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삼중음성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은 전체 유방암 중 약 15~20%를 차지하며, 에스트로겐 수용체(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 그리고 HER2 수용체가 모두 음성인 난치성 유방암입니다. 명확한 표적 분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호르몬 치료나 HER2 표적치료제가 적용되지 않아 주로 세포독성 항암제에 의존하고 있으며, 치료 후에도 재발과 전이가 잦아 예후가 매우 불량합니다. 특히 치료 후에도 살아남는 암줄기세포(Cancer stem-like cells, CSCs)가 약물 내성과 종양 재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이를 표적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필요합니다. 이에 본 연구는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 전략으로 FDA-approved drug library를 이용한 스크리닝을 통해 선별된 고지혈증 치료제 피타바스타틴(pitavastatin)을 삼중음성유방암의 새로운 치료 전략 후보 약물로 제시하였습니다.
먼저, 본 연구에서는 피타바스타틴의 주요 분자적 표적이 Mcl-1일 것이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Mcl-1은 세포 사멸을 억제하여 세포 생존을 유지하는 anti-apoptotic Bcl-2 family 단백질로, 삼중음성유방암에서 과발현되어 항암제 내성과 암줄기세포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인자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에 인공지능 기반 in silico 분자 도킹 시뮬레이션을 통해 피타바스타틴의 주요 표적 단백질이 Mcl-1임을 확인하였으며, 해당 약물이 Mcl-1 단백질의 BH3-binding groove에 직접적으로 결합함을 규명하였습니다. 특히 피타바스타틴은 기존의 대표적 Mcl-1 inhibitor(S63845, AT101 등)와 유사한 결합 모드를 보이면서도 더 우수한 결합력을 나타냈으며, 이러한 결과는 surface plasmon resonance(SPR) 분석을 통해 실험적으로 검증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본 연구에서는 피타바스타틴이 단순히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 암줄기세포와 약물내성을 동시에 조절하고 극복할 수 있는지에 주목했습니다. 피타바스타틴은 ALDH1A1, CD44, CD49f와 같은 암줄기세포 관련 인자들의 발현 및 활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였습니다. 또한, 유방암줄기세포의 특성 중 하나인 mammosphere 형성을 저해함으로써, 피타바스타틴이 삼중음성유방암에서 암줄기세포 특성을 효과적으로 표적함을 확인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mammosphere 유래 세포를 접종한 종양 모델에서 피타바스타틴은 종양세포 성장과 침윤 및 전이를 억제하는 양상을 보여, 가시적으로 보이는 “암덩어리”뿐만 아니라 그 뿌리에 해당하는 암줄기세포까지 함께 겨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암 치료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항암제 내성 극복입니다. 파클리탁셀에 내성을 획득한 세포들은 Mcl-1의 발현이 높고, JAK/STAT3와 AKT 같은 생존 신호전달경로가 활성화되어 있으며, 동시에 암줄기세포 특성이 더욱 강화되어 있습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피타바스타틴이 이러한 약물내성을 보이는 세포에서 Mcl-1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하위 생존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항암제에 대한 반응성을 회복시키는 양상을 확인하였습니다. 특히 환자 유래 종양 오가노이드에서 피타바스타틴과 파클리탁셀과 병용하였을 때, 파클리탁셀 단독 투여보다 훨씬 더 강한 세포사멸 유도와 종양 세포 성장 억제효과를 보였습니다. 이는 피타바스타틴이 기존 항암제와의 병용 요법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Mcl-1 inhibitor (S63845, AMG-176 등)를 비롯한 다양한 표적 항암제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지만, 독성 문제와 낮은 선택성 및 약동학적 한계로 인해 임상 적용에는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기존에 FDA 승인을 받은 약물을 새로운 적응증에 적용하는 약물 재창출 전략은 안정성이 입증된 약물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비교적 신속하게 임상으로 전환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에서는 피타바스타틴이 나타내는 항암 효과를 넘어 삼중음성유방암에서 항암제 내성과 암줄기세포 생존에 관여하는 Mcl-1 단백질에 직접 결합하는 Mcl-1 inhibitor 임을 규명하였습니다. 이는 피타바스타틴이 난치성 유방암인 삼중음성유방암에서 Mcl-1을 직접적으로 표적하여 암줄기세포와 약물 내성을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더불어, 본 연구에서 제시한 피타바스타틴이 향후 삼중음성유방암뿐만아니라 Mcl-1과 암줄기세포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다양한 암종에서도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186/s40164-025-00716-6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연구를 수행한 기관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종양내과 서재홍 교수님의 지도 아래 운영되고 있는 암치료제 연구실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생명과학, 의학, 화학, 약리학 등 기초의약학적 지식을 융합하여 유방암에 대한 신규 항암제 개발과 항암 기전 규명을 목표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표적치료제가 부재한 삼중음성유방암의 치료제 개발과 HER2 양성 유방암에서 trastuzumab 내성 극복을 중요한 연구 방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약물 재창출(drug repurposing), 저분자화합물(small molecule drug), 전구약물(pro-drug) 개발뿐만 아니라, 항암 메커니즘, 암줄기세포 표적 치료 전략 및 항암제 내성 극복 기전 등의 연구를 폭넓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본 연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오면서, 연구란 단순히 데이터를 쌓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와 깊은 고민 속에서 근본적인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임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약물 스크리닝 과정에서도 모든 약물이 효과를 보이는 것은 아니었고, 세포독성 효과가 관찰되더라도 그 작용 기전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전을 규명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 또한 경험하며, 연구자는 단순한 현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의 이유를 끈질기게 탐구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한 연구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주변의 조언과 협력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실험의 한 단계, 데이터 해석과 더불어 논문의 한 문단까지도 훌륭한 지도자와 동료 연구자들의 도움과 격려가 있었기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성과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 깊은 고민과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이 값진 배움의 시간이었고, 함께 여러 난관을 헤쳐 나간 소중한 경험이기에 더욱 뜻깊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불확실성과 어려움을 견디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가 연구의 본질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빠른 결과 도출보다는 깊은 고민과 꾸준한 노력, 그리고 협력이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으며, 이러한 결과들이 쌓여 언젠가 환자의 치료와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제게 큰 보람이자 자부심으로 남았습니다.
4.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수행하면서 난치성 유방암을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발굴하는 일의 중요성을 느꼈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유방암을 대상으로 한 항암제 개발 연구를 이어 나가고자 합니다. 우선,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한 연구 경험을 토대로 향후에는 HER2양성 유방암과 trastuzumab 내성 HER2 양성 유방암에서도 약물 재창출 (drug repurposing) 전략을 적용해 보고자 합니다. 이미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는 약물들 가운데 종양세포의 생존 신호, 암줄기세포 특성, 내성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후보를 선별하고, 이들이 새로운 항암 타깃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향후 연구의 한 방향이 될 것입니다.
또 다른 방향으로는 Heat shock protein 90(HSP90) 표적 저해제 연구를 진행할 것입니다. HSP90은 암세포 안에서 여러 온코프로틴(oncoprotein)의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분자이며, 종양의 성장과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HSP90 단백질을 유방암의 표적 단백질로 삼아 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HSP90 저해제를 개발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여러 HSP90 저해제가 임상시험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성 문제와 약동학적 한계로 아직까지 실제 치료제로서 허가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한계 요인들을 고려하여 기존 저해제들의 독성, 선택성, 약동학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HSP90 저해제를 발굴하고 평가하며, 이들의 항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drug repurposing 연구와 HSP90 표적 치료제 개발을 연계하여, 유방암의 subtype별 특성과 내성 기전을 동시에 고려한 보다 정밀한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이며, 난치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임상 적용 가능성이 높은 항암제 후보를 발굴하고 싶습니다.
5.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한 연구자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언제나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주시고, 아낌없는 신뢰와 깊은 조언으로 본 연구를 지도해 주신 서재홍 교수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본 연구를 수행하는 전 과정에서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시고, 실험 설계부터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열정적으로 이끌어 주신 김지영 박사님, 김윤재 박사님, 정은선 박사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연구를 넘어 인생에 있어 많은 조언을 해주시고, 항상 믿고 응원해 주신 남기달 박사님, 강용구 선생님, 석소라 선생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더불어 같은 공간에서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며 도움을 주신 연구실 동료분들께도 감사의 뜻을 전하며, 학부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공 지식을 넓혀 주시고, 늘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신화섭 교수님, 송민동 교수님, 임지홍 교수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학부를 넘어 대학원 과정에 이르기까지 교수님들과 박사님들께서 베풀어 주신 가르침과 그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과 지식이 없었다면, 이러한 결실을 맺을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등록일 2026.01.28
연구자 키워드
연구자 ID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