라보는가'라는 시선 행동 속에 드러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이후 저는 분석을 단일 뉴런 수준(single-neuron activity)으로 확장하였습니다 (Lee et al., 2024). 이 연구에서 저는 편도체의 단일 뉴런들이 저수준 시각 특징이나 단순한 정서적 가치(valence)를 넘어 '사회적 지위(social status)'라는 잠재 변수를 명시적으로 부호화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지위는 단순히 행동으로부터 추론되는 개념이 아니라, 뇌 안에 실재하는 신경학적 표현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흐름의 마지막 단계로, 본 논문에서는 LFP(Local Field Potential) 분석을 통해 이 질문을 네트워크 수준으로 확장하였습니다. 이 연구는 사회적 지위가 명시적인 신경 표현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이미 행동을 형성하기 시작함을 보여줍니다. 구체적으로, 사카드가 일어나기 전에 편도체-해마 네트워크는 사회적 지위에 따라 서로 다른 진동(oscillatory) 상태로 전환되며, 이를 통해 다음에 어떤 개인이 시선의 대상이 될지를 예측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세 연구를 종합해 보면, 사회인지는 단일 과정이 아니라 다중 해상도의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이해는 먼저 네트워크 상태를 조직하고, 그 다음 시선과 같은 행동을 유도하며, 마지막으로 단일 뉴런 수준에서 명시적인 표현으로 드러납니다. 이러한 관점은 사회인지를 지각 이후의 해석 과정이 아닌, 주의와 행동을 능동적으로 구조화하는 예측적 과정으로 재개념화할 수 있게 해줍니다.
Reference
[1] Champ, T. M., Lee, S., Martin, A. B., Bolles, C. M., Kim, S. W., & Gothard, K. M. (2022). Social engagement revealed by gaze following in third-party observers of simulated social conflict. Frontiers in psychology, 13, 952390.
https://doi.org/10.3389/fpsyg.2022.952390
[2] Lee, S., Rutishauser, U., & Gothard, K. M. (2024). Social status as a latent variable in the amygdala of observers of social interactions. Neuron, 112(23), 3867-3876.e3.
https://doi.org/10.1016/j.neuron.2024.09.010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미국 아리조나주 투손 (Tucson, Arizona, USA)에 위치한 아리조나 대학교 (The University of Arizona)에서 저의 박사 과정 동안 수행되었습니다.
제가 있던 Gothard Lab (www.gothardlab.org)은 감정과 사회적 행동을 조절하는 뇌 회로망의 핵심 영역인 편도체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인간 영장류 (non-human primate)를 대상으로 편도체 기능의 세포적 기초와 작동 기작을 탐구하는데, 이는 이들의 감정 처리 과정과 사회적 행동이 인간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실은 비인간 영장류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인간의 사회인지를 이해하고자 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6년간의 박사과정 연구가 이번 논문을 통해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되었습니다. 행동 수준의 분석에서 출발해 단일 뉴런, 그리고 LFP 분석까지 이어지는 큰 연구의 그림을 계획대로 완성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매우 뜻깊게 느끼고 있습니다.
비인간 영장류, 특히 원숭이를 이용한 연구는 다른 연구들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 도출에 대한 불확실성도 크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연구는 인간의 사회적 인지와 행동을 가장 가까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실험 모델이라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오랜 시간 고민해 왔던 이론적 질문들이 단순한 가설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뇌 안에서 신경학적으로 구현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연구자로서 큰 보람이자 자부심으로 남았습니다. 또한 현재도 관련 후속 연구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에 앞으로도 후배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우 의미 있게 느끼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유학을 준비하던 시기부터 실제로 유학을 막 시작한 초기, 그리고 학위를 마칠 때까지의 과정은 사실 처음에 세웠던 계획대로 흘러간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 속에서, 당시의 저에게 가장 의미 있고 최선이라고 믿는 선택을 하며 앞으로 나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구 주제나 전공의 방향도 바뀌었고, 기존에 세워두었던 계획들을 유연하게 수정해야 하는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계획이 바뀌더라도 항상 선택의 주체는 저 자신이었다는 것입니다. 스스로의 강점과 한계를 솔직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시간을 들여 하나씩 채워 나가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왔습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제 연구와 진로를 더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경험이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 방향을 정해 계획대로 꾸준히 나아가는 길이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그런 길도 분명 좋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계획이 바뀌거나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손해를 보거나 뒤처지는 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사 세옹지마'라는 말은 학창 시절에는 그저 외워야 하는 사자성어 중 하나로만 느껴졌지만, 살아가며 연구를 이어오다 보니 점점 더 크게 와닿는 말이 되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속도나 경로가 아니라,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선택을 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과 주변은 언제든 예상과 다르게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현재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메사추세츠 종합병원과 하버드 의과대학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Harvard Medical School) 소속 Williams Lab (zivwilliams.mgh.harvard.edu)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비인간 영장류와 인간을 대상으로, 의미론적 표현(semantic representation) 정보가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PFC)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종 간에 어떤 공통점과 차이를 보이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사회적 인지와 의사결정이 뇌 회로 수준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다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사회적 기능 장애를 이해하고 이를 돕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해 나가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이어오면서 가장 크게 느낀 장점 중 하나는, 매우 다양하고 폭넓은 연구 네트워크 속에서 서로 다른 관점과 방법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연구의 다양성이 유지되고 확장된다는 점 또한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연구자 간 교류와 연결을 한국에서 주도하고 있는 한빛사에서 인터뷰할 기회를 주셔서, 지난 인터뷰에 이어 이번에도 매우 감사한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많은 인사이트를 얻고, 의미 있는 시너지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곁에서 응원해 주는 가족들에게 깊은 사랑과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6.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