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간세포암(Hepatocellular carcinoma, HCC)은 전 세계적으로 암 관련 사망 원인 3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수술이나 이식 등 근치적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나, 많은 환자들이 이미 진행된 병기에 발견되어 이러한 치료법을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이 경우 고주파 열치료술(Radiofrequency ablation, RFA)과 같은 국소 치료법이 대안이 되지만, 치료 후 CT나 MRI 영상으로는 잔존 암 조직과 괴사 조직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임상적 난제가 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간세포암 표면에 특이적으로 과발현되지만 정상 조직에는 거의 발현되지 않는 글라이피칸-3(GPC3)를 표적하는 새로운 PET 영상 진단제(Al[18F]F-ssHN3)를 개발했습니다. 이 진단제는 기존 항체보다 크기가 월등히 작은 나노바디(nanobody, 단일 도메인 항체)를 기반으로 합니다. 이 작은 크기 덕분에 종양 조직으로의 침투 및 표적이 빠르고, 소변을 통한 신속한 체외 배출이 가능합니다. 또한, 임상 PET 영상에 널리 쓰이며 반감기가 110분으로 짧은 불소-18(18F)을 방사성 동위원소로 사용하였습니다. 이처럼 나노바디의 빠른 체내 동태와 18F의 짧은 반감기가 시너지를 이루어, 주사 당일 영상 촬영 및 진단이 가능한 당일 진단(same-day imaging)을 구현했습니다. 이는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임상 적용 가능성을 크게 향상시킨 핵심 장점입니다.
전통적인 전체 크기 항체(mAb)는 체내 순환 시간이 길어 영상 진단에 수일이 소요되었습니다. 반면 본 연구에서 사용한 나노바디처럼 펩타이드, 항체 조각 등 크기가 작은 전달체를 사용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이러한 전달체는 18F과 같은 단반감기 진단 핵종과의 조합을 최적화할 뿐만 아니라, 향후 치료용 의약품 개발 시 종양 외 정상 장기에 대한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데 결정적으로 유리합니다. 또한, PSMA(전립선암)나 SSTR(신경내분비종양)과 같이 이미 성공적으로 검증된 표적을 넘어, 본 연구의 GPC3처럼 특정 암종에만 고도로 발현하는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암세포에 대한 특이성을 극대화하여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저희가 개발한 GPC3 표적 진단제는 HCC 진단의 임상적 난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차세대 소형 전달체'와 '신규 표적'이라는 방사성 의약품 개발의 최신 경향을 충실히 반영하는 의미 있는 연구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산하 국립암센터(National Cancer Institute, NCI)의 분자영상연구실(Molecular Imaging Branch, MIB)에서 수행되었습니다. NCI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연구 기관으로, 기초 연구부터 임상 적용까지 암 정복을 위한 폭넓은 연구를 수행하는 곳입니다. 특히 저희 연구실은 새로운 방사성의약품과 분자영상 전략을 개발하여 암의 정밀 진단과 치료(테라노스틱스)를 앞당기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의 연구 예산 불확실성 등이 상존하여 이전처럼 연구 환경이 원활하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도, 이번 연구는 저희 분자영상실뿐만 아니라 화학, 분자생물학, 중재 종양학 등 NCI 및 NIH 내 여러 핵심 부서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한국에서 학위 과정을 모두 마치고 2022년 가을에 미국 NIH에 박사후연구원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당시 연구실에 박사후연구원은 저 혼자였고, 한국과는 사뭇 다른 연구실 분위기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물론 크고 작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꾸준히 연구에 임하려 노력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의 공동 제1저자인 Stanley (NIH-옥스포드 공동 박사학위 과정)와의 협업은 저에게 매우 보람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간암은 저에게도 생소한 분야였고, 솔직히 처음에는 서로 연구 방식이 달라 우여곡절이 조금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사성의약품 준비, 동물 모델 확립 및 치료 연구, 영상 연구 등을 함께 수행하며, 제가 쌓아온 연구 기술들을 공유하고 함께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단순한 연구를 넘어 ‘함께 성장하는 보람'을 깨닫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든든한 밑거름을 만들어주신 한국의 지도교수님과 선배들, 후배들, 그리고 외국인 친구들에게 다시금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려 본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Freddy Escorcia 박사님과, 함께 연구실을 이끌어주셨던 정준용 박사님을 비롯한 모든 공저자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한다는 것이 여전히 쑥스럽기에 조언보다는 몇 가지 제 개인적인 생각을 나눠볼까 합니다. 이전 한빛사 인터뷰에서도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연구 분야를 막론하고 꾸준함과 열정, 그리고 책임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결과가 뜻대로 나오지 않아 실망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문제를 두고 꾸준히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쌓여, 연구자로서의 역량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와 더불어, 협력하는 자세 역시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미국에 와서 이번 연구를 수행하며 특히 많이 느끼게 된 점인데, 현대 과학은 협력 없이는 좋은 성과를 내기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번 연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고 협력해 주신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주변 동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적극적으로 토론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열린 자세가 연구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분야의 진학을 고민하는 분들께 방사성의약품 분야의 전망이 밝은 편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미국에 와서 인상 깊게 본 점은 수많은 주요 제약회사들이 방사성의약품 분야에 투자하며 점점 더 활발하게 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이 분야의 전망이 밝고,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신다면 좋은 기회가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에 진단제로 사용한 GPC3 표적 나노바디 및 항체를 표적 알파 입자 치료(Targeted Alpha Therapy, TAT) 연구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분자량 방사성의약품을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질적인 문제인 높은 신장 집적(kidney retention)을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이로 인한 신독성(nephrotoxicity)은 치료제 개발의 가장 큰 장애물이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장에서 특이적으로 분해되는 새로운 계열의 링커를 도입하는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해보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지금까지 정말 많은 분들의 지도와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익숙하지 않은 미국에 와서 적응하는 동안, 연구실 동료들과 선배님들, 그리고 교회의 지인분들께서 연구는 물론이고 생활 전반에 걸쳐 따뜻한 도움을 주셨기에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연락은 자주 못 하지만, 묵묵히 저를 응원해준 친구들에게도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저를 항상 자랑스럽게 여겨주시고 사랑으로 지지해주시는 가족은 언제나 저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 오기 전은 물론, 이곳에 와서 겪은 수많은 우여곡절을 늘 함께해 준 아내에게 정말 고맙습니다. NIH로 함께 출퇴근하며 옆에서 웃음을 주고, 사랑으로 함께해 주었기에 힘들었던 시간들도 함께 웃으며 서로에게 배움과 성장의 시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모두에게 정말 감사드리며 지금까지처럼 꾸준히 정진하여 좋은 연구를 하는 연구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Glypican-3 (GPC3)
# Hepatocellular carcinoma (HCC)
# ImmunoP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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