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KAIST, IBS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암 치료가 잘 끝났는데도 시간이 지나 다시 재발하거나, 아주 강한 항생제를 써도 일부 세균이 끝내 살아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 흔히 “운이 나빴다”거나 “예외적인 경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 그 이면에는 세포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생물학적 잡음’이라는 문제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유전자가 완전히 같은 세포들이지만, 실제로는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분해되는 과정이 매우 확률적으로 일어납니다. 그 결과, 어떤 세포는 약물에 잘 반응하지만, 일부 세포는 우연히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지면서 치료를 피해 살아남게 됩니다. 이런 세포들이 바로 암 재발이나 항생제 내성의 씨앗이 됩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제어하기 위해 주로 세포 집단의 평균값을 맞추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평균적으로 단백질 양이 적당하면 괜찮다고 판단해 온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평균이 맞아도, 개별 세포를 들여다보면 편차가 너무 커서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평균 물 온도가 40도라고 해도, 뜨거운 물과 찬물이 번갈아 쏟아진다면 제대로 씻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러한 ‘평균의 함정’을 넘어서는 것이 본 연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KAIST 김재경 교수님 연구팀과 POSTECH 김진수 교수님 연구팀의 협업을 통해, 단순히 평균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 하나하나의 흔들림, 즉 잡음 자체를 제어할 수 있는 원리를 찾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생물학적 반응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고, 잡음을 감지하고 억제하는 새로운 개념의 잡음 제어기(Noise Controller)를 제안했습니다.
잡음 제어기의 시작은 단백질이 서로 결합해 짝을 이루는 이합체(dimer) 반응이었습니다. 이 반응의 수학적인 의미를 해석했을 때, 세포 내의 잡음을 감지하는 일종의 ‘센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다만, 잡음을 감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줄여주는 장치가 필요했죠. 그래서 저희는 단백질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어질 경우, 이를 즉각적으로 분해하는 분해 기반 제어 원리를 함께 도입했습니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하면서, 외부 환경이 바뀌어도 세포 내부의 잡음 수준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잡음 견고 완전 적응’ 상태를 이론적으로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세포 간 변동성을 생물학적 시스템이 도달할 수 있는 최소 한계로 여겨지는 수준까지 억제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이 원리가 실제로 의미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대장균의 DNA 복구 시스템에 이 잡음 제어기를 가상으로 적용해 보았습니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DNA를 복구하는 단백질 양이 세포마다 크게 달라 약 20%의 세포가 복구에 실패했지만, 잡음 제어기를 적용하자 세포 간 편차가 줄어들면서 사멸률이 7%까지 낮아졌습니다. 수학적 설계만으로 세포의 생존 확률을 크게 개선한 것입니다.
또한 KAIST 조병관 교수님 연구팀과의 추가적인 협업을 통해, 이 잡음 제어기 구조가 생물학적으로 충분히 타당하지만 실제 구현을 위해서는 어떤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 자체가 이론과 실험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의미는, 그동안 운이나 우연으로 여겨졌던 세포 간 잡음을 제어 가능한 대상으로 끌어냈다는 점입니다. 이는 기존의 ‘평균 제어’ 패러다임을 넘어, 개별 세포 하나하나의 운명을 정밀하게 다루는 단일 세포 제어로 나아가는 중요한 발판이 됩니다.
앞으로 이 원리는 암 치료 내성 극복, 항생제 내성 문제, 나아가 원하는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스마트 미생물 설계 등, 정밀한 세포 제어가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KAIST 수리과학과 수리생물학 연구실과 IBS 의생명수학그룹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KAIST 수리과학과에서 김재경 교수님의 지도 하에 석박사통합과정을 밟고 있는 동시에 김재경 교수님께서 책임연구자로 계시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의생명수학그룹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의생명수학그룹은 김재경 교수님 외에 선임 연구원 2명, 박사 후 과정 4명, 대학원생 6명 및 KAIST, 서울대, 고려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의 학부생 인턴들이 속해 있습니다. 그룹에서는 수학적 방법론을 통해 생물학 시스템을 이해하고, 질환의 발병 원인을 규명하며 치료제 개발 등에 기여하는 연구를 추구합니다. 이를 위해 식물 및 동물 실험을 하는 생물학자 분들과, 수면의학 및 정신과 분야의 의사분들, 약학자 분들, 심지어 심리학자 분들을 포함한 정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의생명 분야의 복잡한 문제들이 수학을 통해 놀라울 만큼 단순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학의 힘을 자주 실감합니다. 실험만으로는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운 생물학적 과정도, 수식으로 표현하면 핵심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연구 역시 생물학적으로는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구조를, 연구 목적에 맞게 수학적으로 설계하고 구현한 사례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가 공부해온 수학이 실제 연구 현장과 우리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고, 그 점에서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지금까지 연구를 하면서 느낀 점은 수리생물학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가 두 가지라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의 소통입니다. 생명·의학 현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를 수식으로 모델링하는 능력을 한 사람이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수학적 접근에 강점이 있는 연구자라면, 생물학적 현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설명해 줄 수 있는 공동연구자와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이번 연구 역시 생물학자분들과의 긴밀한 논의를 통해, 저희가 제안한 잡음 제어기가 실제 생물학적 맥락에서 가능할지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끈기입니다. 수리생물학은 하나의 생명 현상이나 한 가지 방법론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생물학적 문제와 그에 맞는 여러 수학적 기법을 계속해서 학습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끈기 있게 넘겨가다 보면 결국 의미 있고 좋은 연구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와 관련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희가 제안한 구조를 아직 생물학적으로 구현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저희가 개발한 구조에서는 하나의 단백질이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이러한 기능을 만족하는 단백질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향후 공학 생물학자분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 구조를 실제 생물학적 시스템에서 구현할 수 있다면, 매우 흥미롭고 의미 있는 후속 연구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가 제안한 구조에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수학적 성질들도 남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어떠한 매개변수 조건에서 이 잡음 제어기가 안정적으로 수렴하는가’라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성질을 엄밀하게 증명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법을 넘어서는 새로운 수학적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이 현재 저희의 판단입니다. 이 부분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중요한 연구 주제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깊이 있게 고민해 나갈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처음 연구의 아이디어를 제시해주고 함께 연구를 이끌어 나간 문석환 학생, 연구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신 김재경, 김진수 교수님, 연구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공저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저희 팀에 부족한 생물학적 지식들에 대해 아낌없는 조언을 주신 조병관 교수님, 김강산 박사님, 김진영 학생에게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김재경 지도교수님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며 어엿한 연구자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의민, 대욱, 석주, 혁표, 윤민 선배님, Olive, 강민, 민아, Aqsa 후배님, 현, 규영, 진우, Shingo, Chit, Fanpeng 박사님, 형준, 석환, 다솜, 동연 학생을 비롯한 여러 인턴분들까지, 모든 전 현 연구실 동료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믿고 지지해주는 가족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등록일 202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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