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천연물화학은 ‘자연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천연 유래 화합물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현재 FDA 승인 약물의 약 75%가 천연물과 관련 있을 정도로 중요한 분야입니다. 그중 미생물 유래 천연물은 실제 신약 개발까지의 성공률이 높은 편이며, 박테리아의 경우 유전자 분석 및 조작이 용이하여 여전히 무궁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천연물화학 연구는 빈번한 기지물질의 재발견으로 한계점을 갖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인 신규 물질 발굴을 위해 천연물을 논리적으로 발굴하는 대사유전체적 표적화 기법을 개발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크리스퍼 기반 유전자 조작 기술,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측 시스템 등의 발전으로 미생물 합성생물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천연물화학 분야에서도 이러한 첨단 기술을 접목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구조와 폭넓은 생리활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진 신남산 포함 비리보솜 펩타이드를 대상으로 대사유전체적 표적화 방법을 통한 논리적 신규 물질 발굴을 수행하였습니다. 신남산 모핵의 생합성에 핵심적인 이성질화 효소에 대한 생명정보학적 분석 및 유전자 발굴을 통해 표적 생합성 유전자군을 갖는 균주를 선별하였습니다. 또한, 실험실 환경에서 휴면 상태로 존재하는 유전자군을 활성화하기 위해 군집 내 조절자에 대한 과발현과 배양 조건 최적화를 진행하였습니다. 신남산 모핵의 대사체적 특징을 활용하여 이들의 생산을 확인하였고, 결과적으로 신규 물질 6종을 분리하였습니다. 이들은 항마이코박테리아 활성 및 항암 활성을 나타내어 신규 항결핵제 및 항암제 개발을 위한 신규 골격을 제시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의 화학분야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천연물과학연구소 오동찬 교수님 연구실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천연물과학연구소에서는 대사유전체적 표적화를 통한 미생물 이차대사물질의 논리적 발굴, 유전자 기반 천연물 생합성 경로 규명 및 엔지니어링, 데이터 과학 및 인공지능을 활용한 천연물 활성 및 질병 기전 분석, 생체 내 실시간 대사 활성 분석 등 천연물 신약개발을 위한 다양한 첨단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중 저희 연구실은 다양한 특이 환경에서 유래한 방선균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특정 고활성 기능기를 표적으로 하는 대사유전체적 표적화 기법을 통해 신규 구조의 고활성 미생물 유래 이차대사물질 발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의 출발점이 되는 선도물질 발굴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의 주요 강점은 미생물 유래 천연물의 추출, 분리, 정제 기술, 핵자기공명 분광분석과 화학적 유도체화를 통한 신규 물질의 구조 규명, 생명정보학적 분석 및 대사체 분석을 결합한 대사유전체적 표적화 연구 역량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천연물화학 연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운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끊임없이 탐색하고 반복하다 보면 확률적으로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게 됩니다. 직접 설계한 스크리닝 방법으로 목표한 물질을 실제로 발견했을 때 느꼈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습니다. 신규 물질을 발견한 뒤에는 그간 배워온 NMR 분석 기법들을 활용해 미지의 구조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며 퍼즐을 맞추듯 전체 그림을 완성해 나갑니다. 그렇게 구조를 완성했을 때는 지금까지 쌓아온 분석 역량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이처럼 자연으로부터 직접 새로운 약리 물질을 발굴하고, 그 구조를 규명하며, 실제로 약리 활성을 확인하는 과정은 천연물화학자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해주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천연물화학은 오랜 전통을 가진 학문이지만, 동시에 ‘오래된 분야’라는 편견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연에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약리 물질이 무궁무진하며, 특히 미생물 유래 천연물은 무한에 가까운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합성생물학과 같은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미생물 유래 천연물의 발굴 연구 또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신약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가장 큰 매력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경험입니다. 실험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마치 퍼즐을 맞추듯 구조와 생합성 경로를 밝혀 나가는 과정에서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탐구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천연물화학은 분명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입니다. 연구자로서 한 가지 조언을 덧붙이자면, 연구 과정에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실험결과가 잘 나오지 않더라도 지나치게 좌절하기보다는 “다시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꾸준히 시도하는 끈기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도 그 순간에 안주하지 않고, 보완할 부분을 꼼꼼히 점검하며 연구를 완성해 나가는 자세가 큰 차이를 만듭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까지는 표적화된 유전자 발굴을 통해 특정 물질군을 발견하는 연구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는 이를 보다 확장하여 발현되지 못한 채 휴면 상태로 남아 있는 수많은 생합성 유전자군을 활성화시키고, 이를 통해 새로운 미생물 유래 이차대사물질을 발굴하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 기반 분석과 합성생물학적 기법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유전자군의 잠재력과 신규성을 예측하고 이를 실제 발현으로 연결시키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신규 물질 연구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을 위한 선도 물질 확보에 기여하며, 아직 완전히 정복되지 않은 질병 치료에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희 교수님께서는 항상 “배울 것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학문적인 면이든 인간적인 면이든, 다른 사람이 보고 배울 점이 있다고 느껴질 때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연구자로서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후배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선배 연구자로서, 학생들에게는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선생님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학위과정 동안 아낌없이 지도해주신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늘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주신 가족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등록일 202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