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University of Utah College of Pharmacy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논문은 최근 Semaglutide, Resmetirom 등 신규 치료제가 도입되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s, MASLD) 분야에서, 신규 치료제의 비용-효과성을 평가할 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경제성 평가 연구입니다. 경제성 평가연구는 일반적으로 새로운 치료제 도입 시 임상적 효과 개선과 추가 비용을 장기간 시뮬레이션을 통해 비교함으로써, 특정 보건의료체계 또는 사회에서 새로운 치료제 또는 기술의 도입이 추가적인 비용 대비 효과적인지를 평가하게 됩니다.
MASLD는 선진국에서 가장 흔한 만성 간질환중 하나이며, 대사이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질환이라는 특성상 간경변증, 간세포암 등 간 관련 합병증뿐 아니라 비만,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대사질환과 연관된 심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임상적, 경제적 부담을 유발합니다. 기존에는 MASLD에서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약물치료가 제한적이어서 생활습관 교정 등을 중심으로한 보조적 치료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Resmetirom의 도입과 더불어 GLP-1 수용체 작용제(세마글루타이드 등)를 포함한 약물치료에 대한 근거가 축적되면서, MASLD, 특히 염증과 섬유화를 동반한 환자들의 치료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에 있습니다. 새로 도입되거나 개발 중인 치료제들은 임상시험에서 조직학적 개선, 즉 섬유화의 호전 등을 보였으나, 간 관련 사건 또는 대사질환 관련 사건을 포함한 장기적인 임상적, 경제적 가치에는 여전히 연구의 공백이 있습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단기적인 섬유화의 개선을 장기적인 비용과 건강결과로 연결하는 의사결정 모형을 구축하고, 비용-효과성 분석의 틀을 제시하였습니다. 특히 장기간 추적관찰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여, 다양한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비용-효과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체계적으로 검토하였고, 여러 가정하에서 치료제가 비용-효과적일 수 있는 시나리오들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치료제의 개발과 도입에 관련된 의사결정에 기여하고자 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사회약학연구실에서 이의경 교수님의 지도하에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미국 유타대학교 약학대학 약물치료학과 (Department of Pharmacotherapy, University of Utah College of Pharmacy)에서 특정 약물뿐 아니라 인구 단위의 스크리닝 등 다양한 관점의 경제성 평가 연구와, 이에 필요한 보건의료 데이터의 분석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유타대학교 병원 시스템 (University of Utah Health) 은 미국 서부 로키산맥 서쪽의 다섯 개 주(네바다, 몬타나, 아이다호, 와이오밍, 유타)에서 유일하게 NCI 지정 암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다양한 의료적 필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폭넓은 자료원과 인구기반을 바탕으로 활발히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배경의 연구자들과 협업할 수 있는 네트워킹 플랫폼이 잘 구축되어 있고, 유타주 전체 건강보험 청구자료 (All Payer Claims Data, APCD) 및 유타주 인구집단에서 가족 정보까지 연결되어 있는 독특한 자료원인 Utah Population Database (UPDB)뿐 아니라 TrinetX, Epic Cosmos 등 다양한 자료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다만 본 연구는 제가 속한 유타대학교에서 주도한 연구가 아니라, 다양한 기관 소속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팀이 긴밀히 협력하여 수행한 결과물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분과의 임상 전문가분들과 치열하게 토론하며 협업했던 시간이 특히 의미있고 기억에 남습니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전대원 교수님, 윤아일린 교수님, 김미미 교수님과 명지병원 가정의학과의 박희열 교수님께서 임상 현장에서 마주하는 중요한 연구질문을 제시해 주시면 삼육대학교 약학대학 김혜린 교수님과 박지현 선생님, 그리고 유타대학교의 제가 경제성 평가 연구자로서 해당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하고, 임상 현실을 모형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임상전문가들께서 연구 결과를 해석하고 교차검증해 주시며, 모형으로 단순화 하는 과정에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짚어 주시면 이를 다시 시뮬레이션 모델에 반영하여 분석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임상 현실에 적용가능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분석모형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제가 수행했던 경제성 평가연구 중 일부는 실제 건강보험 급여 결정에 활용된 경험이 있습니다. 치료제의 임상적, 경제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하여 분석한 뒤, 치료제의 가치를 규명하고, 치열한 정책 결정 과정을 거쳐 해당 치료제가 실제 임상현장에서 환자에게 사용되어 환자들이 신약의 혜택을 누리는 과정을 보는 것은 경제성 평가 연구자로서 큰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는 특정 치료제의 가치 평가를 넘어,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어떤 특징을 가지는 치료제가 비용-효과적일 수 있는가’를 다룬 연구라는 점에서, 단기간에 환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전달되는 형태의 연구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MASLD라는 질병부담이 큰 영역에서 비용-효과적일수 있는 치료 대상군을 탐색하고, 새로운 모형 접근의 실질적 사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특히 간질환 결과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등 간 이외 경로의 임상 결과를 모형에 반영하려는 시도를 통해, 향후 지방간 분야 경제성 평가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방향성을 제안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보건의료 분야의 경제성평가는 다학제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큰 매력이 있습니다. 질병과 약물에 대한 이해는 물론, 시뮬레이션 모형에 대한 기술적 역량이 필요하며, 모형 구현에 필요한 다양한 매개변수를 확보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약물역학적 이해와 통계지식이 요구되고, 때로는 매개변수 확보의 과정에서 메타분석 연구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역량을 모두 혼자서 깊이있게 갖추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여러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분야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미국 학계 기반이 없던 외국인 연구자로서, 처음에는 이러한 협업 구조에 적응하는 과정이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였습니다.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경제성 평가는 사실 우리 삶과 매우 가까운 연구 분야입니다. 무엇보다도 한정된 의료자원을 배분하기 위한 필수 도구라는 점에서, 고령화가 심화되는 사회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자원 배분이라는 의사결정이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실제로 사람들은 대부분 구매 결정에서 ‘가성비’로 통칭되는 비용-효과성을 각자의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그 기준은 개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미래에 대한 기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누구나 일상에서 비용-효과적 판단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성 평가는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흥미로운 분야라고 생각하며, 우리 보건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성 평가는 다학제적 영역인 만큼 세부 방법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성 평가에서 어떤 가치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다양한 진로와 연구 방향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건의료 체계 차원의 자원 배분 도구로서 건강 형평성을 반영하는 distributional cost-effectiveness analysis를 연구할 수도 있고, 예측 모형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해 더 진보된 스크리닝 모형을 보건의료 경제성평가에 도입할 수 있으며, 빅데이터 기반 연구에 흥미가 있다면 머신러닝을 심화해 연구 역량을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방법론에 대한 접근과는 달리 특정 질병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다져나갈 수 도 있을 것입니다. NIH 연구자금 기반의 미국 학계에서는 산하 기관들이 질병 분야별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연구방법론을 강화해서 다양한 연구자들과 협업을 하는 경로와 질병 전문성을 강화해서 해당 질병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경로 모두 개인의 역량과 기질에 따라 가능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유학을 준비하신다면, 탄탄한 경제성 평가의 기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본인의 지난 연구 포트폴리오에서의 강점과 약점, 그리고 본인이 더 개발하고자 하는 역량이 무엇인지 먼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MASLD는 다양한 대사질환들과 상호작용하는 특성으로 인하여, 장기 임상 결과를 예측할 때 간질환 이외의 경로를 함께 반영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 모형에서는 간 이외의 경로 중에서도 임상적, 경제적 질병 부담이 큰 심혈관계 질환을 직접 반영하여 가능한 한 포괄적인 분석 틀을 제시하고자 하였으나, 신장질환 등 아직 충분히 포착하지 못한 임상적, 보건경제학적으로 중요한 동반질환을 비용-효과 분석에 반영하는 일은 향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분석을 토대로 다양한 대사질환을 포괄할 수 있는 확장 모형을 구축하고, 임상 현장에서 마주하는 근거의 공백을 줄이는 연구를 지속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이런 멋진 분야를 소개해주시고,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이의경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훌륭한 연구팀에 초대해주신 김혜린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매번 시차를 배려해주시는 전대원 교수님과 윤아일린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매번의 미팅에서 연구에 대한 인사이트뿐 아니라 교수님들의 열정에 큰 자극을 받곤 합니다. 앞으로도 임상 현장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함께 더 많이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함께 연구해주신 박희열 교수님, 김미미 교수님과 박지현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지구 반대편에서의 삶을 응원해주는 가족들과, 그 삶을 함께 헤쳐 나가는 아내, 그리고 하루하루 즐겁게 자라고 있는 딸 엘리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등록일 202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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