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금속 이온과 유기물 기반 분자를 결합하여 다공성 구조체를 형성하는 연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202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그 중요성이 인정받고 있는 연구 분야입니다. 이 중에서도 펩타이드의 2차 구조, 특히 나선형 구조를 활용하여 다공성 구조체를 형성하는 연구는 펩타이드가 가지는 유연성, 설계 가능성, 그리고 카이랄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을 지닙니다. 그러나 특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밀하게 설계된 구조체를 구현하는 전략은 아직 충분히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펩타이드의 높은 유연성뿐 아니라, 기존 연구에서 사용된 짧은 길이의 펩타이드 기반 링커 분자가 안정적인 나선형 구조를 형성하기 어려웠던 한계 때문입니다.
이번에 제가 게재한 논문에서는 비천연 아미노산의 일종인 베타 아미노산(β-amino acid)을 도입하여 안정적이면서도 구조적 설계가 가능한 나선형 펩타이드 링커를 합성하였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다공성과 설계 가능성을 동시에 갖춘 금속-펩타이드 복합체(Metal-Peptide Framework, MPF)의 형성을 위한 새로운 설계 전략을 제시하였습니다. 특히, 왼손 나선과 오른손 나선 형태를 모두 취할 수 있는 펩타이드 분자를 이용하여 용매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구조체가 형성될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또한 나선 방향에 따른 구조 선택성을 기반으로, 기능성 그룹을 추가 도입하는 전략도 구현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내부에 아세틸기를 도입한 구조체는 결정질 스펀지 기술(Crystalline Sponge Method)로의 활용을 통해 카이랄 선택성을 지닌 구조체로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펩타이드 기반 분자의 선택성을 이용해, 서로 다른 카이랄성을 가지는 라세미 혼합물 중 특정한 카이랄성을 가진 게스트 분자만이 구조 내부에 선택적으로 포획될 수 있었으며, 이는 X-선 단결정 구조 분석을 통해 검증되었습니다. 이러한 선택성을 지닌 결정질 스펀지 기술은 혼합물 상태의 미량 시료에서도 특정 분자를 인식하여 원자 수준의 구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이를 기반으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연구는 연세대학교 화학과 최수혁 교수님이 지도하시는 생체모방분자 연구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체분자 중에서도 특히 펩타이드 분자를 화학적으로 이해하고 모방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 연구에서도 이용된 비천연 아미노산을 활용하여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보다 높은 선택성과 약물 적합성을 가진 펩타이드 기반 약물 개발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펩타이드나 단백질을 연구하시는 많은 연구자분들을 만나 뵙다 보면, 유기화학이나 구조생물학뿐 아니라 정말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지니고 계신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양한 주제와 관심사를 바탕으로 한 연구들이 모여 '펩타이드'라는 하나의 큰 학문 분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참 흥미롭습니다. 그렇다 보니 각 연구자가 자신만의 질문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야 하는 순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연구를 이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걸어온 모든 길이 다 의미 있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저는 그러한 순간들이 자연과학을 하는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유기화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천재적인 지성이나 타고난 감각이 아니라 흄 후드 앞에서 보낸 시간이라고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이 말 속에 담긴 꾸준함과 집중의 가치는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자신의 연구에 성실히 몰두하며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과정 속에서, 그 동안 스스로가 쌓은 결과물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에서 시도한 결정질 스펀지 기술은 X선 구조 분석의 강점을, 결정성이 없는 분자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비교적 새로운 기술입니다. 세상에 소개된 지 10여 년 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아직은 생소하게 느끼는 연구자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그 기술이 가지고 있는 발전 가능성은 다양한 분야로의 활용 및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연구 개발이 가치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한국은 차세대 가속기 건립이 눈앞에 다가온 만큼, X선을 활용한 다양한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기에 매우 유리한 환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이 분야의 연구와 응용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길 기대하며, 저 역시 이러한 기술의 이해와 확장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계속 이어 나갈 계획입니다.
#Peptides
#Metal-Peptide Frameworks
#Crystalline Spo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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