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KAIST, AI-혁신신약연구단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은 인플루엔자 A바이러스(IAV), SARS-CoV-2처럼 세계 보건을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대표적인 감염병입니다. 특히 상기도·비강 점막에서 감염이 시작된다는 점 때문에, 국소적으로 작용하면서도 전신 부작용이 적은 항바이러스 제제에 대한 수요가 매우 큽니다. 이런 배경에서 최근 주목받는 분자가 ‘인터페론-람다(Interferon-Lambda)’ 입니다. 인터페론-람다는 점막 상피세포 표면에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수용체를 통해 국소적 항바이러스 반응만을 유도하기 때문에, 이를 비강 제형 항바이러스 예방약으로 개발하였을 때 전신 독성은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비강 투여용 인터페론-람다 변이체 개발 연구의 요약 (Yun et al. 2025)
그러나 인터페론-람다와 같은 단백질은 대부분 열에 약하고, 단백질 분해효소(protease)에 의해 쉽게 분해될 수 있으며, 비강 조직 특성상 점액 섬모운동 때문에 약물 전달이 쉽지 않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비강 제형으로 개발되기에는 큰 한계가 있었습니다. 본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 기반 단백질디자인’과 ‘당공학(glyco-engineering) 기술’을 결합해 구조적 안정성이 높고, 점막 확산성이 뛰어난 신규 인터페론-람다3 변이체(G-hIFN-λ3-DE1)를 개발한 것입니다.
특히 연구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AI-기반 단백질디자인으로 인터페론-람다 단백질의 불안정한 루프(loop)구조를 완전히 재설계해 ‘새로운 α-helix’를 만들어 넣는 작업이었습니다. 이 설계가 성공하면서 변형체는 탁월한 열 안정성(Tm>90℃)과 단백질 분해효소에 대한 내성을 보이며, 50°C고온에서 2주간 보관해도 항바이러스 활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뛰어난 저장 안정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특정 위치(D35)에 새로운 N-glycan을 부여하는 당공학을 통해 단백질의 생산성 및 점액 내 확산 능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발견했을 때 연구팀 모두가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KAIST 생명과학과 김호민 교수님의 ‘Lab for Integrated Protein Design & Structure (LIPDS)’ 연구실을 중심으로 수행되었습니다. LIPDS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Cryo-EM과 X-ray crystallography를 기반으로 한 단백질 구조생물학과 최신 AI-기반 단백질디자인 기술을 활용한 단백질 설계를 한 공간에서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구조 분석, 설계, 검증 실험까지 빠르게 순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이번과 같은 단백질 공학 기반 신약 개발 연구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KAIST는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연구실들이 밀집해 있어, 이번 연구가 자연스럽게 다학제적 융합연구로 확장될 수 있었던 점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약물 전달 분야의 ‘생명과학과 정현정 교수님 연구실’, 점막 면역 분야의 ‘의과학대학원 오지은 교수님 연구실’, 인공지능(AI) 분야의 ‘전산학부 차미영 교수님 연구실’의 협력이 더해지면서 연구의 깊이와 완성도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대전에 위치한 KAIST는 ‘대덕 연구단지’와 인접해 있어, 다양한 국가 연구소와의 협력이 매우 용이합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기초과학연구원 리서치솔루션센터’의 초고성능컴퓨팅 자원을 활용할 수 있어 컴퓨터 계산이 많이 필요한 단백질 설계 작업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으며, ‘한국화학연구원 감염병 예방 진단 기술 연구센터’ 와의 협력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 실험과 면역 반응 분석을 진행함으로써 인터페론-람다 변이체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실질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단백질 구조생물학과 AI 기반 단백질 디자인이라는 두 분야가 빠르게 융합되는 과도기에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매 단계마다 “정말 새로운 방식으로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완전히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직접 확인하는 경험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연구도 마찬가지였는데, 기존 단백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설계한 구조가 실제로 안정하게 접히고, 세포와 동물모델에서 의미 있는 항바이러스 효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며 연구자로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점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를 잇는 연결고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구조생물학, 인공지능, 약물 전달, 점막 면역, 바이러스학 등 서로 다른 언어와 실험 방식을 가진 연구자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다학제적 연구가 가져오는 시너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심에서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다음 실험 방향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어려우면서도 큰 자부심을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설계한 단백질이 누군가에게 실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할 때마다 연구자로서 보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최근 AI 기반 단백질디자인이 빠르게 발전하고, 2024년에는 관련 기술이 노벨화학상까지 수상하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후배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제 생각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단백질을 ‘어떻게’ 설계할지 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어떤’ 단백질을 ‘왜’ 설계할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기술 자체는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배울 수 있고, 노력의 총량도 결국 비슷합니다. 하지만 연구자가 스스로 던지는 질문의 깊이와 방향에 따라 연구의 의미와 파급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백질 디자인은 수단일 뿐이고, 어떤 생물학적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그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한 가지는, 대학원이나 연구실 생활이 결국 자신의 프로젝트 하나만으로도 벅차고 바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가능하다면 주변 동료들의 연구에도 관심을 가져보라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분야의 고민을 듣고,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도우면서 배우게 되는 지식과 통찰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오히려 내 연구에는 없는 아이디어나 접근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고, 협업 과정에서 연구자로서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됩니다. 저는 이런 경험들이 결국 제 연구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중요한 기회였다고 느꼈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 AI 기반 단백질디자인이 실제로 의약품으로 활용 가능한 단백질을 만드는 데 얼마나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접근을 더욱 발전시켜, 구조생물학과 AI 디자인, 그리고 면역학적 평가를 모두 결합한 단백질 의약품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특히 기존 방식으로는 만들기 어려웠던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진 백신 및 단백질 치료제를 설계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단백질을 단순히 안정화 또는 기능을 개선하는 수준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갖는 분자를 ‘설계해서 만드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가 완성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연구의 방향을 잡아 주시고 끝까지 세심하게 이끌어 주신 김호민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을 한 프로젝트 안으로 자연스럽게 모아 주시고, 어려운 순간마다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해주신 덕분에 연구가 흔들림 없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또 함께 협업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다양한 가르침을 주신 정현정 교수님, 오지은 교수님, 차미영 교수님, 김균도 박사님, 그리고 다양한 실험과 분석을 함께해 주신 많은 동료 연구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서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나누어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연구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로 성장하는 여정을 묵묵히 응원해 준 가족들에게 특별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연구가 잘 풀리지 않거나 길게 돌아가는 순간에도 믿어주고 기다려준 덕분에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번 연구에서 배운 경험과 협업의 의미를 잊지 않고, 더 좋은 연구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등록일 2025.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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