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약물 독성은 임상 시험 실패와 시판 후 약물 철회의 주요 원인으로,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입니다. 그러나 인간 세포주나 마우스 질환 모델이 인간의 독성 반응을 충분히 재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임상 단계에서 안전하다고 평가된 약물이 실제 사람에게서는 예기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내는 사례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전임상-임상 간의 불일치는 전임상 모델과 인간 사이의 근본적인 생물학적 차이, 특히 Genotype–Phenotype Differences(GPD)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생물학적 네트워크가 재구성되면서, 인간과 마우스의 상동 유전자(orthologous gene)라 하더라도 발현 양상과 기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는 약물 반응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약물 독성 예측 방법은 약물의 물리화학 특성에 기반하여 이루어져왔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일정 수준의 통찰을 제공했지만, 전임상 모델과 인간 간의 생물학적 차이를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우리 연구팀은 유전자 필수성(Gene Essentiality), 조직별 발현 양상(Tissue Expression Profile), 그리고 생물학적 네트워크의 연결성(Network Connectivity)를 바탕으로 전임상 모델과 인간 간의 생물학적 차이를 정량화하였습니다. 이를 약물의 물리화학적 정보와 결합해 약물 독성 예측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이 접근 방법은 인간 독성 예측 성능을 향상시켰으며, 임상 실패 및 시장 철회를 유발하는 신경 독공이나 심혈관독성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더욱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은 전임상 안전 평가에 동물 실험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전상 모델링(Computational modeling) 및 인공지능(AI) 기반의 새로운 안전성 평가 기술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전략적 정책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생물학과 인공지능을 융합하여 보다 정밀하고 예측 가능한 안전성 평가 체계를 구축하려는 흐름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임상과 임상 간의 생물학적 차이를 정량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약물 안전성 평가 기술은 효율적이고 안전한 의약품 개발에 기여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상욱 교수님 연구실(구조생물학연구실, https://sbi.postech.ac.kr/) 에서 수행되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진화’라는 큰 개념을 중심으로, 생물학과 인공지능을 융합한 생물정보학적 접근을 통해 다양한 생명과학적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약물 부작용 및 승인 예측,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반응 예측을 위한 바이오마커 발굴, 효소 엔지니어링, 그리고 코돈 최적화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폭넓은 연구가 한 연구실 안에서 가능했던 이유는, 구성원 간의 활발한 토론과 협력적인 연구 문화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가 정체되었을 때 언제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분위기는,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연구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연구실 동료들과 선배님들의 조언과 격려 덕분에 첫 논문을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 활동을 하면서 ‘말하기와 글쓰기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연구실에 처음 출근하던 날, 교수님께서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기와 글쓰기”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당시에는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논문을 준비하고 투고하는 과정에서 그 말의 진정한 뜻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의 본질은 가설을 세우고, 결과를 해석하는 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결국에는 자신이 발견한 사실과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연구팀의 연구가 가진 의의와 학문적 메시지를 논문을 통해 명확히 설명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어려운 일인지 이번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이번 논문을 준비하면서 교수님과 선배님들께 논리적인 글쓰기와 표현의 힘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러한 배움은 앞으로의 연구 과정에서도 꾸준히 이어갈 가장 큰 자산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대학원 학위과정을 거치면서 느낀 점은, 생물정보학 분야에서는 다양한 학문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학부 시절에 ‘넓은’과 ‘깊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추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넓은 이해’를 먼저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물정보학은 유전체 서열 분석, 단백질 구조 예측, 신약 개발 등 다양한 생물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통계학을 비롯한 여러 학문과 융합되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생물정보학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물학뿐 아니라 수학, 통계학, 컴퓨터과학 등 인접 학문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큰 자산이 됩니다.
저는 학부 시절의 학문적 경험을 ‘자신만의 목차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을 때 목차를 보면 세부 내용을 몰라도, 원하는 주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학문을 접해두면 비록 모든 내용을 깊이 알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문제를 만났을 때 무엇을 모르는지와 어디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원 진학이나 연구 생활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편하게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워가고 있는 입장에서, 후배들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기쁘게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전임상 모델이 인간 질환 생물학적 특성을 더 잘 재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생물정보학 기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신약 개발 및 인간 질환 연구에서 동물 모델 사용은 여전히 필수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마우스 질환 모델은 인간 질병의 특성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는 두 종이 진화 과정에서 분기되면서 생물학적 네트워크가 재구성되고, 그 결과 유전자 발현 조절과 기능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일한 상동 유전자를 유전적으로 조작하더라도 서로 다른 표현형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마우스와 인간의 유전자 발현 조절 및 기능적 특성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종 간의 표현형을 차이를 정량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자분들이 인간 질환의 특성을 더 잘 반영한 동물 모델을 설계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향후 전임상 모델의 예측력을 높이고, 보다 인간 중심적인 약물 평가 체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무엇보다도 이번 연구 과정에서 저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지원을 해주신 연구실 동료분들, 선배님들, 그리고 김상욱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첫 논문 작업인 만큼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교수님과 연구실 구성원들의 신뢰와 조언 덕분에 논문을 무사히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기댈 곳이 되어주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믿고 지원해주신 우리 가족들 그리고 연구실 밖에서 재충전할 수 있도록 함께 해준 친구들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Drug toxicity
# Translational research
# Artificial intellig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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