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논문은 저강도 초음파로 뇌 심부를 자극하여 인간 시각경험의 변화를 유도한 연구입니다. 보통 초음파는 복부 영상 촬영에 쓰이지만, 초점을 맞추어 뇌에 쏘아주면 해당 영역의 신경세포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전자기파를 이용한 기술과 달리, 초음파는 뇌의 표면뿐 아니라 깊숙한 영역까지 닿을 수 있고, 밀리미터 단위로 정교한 조준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저강도 집속초음파(low-intensity focused ultrasound) 자극술은 2010년대부터 인간에의 적용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의식에 중요한 부위로 알려진 시상(thalamus)을 크게 네 부위로 나누어 차례로 자극하고, 총 60명의 피험자에게 다양한 사물의 이미지를 짧고 희미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미지 가운데는 실제 사물이 아닌 가짜 이미지(phase scrambled)를 섞어, 피험자가 이를 얼마나 잘 걸러내는지 확인했습니다. 예컨대, 피험자가 실제 사물을 '의식하고', 가짜 이미지는 '의식하지 않는다면', 변별력이 높은 셈이 됩니다. 그 결과, 전복측(앞-아래쪽) 시상을 자극했을 때 이러한 변별력이 상승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변별력 상승은 해당 부위의 뇌세포 구성 및 대뇌와의 연결성과도 상관이 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여러 시사점을 가집니다. 초음파 자극술이 여러 방면에서 연구되어 왔지만, 인간의 의식적 시각경험을 직접 조절하는 연구는 이 연구가 최초입니다. 시상과 같은 뇌 심부가 의식경험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밝힌 것도 주요한 부분입니다. 기술적으로는, 개별 피험자에 대한 뇌 구조 촬영 없이 표준 뇌 이미지를 피험자의 머리 크기에 맞게 확대/축소하여 이를 자극술에 활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뇌 구조 촬영에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소모되는데, 이 방법을 통해 전체 실험 과정을 상당히 간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초음파 자극술은 외과적 수술 없이 뇌 활동을 일시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유망한 기술입니다. 본 연구에서는 초음파를 특정 영역 및 회로의 기능을 밝히는 탐침(probe)으로써 과학적으로 활용하였습니다. 그러나 또한 많은 연구에서는 신경 및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 수단으로써의 사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당 기술의 발전을 예의주시해 주세요.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미시간대학교 의식과학센터(Center for Consciousness Science)에서 수행되었습니다. 이 센터는 2014년 의식 연구자이자 마취과 의사인 조지 마슈어(George Mashour) 교수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의식 연구를 주 목적으로 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연구기관 중 하나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별이나 행성에 표면과 핵이 있듯이, 학문도 그러합니다. 풀기 어렵고 철학적인, 말하자면 "뜨거운" 질문들이 모든 학문의 핵에 존재합니다. 신경과학도 하나의 별이라면, 의식 문제가 그 핵일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핵이 있다는 것은 아는데, 얼마나 뜨거운지, 얼마나 깊은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나는 왜 깨어 있을까, 뇌는 마음을 어떻게 일으키는 걸까(일으키긴 하는 걸까), 마음이란 건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등의 질문들은 생물학, 특히 뇌를 공부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품어본 의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뇌과학 연구가 궁극에는 마음의 본질을 밝히는 것으로 수렴하므로, 나름의 방식으로 의식 문제를 향해 "굴착"하고 있는 셈일 테지요.
누군가가 혼자 힘으로 의식의 미스터리를 풀겠다(풀었다)고 선언한다면 그것은 마치 드릴 하나로 지각에서 내핵까지 파내겠다(파냈다)는 말처럼 허황될 것입니다. 그러나 세대에 걸쳐 여러 사람의 힘으로, 또한 (이 연구가 그랬듯) 최신 기술의 도움으로, 작은 실마리를 모아 간다면, 마치 우리가 직접 본 적 없는 맨틀, 외핵, 내핵의 크기와 성분을 아는 것처럼, 문제를 전부 풀지는 못해도 대강의 파악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희망입니다.
자신이 딛고 선 이 학문의 토대 밑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결국 자신이 어디를 향해 파내려가고 있는지를 한 번쯤 퇴고해 보는 것은 어쩌면 모든 학자에게 권할 만한 일이 아닌지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초음파 기술과 의식 연구 모두 아직 걸음마 단계이며 (주로 해외에 위치한) 소수 연구자의 네트워크에 의해 집중적으로 탐구되고 있습니다. 그처럼 성숙기에 접어들지 않은 학문 분야의 경우 그러한 주제를 명시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소 및 연구실에 소속되어 연구를 수행하는 편이 효율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의식 문제에 한하여 논하자면, 이른바 여러 의식 '이론'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인데, 학생 시기에 특정 '이론'에 너무 천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도 합니다. 이 분야가 아직 무언가를 이론화하기에 이르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Biyu J. He, Communications Psychology 2025 참조)
또한, 아직 이 분야에서 제대로 된 혁신(breakthrough)이 없다 보니, 학문적 논의가 거대한 꼬리잡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도 받습니다. 말하자면, 어떤 과학자가 독창적으로 내놓은 생각이 이미 한두 세대 전 철학자들에 의해 제시되었다든가(제 얘기냐고 묻지 마세요), 100년 전에 윌리엄 제임스가 해 놓은 생각들이 현대에 재발견되어 다시 논의된다든가… 그래서 이 분야는 최신 연구에 대한 이해 못지않게 고전을 탐독하는 일도 중요해 보입니다. (제 자신에게 하는 충고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개인적으로 2026년에 박사 졸업을 앞두고 있으며, 이후에도 관련 분야 연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크게는 의식을 측정하는 여러 지표를 개발하고, 또 이를 제어하는 초음파 자극술 연구를 수행하려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의식과학 연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제가 운영 중인 '한국의식과학학술회(kacs.me)'에 참여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인터뷰 기회를 주신 BRIC에 감사합니다.
#의식
#초음파 자극술
#시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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