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에 발표한 논문은 Theranostics에 게재된 연구로, 정밀 당화(precision glycosylation) 기반 알부민 나노플랫폼을 이용해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을 표적하는 전략을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 암 치료 및 진단 연구의 큰 흐름은 단순히 암세포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암을 둘러싼 면역세포, 섬유아세포, 대사 환경까지 포함한 '종양 미세환경 전체'를 이해하고 조절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환경 속에서 나노입자가 어떤 세포와 상호작용하는지를 정밀하게 해석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저희 연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단백질에 어떤 당(sugar)을 붙이느냐에 따라 체내에서 만나는 세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이 논문은 사실 하루아침에 나온 결과가 아니라, 2012년부터 이어온 알부민 플랫폼 연구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2019년 같은 저널인 Theranostics에 발표한 Versatile and finely tuned albumin nanoplatform based on click chemistry 연구에서는 클릭화학을 이용해 알부민 표면을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체내 반감기를 조절할 수 있는 Clickable Albumin Nanoplatform (CAN)의 개념을 처음 제시했습니다.
이어 2022년 ACS Nano 논문에서는 순환시간을 최적화한 알부민 플랫폼을 통해 폐 전이 병변을 조기에 영상화하는 진단 응용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에서는 그 플랫폼 위에 '당화'라는 새로운 변수를 더해, 같은 알부민이라도 어떤 단당을 붙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세포 집단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Mannose, galactose, glucose를 각각 정밀하게 도입하자 어떤 플랫폼은 간 대식세포로, 어떤 플랫폼은 간세포로, 어떤 플랫폼은 종양 미세환경 세포로 선택적으로 분포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들을 동시에 주입했을 때조차, 서로 경쟁하지 않고 각기 다른 세포 집단을 찾아가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PET 영상 결과와 공간 전사체 분석 데이터가 서로 정확히 맞아떨어졌을 때였습니다. "우리가 설계한 당 하나의 차이가 실제 생체 내 세포 수준의 차이로 이어지는구나"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분자 설계가 생명 시스템과 직접 연결되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이 분야는 단순히 '어디에 약을 보낼 것인가'가 아니라, '종양 안에서도 어떤 세포 집단에 약을 보낼 것인가'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연구는 서울대학교병원 핵의학과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병원 기반 연구 환경 덕분에 단순히 나노입자를 합성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플랫폼이 실제 영상 진단과 치료 전략으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연구를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의학, 화학, 생명과학, 영상과학 분야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한 다학제 융합 연구였으며, 최근에는 공간생물학 및 AI 분석 기술과도 결합하면서 연구의 깊이와 해석 범위가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사실 이번 논문의 초기 데이터는 2020년에 얻은 결과에서 출발했습니다. 그중 mannose 기반 결과를 토대로 2022년 ACS Nano 논문을 먼저 발표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미생물학교실 석승혁 교수님, 정혜원 박사님과 함께 대식세포와 종양연관대식세포(TAM)에 대한 연구를 깊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 협업을 통해 면역세포의 다양성과 기능적 이질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고, 알부민 플랫폼을 이용해 특정 면역세포 집단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연구를 확장하면서, 단당류 중 하나인 글루코오스가 M1 타입 대식세포의 대사 특성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고, 이를 기반으로 급성 신장질환을 표적하는 치료 연구로도 이어졌습니다 (Optimization of M1 Macrophage Targeting Using a Glucosylated Albumin Nanoplatform for ROS Scavenging and Mitochondrial Rescue in Acute Kidney Injury. Journal of Nanobiotechnology, 2026)
이처럼 하나의 플랫폼이 질환과 표적 세포에 따라 계속 새로운 방향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면서, 정밀하게 제어 가능한 알부민 플랫폼이라는 개념 자체의 힘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통해 이 개념이 실제 생체 시스템에서 반복적으로 입증될 때마다 연구자로서 큰 보람과 희열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제 연구는 항상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분자 하나를 바꾸면 생체 안에서는 무엇이 달라질까?"
처음 알부민 플랫폼 연구를 시작했을 때도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단백질을 조금 더 정밀하게 제어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있었고, 그 질문이 쌓이다 보니 지금의 연구 주제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지금 당장 커 보이지 않는 질문이라도 끝까지 붙잡고 가 보라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 질문이 여러분만의 연구 정체성이 됩니다.
이 분야는 화학, 생명과학, 의학, 공학, 데이터과학이 모두 만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바로 그 융합성이 여러분을 더 경쟁력 있는 연구자로 만들어 줍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분야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 앞으로는 더 큰 힘이 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 단당의 미세한 입체화학적 차이만으로도 나노플랫폼의 세포 표적성과 생체 내 분포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는 이 개념을 종양 분야를 넘어 염증성 질환 영역으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염증 조직에서는 면역세포의 대사 상태와 세포 아형 구성이 질환의 진행과 치료 반응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세포 특이적 나노플랫폼의 활용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관련 기술은 현재 '클리켐바이오' 라는 창업 회사를 통해 임상화 노력이 진행중이고, 그 과정에서 나노의약품이 지닌 효능을 증명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이러한 정밀 나노플랫폼 설계 기술을 의약품 분야뿐 아니라 화장품·코스메슈티컬 영역으로도 확장하고 있습니다. 피부 역시 면역세포, 섬유아세포, 각질형성세포 등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미세환경이라는 점에서, 저희가 연구해 온 "세포 특이적 나노전달" 개념이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는 나노소재 기반 화장품 원료의 안전성과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고 표준화하기 위해, Starstech와 협력하여 나노코스메틱 소재를 개발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함께 화장품용 나노원료의 물성·기능 평가 및 표준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소재를 개발하는 수준을 넘어, 나노소재가 산업적으로 신뢰 받고 활용될 수 있는 측정·평가 기준을 확립하는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한 가지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었던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연구의 방향을 잡아주시고 늘 큰 그림을 보게 해주신 이윤상, 임형준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지금 이 연구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연구실 화학팀 멤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실험 하나, 데이터 하나에 함께 고민하며 쌓아온 시간들이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금의 열정 그대로 멋진 연구 성과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연구와 학위 과정을 함께 버텨내고 있는 후배들이 각자의 연구를 잘 마무리해, 자신만의 길을 자신 있게 걸어가게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등록일 202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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