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최근 비만 연구 분야는 GLP-1 계열 약물의 등장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 약물들은 체중 감소에 분명한 효과를 보이며, 비만을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바라보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만 약물을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경우가 많고, 사람마다 반응이 다른 이유나 장기적으로 대사가 어떻게 조절되는지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는 체중과 에너지 균형이 단순히 식욕 조절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이 스스로 설정한 복잡한 생리적 조절 과정에 의해 유지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최근 연구들은 어떻게 살을 뺄 것인가보다는, 우리 몸이 어떤 기준으로 에너지를 저장하고 소비하는지를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특히 체중이 줄어든 이후에도 몸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신경계와 호르몬, 면역계가 함께 작동하는 조절 기전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지방조직을 단순한 저장 기관이 아니라 여러 생리적 신호가 모이는 대사 조절의 중심 공간으로 바라보는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에너지 소모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지방조직이 무조건 체중 감소 방향으로만 반응하지는 않으며, 호중구가 IL-1β를 통해 지방조직의 과도한 지방분해를 억제함으로써 에너지 균형을 유지하는 데 관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우리 몸의 항상성 유지는 면역과 대사가 함께 작동하는 보다 복잡한 과정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비만 연구가 단순히 체중 감소 효과를 평가하는 데서 벗어나, 우리 몸이 에너지 균형을 어떻게 설정하고 유지하는지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관점이 비만과 대사질환을 보다 근본적인 생리 조절의 문제로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저는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이러한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에는 지방조직에 증가한 호중구가 갈색지방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로 접근했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한 마우스 모델에서 호중구를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아, 당시에는 꽤나 낙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여러 대사 지표들을 다시 살펴보던 과정에서, 지방분해 과정에서의 차이를 발견하게 되었고, 오히려 이 점이 논문의 스토리를 더 흥미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처음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이었지만, 전화위복이 되어 연구의 핵심 메시지를 정리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제가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UC San Diego 의과대학의 Alan Saltiel 교수님 실험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Alan Saltiel 교수님의 연구실은 인슐린, 카테콜아민, 글루카곤과 같은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는 에너지 대사의 분자적 기전을 연구하며, 지방과 간 조직에서의 대사 조절과 세포 간 신호 전달, 그리고 비만과 당뇨병을 연결하는 염증 기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UC San Diego는 호르몬 신호와 대사 조절, 비만과 당뇨병의 분자적 기전을 연구하는 수많은 연구자들이 오랜시간 거쳐간 기관으로, 특히 대사 생리와 염증 반응을 연결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UCLA와 공동으로 운영되는 Diabetes Research Center (DRC)를 통해 당뇨병과 비만, 대사질환 연구를 위한 폭넓은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다양한 연구자들이 협력할 수 있는 환경과 함께, 대사 생리, 유전체 분석, 이미징 등 전문 코어 시설이 잘 구축되어 있어 대사와 염증을 연결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가장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연구는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은 아니지만,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전에는 없던 개념과 해석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지적인 즐거움을 느낍니다. 선배 연구자들이 축적해 온 지식과 경험 위에 저의 발견을 하나 더 보탬으로써, 제가 몸담고 있는 연구 분야를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는 점이 과학을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기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연구가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질병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강점과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연구하고 과학을 하는 것은 아니며, 더 나은 단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양한 접근 방식이 있으며, 각자의 방식이 충분히 의미 있는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가장 흥미를 느끼는 '질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 스스로도 설렘을 느끼지 못하는 질문이라면, 그 연구의 중요성을 다른 사람에게 설득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견디고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도, 질문에 대한 내적 동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과학의 진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 공동체의 협력을 통해 축적되어 왔다고 배웠습니다. 동료와 선후배 연구자들과의 협력은 연구의 깊이와 폭을 넓히고, 결국 더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식과 경험을 나누며 함께 나아가려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박사과정 동안 인플라마좀을 중심으로 한 선천면역 신호 전달을 연구하며, 염증 반응이 어떻게 조절되고 유지되는지에 대한 분자적 이해를 쌓아왔습니다. 박사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선천면역 연구 경험을 대사 생리학으로 확장하여, 면역 신호가 지방조직의 기능과 에너지 균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으며, 현재는 대사 스트레스에 의해 유도되는 지방조직 초기 염증의 분자적 기전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독립적인 연구자로서는, 지금까지 축적해 온 선천면역과 대사 생리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면역과 대사 시스템 간의 상호작용을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연구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특히 면역 신호가 대사 조직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조건과, 동일한 신호가 어떤 맥락에서는 만성 염증과 대사질환으로 전환되는지를 구분 짓는 분자적/ 세포적 경계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지방조직을 중심으로 대사세포와 면역세포 간의 상호작용이 에너지 균형과 염증 반응을 어떻게 조율하는지를 연구하고, 대사 환경에서 나타나는 염증 반응을 physiological inflammation의 관점에서 재정의하고자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연구를 통해 비만과 대사질환을 보다 근본적인 생리 조절 실패의 문제로 이해하고, 새로운 면역대사 조절 체계에 대한 개념적 틀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타지에서의 육아와 연구 생활을 함께 감당하며 큰 힘이 되어 준 사랑하는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묵묵히 오랜 시간 곁에서 응원해 주신 부모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논문 투고로 특히 바빴던 시기에,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와서 도움을 주신 장모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와 방향에 대해 많은 조언과 교감을 나눌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Alan Saltiel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박사과정 졸업 이후에도 꾸준히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지도교수님 유제욱 교수님께도 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연구 과정에서 함께 의견을 나누고 실험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신 동료 연구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등록일 2025.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