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서울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Biomaterials Research에 발표된 저희 논문의 제목은 “Biomimetic Catechol-Incorporated Polyacrylonitrile Nanofiber Scaffolds for Tissue Engineering of Functional Salivary Glands”입니다. 이 논문은 체외에서 기능성 타액선 조직을 만들어내기 위한 생체모방 기반 나노섬유 지지체(PAN-C)를 설계하고 적용한 연구입니다. 타액선은 단순한 분비기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포세포, 관세포, 혈관, 신경, 근상피세포 등 여러 세포가 정교하게 조화를 이루는 복합조직입니다. 각 세포는 정확한 위치와 신호 타이밍에 따라 조직화되어야만 침 분비라는 기능이 제대로 수행되기 때문에 이 복잡한 구조를 체외에서 재현하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도전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저희가 제안한 접근은 이런 복잡한 발달 과정을 억지로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환경을 흉내 낼 수 있는 소재를 제공해서 세포가 스스로 조직화되도록 유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선택한 재료가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PAN) 기반의 나노섬유인데요 여기에 카테콜(catechol) 기능기를 화학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세포외기질(ECM) 단백질과 성장인자를 자발적으로 흡착하고 고정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카테콜은 자연계에서 홍합이 젖은 바위에 달라붙을 수 있게 해주는 접착물질로 잘 알려져 있고 다양한 생체분자, 특히 라미닌, 콜라겐, FGF 같은 분자들과도 친화력이 높습니다. 그 덕분에 이 PAN-C 지지체는 배아 타액선에서 분비되는 생체인자들을 스스로 표면에 부착시키고, 그 상태를 꽤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생체적합성을 넘어서 자연적인 발달 환경의 생화학적, 기계적 특성을 함께 재현하는 지지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본 연구에 사용된 모델들은 이러한 특성을 정밀하게 관찰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진은 임신쥐의 태아에서 적출해낸 배아타액선 조직을 체외배양하는 모델을 활용하는데 이는 타액선의 복잡한 분지형태형성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으며 신경, 혈관, 근상피세포, 중간엽 세포, 타액선에서 관찰되는 기능성 상피세포 및 줄기세포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다양한 재료나 약물처리 조건을 높은 정확도로 빠르게 평가할 수 있는 효율적인 스크리닝 플랫폼입니다. 특히 배아타액선의 개별 세포들을 분리(dissociation)한 뒤 다시 조직화시키는 모델인 eSG 오가노이드는 상피, 신경, 혈관 등의 복합 형태형성 과정을 시간 흐름에 따라 정밀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을 통해 타액선 조직재생용 생체재료 개발에서 기질의 강도(stiffness)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질이 너무 부드러우면 생체재료의 구조적 안정성이 떨어지고 반대로 너무 단단하면 타액선 줄기세포의 활성이 억제됩니다. 실제로 딱딱한 기존 PAN 지지체 위에서는 줄기세포 표지인자인 Sox9, Krt5, Sox10의 발현이 감소하였고, 기계적 자극 반응 유전자인 Fos, Jun, Egr1, Klf2의 발현이 증가하는 것이 전사체 분석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과도한 강성이 내인성 줄기세포의 활성을 억제하여 재생을 방해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즉 타액선을 배양하거나 재생하기 위한 생체재료들은 어느 정도의 기계적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이에 의해 발생하는 내인성 줄기세포 억제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어려운 조건을 만족해야만 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카테콜기가 포함된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 나노섬유는 재료의 기계적 강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표면에 빠르게 흡착된 생체인자들로 인해 세포가 느끼는 물리적 자극을 효과적으로 가려 (masking)줄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타액선 발생과 재생에 중요한 줄기세포 마커 유전자의 발현은 유지되고 기계적 강도에 의해 촉발되는 스트레스 유전자의 과발현은 억제되어 결과적으로 분지 구조 형성과 기능적 세포 분화가 동시에 향상된 eSG 오가노이드가 형성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구강생리학교실에 소속되어 있으며 이상우 교수님이 이끄시는 신경외분비생리학 랩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의 정식 명칭은 LEMONADE (Laboratory of Epithelial MOrphogenesis, Neuroregeneration, and Autoimmune Disorder with Exocrinopathy)로 타액선과 같은 분비기관의 발생, 재생, 그리고 자가면역 질환을 아우르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연구실 분위기는 기초생물학과 재료공학이 유기적으로 융합되는 자유로운 분위기이며, 치의학대학원 특성상 경조직(치아)부터 연조직(잇몸, 침샘 등)까지 모두 다루다 보니 다양한 생물학적 모델과 분석 장비를 접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세포 수준의 기초연구부터 조직공학, 면역학, 미생물학까지 다양한 접근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환경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연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원래는 생물학 분야에서 거의 쓰이지 않던 재료인 PAN에 단 하나의 기능기인 카테콜을 더했을 뿐인데 세포들이 마치 살아있는 조직처럼 반응하고 구조를 형성해 나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소재를 설계하고 만드는 단계에서는 이 재료가 실제 생체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예상하기 어려웠지만 그 위에 세포를 올려줬을 뿐인데 스스로 조직을 만들고 분화해가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을 때 단순한 재료가 생물학적 의미를 갖기 시작하는 순간을 마주한 느낌이었습니다. 공학적으로 만든 작은 재료 조각이 생물학의 언어로 해석되고, 그 가능성을 직접 증명해낸 경험은 연구자로서 큰 보람이자 자부심으로 남아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도 아직 박사과정 중이라 누군가에게 조언을 드릴 만큼 충분히 알거나 경험이 많다고 하긴 어렵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돌아보며 느낀 점을 가볍게 공유드리는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충분히 준비가 된 다음에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주저하게 되는 순간이 많은데 실제로는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걸 이해하고 시작하려 하기보다는 일단 부딪히고, 실험하고, 실패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요즘은 특정 학문 안에서만 답을 찾기보다 여러 분야의 지식을 엮어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융합적인 연구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많이 느낍니다. 저는 학부 시절 생물학을 전공하면서 동시에 의공학을 복수전공했는데 당시에는 공학적 언어도 생소하고 접근 방식도 낯설어 많은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경험이 이후에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처럼 생물학을 바탕으로 시작하더라도 꼭 전통적인 조합으로만 접근할 필요는 없습니다. 요즘은 중개의학, 바이오인포매틱스처럼 다양한 융합 방식이 가능하고 중요한 건 자신만의 접점을 잘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의 과정 동안에는 iPSC 에서 분화된 성체 인간 타액선 오가노이드에 대한 연구를 좀 더 깊이 있게 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체외 배양된 인공타액선을 실제 이식이 가능한 크기의 구조체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한 PAN-C 지지체는 체외에서 초기 조직 형성 과정을 관찰하고 조절하는 데는 유용했지만 생체 이식에는 적합하지 않은 한계가 분명하고 마우스 조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기에 사람의 타액선 조직에는 어떻게 반응할 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어떤 재료를 쓰더라도 평면 위에 배양하면 결국 2D 환경에 머무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보다 입체적인 3D 환경을 제공하면서도 생체적합성이 뛰어난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중간엽 환경의 조절, 입체 구조의 안정화, 기능성 세포의 유지 같은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타액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지형태를 가지는 폐, 췌장, 신장, 유선 등의 다양한 상피기관의 재생 가능성도 함께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연구자로서의 태도뿐만 아니라 삶의 자세까지 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주신 이상우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늦은 시간에 질문을 드려도 항상 친절하게 응답해주시는 세심함에 늘 죄송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컸습니다. 또한 항상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주시고 연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깊이 이해해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계셔서 연구를 대하는 관점이나 사고의 깊이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는 많은 분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완성될 수 없었습니다. 방대한 전사체 분석 데이터 해석을 함께 해석해주신 김준철 박사님과 정지훈 교수님, 그리고 핵심 소재 개발을 담당해주신 원광대학교 류지현 교수님팀과 경북대학교 김종호 교수님, 재료의 물성 분석을 맡아주신 단국대학교 이정환 교수님팀, 아울러 김정호 교수님과 구본철 박사님, 박경표 교수님께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늘 곁에서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과 언제나 따뜻한 마음으로 곁을 지켜준 사랑하는 여자친구 지영이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5.07.14
관련분야 논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