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서울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스포츠 도핑 분야에서 선수들과 이를 잡아내기 위한 반도핑 연구원들 사이의 관계는, 누가 먼저 더 발전된 기술로 도핑검사를 회피하느냐 잡느냐에 대한 하나의 기술 싸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논문의 연구 역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유전자 치료 기법이 도핑으로 악용되는 ‘유전자 및 세포 도핑’을 방지하고 검출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그림 1. 유전자 및 세포 도핑의 형태 및 검출법 모식도
유전자 및 세포 도핑의 핵심은 유전자를 사용하거나 조작하여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러한 도핑 행위의 검출이 어려울 뿐 아니라, 이를 위한 공인된 도핑검사 방법도 없는 실정입니다. 이에 우리 연구팀은 선수들의 혈액 시료에서 도핑 유전자 유무를 판별할 수 있는 분석법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외 온라인 시장에서 유전자 도핑을 목적으로 한 유전자 약물이 처음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의학적 안정성조차 검증되지 않아 선수들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음에도 이러한 약물들이 실제로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었고, 연구의 필요성과 긴박함을 실감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검출법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속에, 실질적이며 널리 적용 가능한 분석법을 완성하기 위해 우리는 두 가지 전략을 결합했습니다. 첫째는 간편한 시료 전처리를 위해 핵산 추출을 생략하고, 도핑 유전자를 혈액에서 바로 증폭하는 direct PCR입니다. 두 번째는 도핑 유전자의 존재 여부를 신호 On/Off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CRISPR-Cas12a의 서열 의존적 형광 반응 메커니즘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전략을 결합함으로써, 총 4종의 잠재적인 도핑 유전자를 90분 이내에, 2.5 분자 수준의 민감도로 동시에 모니터링할 수 있는 분석법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동물 실험을 통해, 입자나 세포 형태의 유전자 도핑 제제를 투여한 뒤 10일간 추적검출이 가능함을 확인함으로써, 연구를 통해 제시된 분석법이 실제 적용 가능한 수준의 실효성을 입증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콘트롤센터(DCC)는 세계반도핑기구(World Andi-Doping Agency, WADA)로부터 인증받은 세계 30여 개의 반도핑 연구소 중 하나로, 국내 유일 KOLAS 공인시험 기관입니다. 본 연구소에는 저처럼 생물공학을 전공한 사람을 비롯해, 약학, 의학, 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연구원들이 상주하며,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도핑 분석 업무와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도핑 연구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KIST 도핑콘트롤센터’ 홈페이지 (https://www.kist.re.kr/ko/research/doping-control-results.do)를 참고하실 수 있고, 도핑 금지 물질 종류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WADA prohibited list’를 검색해 쉽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실제 스포츠 도핑과 관련한 흥미로운 다큐 영화 ‘이카루스 (Icarus, 2017)’도 시정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조금은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김병기 교수님 연구실 소속이면서, 연구실 선배이자 도핑콘트롤센터의 책임연구원이신 성창민 박사님과 햇수로 7년째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효소 및 단백질 공학에 대해 공부함과 동시에, 그 배움을 바탕으로 반도핑 기술 개발에 적용하는 일을 자연스레 병행할 수 있었습니다. 학위과정을 마친 지금 돌아보면, 제게 있어 이 이중국적(?)은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보고 배우며 실제로 활용해볼 수 있는 큰 행운이었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성창민 박사님 연구실에서는 항체와 CRISPR 같은 단백질, 그리고 질량분석 기법을 공학적으로 활용하여, 저분자 물질부터 단백질 및 유전자 같은 생체분자들을 손쉽게 검출 및 고감도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관련 연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성창민 박사님께 많은 연락 부탁드립니다^^ (Lab website: https://ldbm.tistory.com).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자부심 내지는 보람이라는 것이 꼭 눈에 보이는 성과나 숫자로 포현되는 지표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유전자 및 세포 반도핑 분석법이 현재 세계반도핑기구의 표준화 및 공인 검사법 지정을 위한 논의중에 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 공학자로서 제가 선보인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쓰임에 다다를 때의 그 쾌감이 좋은 저널에 게재된 것보다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4.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혈액이나 소변과 같은 생체 시료에서 단백질이나 핵산 같은 생체 분자를 검출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의료 현장의 진단과 유사합니다. 지금까지는 반도핑 분야에서 분석법을 개발하고 적용해왔다면, 앞으로는 단백질에 대한 공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의료 진단 분야에서의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예를 들면, 암과 관련한 진단 기법인 액체 생검 (liquid biopsy) 분야에 앞서 개발한 기술들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원래 인체에 존재하지 않았던 병원체와 같은 체외 유래 물질을 검출하는 데에도 이러한 기술이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하고 싶은 이야기들
감사의 연속입니다. 지도 교수님이시면서 연구의 선생님이신 김병기 교수님, 성창민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본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인 우리 연구실의 김민영 선생님, 고려대학교의 최효민 선생님을 비롯해 박희호 교수님(고려대학교), 손보람 교수님(국민대학교)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등록일 202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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