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전신홍반루푸스는 전신에 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 자가면역질환으로, 면역 체계가 본래 방어해야 할 정상 조직을 외부 침입자로 잘못 인식해 공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자가면역질환은 유전적 소인, 환경적 요인, 성호르몬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면역 조절 기전이 흐트러지며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유전적 메커니즘은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MHC(주조직적합복합체) 영역의 복잡한 유전 변이를 고해상도로 해독할 수 있는 새로운 면역 유전자 분석 도구, 즉 한국인 맞춤형 MHC 참조 패널(MHC imputation reference)을 개발했습니다. 이 도구를 바탕으로 약 7만 명에 이르는 한국인 유전체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루푸스 발병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유전적 요인들을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MHC 영역은 6번 염색체에 위치하며, 수많은 면역 관련 유전자들이 밀집해 있어 면역질환 연구에서 중요한 연구 대상입니다. 특히 HLA 유전자군과 C4 유전자는 오랫동안 루푸스 등 자가면역질환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여 왔지만, 이들 유전자의 다양하고 복잡한 구조 때문에 기존 기술로는 대규모 고해상도 분석이 어려웠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HLA 아미노산 변이와 C4 복제수 변이를 동시에 예측할 수 있는 분석 시스템을 최초로 구현했습니다. 이를 통해, 루푸스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을 포함한 7만 명 규모의 유전체 코호트에서 HLA 내 특정 아미노산 잔기의 변화와 C4 유전자 수 차이가 각각 독립적으로 질환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세부적으로, HLA 단백질의 특정 부위 변형이 항원과의 결합 방식을 변화시켜 자기 조직을 외부 물질로 잘못 인식하게 만드는 구조적 기전을 제시했으며, C4 유전자의 수의 결핍 또는 C4 유전자 내 레트로바이러스 서열 삽입이 보체 단백질 생성 감소로 이어져 면역 균형 붕괴를 초래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루푸스의 다중 유전적 위험 요소를 종합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조기 진단과 예방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개발된 MHC 참조 패널은 국립보건연구원의 CODA 시스템을 통해 공개되어, 국내외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패널은 루푸스 뿐만 아니라 감염병, 만성 염증성 질환 등 다양한 면역 관련 질환 연구에도 적용 가능해, 면역 유전학 분야의 연구 인프라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김광우 교수님이 이끄시는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유전체학 연구실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주로 한양대학교 류마티스 연구원과의 협력을 통해 대규모 코호트를 활용하여 다양한 유전체 데이터와 고성능 서버를 바탕으로 자가면역 질환의 유전적 소인 혹은 약물 반응 등을 연구합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개인별로 일인일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연구 자유도가 높고 교수님께서 분석과정부터 논문작성까지 꼼꼼하게 봐주시기 때문에 재학기간 동안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워갈 수 있습니다. 또한 양질의 데이터와 분석환경이 충분히 제공되기 때문에 열심히만 하면 좋은 저널에 연구 실적을 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연구실에서는 매년 한빛사에 소개되는 논문들을 발표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제가 학위과정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 중 하나는 연구란 끊임없는 생각와 상상, 반추를 하는, 해야만 하는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사람은 그 자체의 존재적 한계로 인해 주어진 오감을 통해 세계를 느끼거나 기술을 통해 한번 필터가 씌워진 현상을 바라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정말로 실제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사고하고 상상하며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야만 진실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저명한 물리학자들이 끊임없는 사고실험과 실제 실험을 통해 거시세계의 물리법칙들을 발견해낸 것처럼, 세포 단위의, 유전체 단위의 미시세계 역시 우리가 오감으로 전혀 다가갈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충분히 상상하지 않으면 그저 기계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테크니션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늘 깨어서 데이터로 보여지는 결과 이면을 생각하는 습관이 연구자에게 정말 중요한 자질이라는 것을 지도 교수님, 그리고 저보다 훨씬 똑똑한 선배, 동기, 후배를 보며 느꼈습니다.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실도 누군가 질문을 던지는 순간 새로운 연구주제가 될 수 있고, 아주 사소한 문제가 누구를 통해서도 걸러지지 않으면 나비효과가 되어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보았습니다. 해서 저 스스로도 그런 부분에 대해 부족함을 많이 느끼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 분야(Bioinformatics)는 정말 너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생명공학 기술들, 분석 툴들이 쏟아져 나오고 유전체 데이터를 생산하기 위한 단가는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데이터는 넘쳐나고 일차적인 분석은 이미 비전문가도 클릭 몇번으로 끝낼 수 있을 정도로 플랫폼들이 넘쳐납니다. 또한 AI의 발전으로 대용량의 유전체 데이터들을 기존 통계 모델들이 아닌 딥러닝 기법을 통해 분석하고자 하는 시도와 논문들도 넘쳐나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직도 가장 기본적인 batch effect를 컨트롤 하는 문제부터 생물학적 데이터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정밀의학을 구현해내기까지 수없이 많은 난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살아남고자 한다면 처음부터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생물학 기초와, 확률과 통계, 선형대수와 같은 기초수학이론들, 또 최신의 딥러닝 알고리즘들까지 폭넓게 공부하고 어떤 모델을 어떤 데이터에 적용해볼 수 있을지, 결과의 유의미성은 어떻게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 결과의 생물학적 해석은 얼마나 타당한지 등을 반복된 훈련을 통해 꾸준히 체화시켜나갈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꼭 이 분야와 관련되어 있지 않더라도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다양한 인풋과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보길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현재 박사과정을 위한 마지막 프로젝트로 scRNA-seq 데이터를 통한 약물반응 관련 바이오 마커 발굴을 목표로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기 목표는 마지막 프로젝트를 좋은 저널에 투고하여 학위과정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며 졸업 이후에는 국내 취업과 해외 유학을 모두 염두해 두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부족한 부분들을 공부하며 생물학적 데이터에 특화된 적합한 분석 방법들과 의료와 임상에 적용시키기 위한 인사이트를 얻어나갈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는 결코 혼자서 해나갈 수 없는 일 중 하나입니다. 정말 분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학부생 시절 인턴으로 받아주시고 오늘까지 제 모든 부족한 부분을 깎아내시고 직접 보여주시며 가르쳐주신 김광우 지도교수님, 제 모든 학부시절 흑역사를 다 알고 계시며 프로젝트가 망하고 논문이 리젝당할 때마다 용기를 주신 정용석 교수님, 제가 나태해질때면 나타나셔서 정문일침을 아끼지 않아 주셨던 유순지 교수님, 언제든 학교에서 마주치면 아낌없이 시간을 내어주셨던 이병태 교수님, 박기숙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길고 외로운 학위 과정을 즐겁고 행복한 연구실 생활로 바꿔준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귀여운 후배님들, 늘 옆에서 불쌍히 여겨주고 밥사주고 응원해준 친구들, 절 위해 모든 걸 희생한 엄마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SLE
# Imputation reference panel
# M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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