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제가 수행한 연구는 재발성 수막종(meningioma)의 장기적인 진화 과정을 단일세포 수준에서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수막종은 전체 뇌종양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종양이지만, 대다수는 양성으로 분류되어 비교적 안정적인 경과를 보입니다. 그러나 고등급 수막종이나 재발성 수막종은 치료 방법이 제한적이고 생존율이 짧다는 점에서 임상적으로 여전히 큰 도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동일 환자의 원발 종양과 재발 종양을 동시에 확보해 단일세포 수준에서 정밀하게 비교·분석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저희는 국내 수막종 환자의 원발 및 재발 종양 샘플을 확보하여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진행 하였습니다. 이 데이터를 통해 암을 구성하는 종양세포들의 이질성과 변화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었으며, 종양의 발생과 재발에 동반되는 세포 프로그램 전환과 면역 환경의 변화를 함께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분석 결과, 재발성 수막종에서는 Cell Cycle 프로그램이 크게 활성화 되고, 종양세포와 면역세포 간의 상호작용이 뚜렷하게 강화되는 양상을 관찰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은 COL6A3 유전자의 역할이었습니다. COL6A3는 종양의 재발 과정에서 과발현되며, 치료 저항성과 짧은 생존율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RNA velocity와 latent time 분석을 통해 COL6A3 유전자의 발현량이 재발 과정에서 활성화 되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특히 C1Q+/M2 종양관련-대식세포(Tumor-Associated Macrophage)와 CD44-COL6A3 Signaling Cascade를 통해 상호작용하면서 Immunosuppressive한 미세환경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COL6A3 관련 신호는 본 연구의 환자 코호트에 국한되지 않고, 외부 RNA-seq 데이터와 면역조직화학 염색을 통해서도 일관되게 재현되었습니다.
본 연구는 수막종의 발생과 재발을 단일 시점의 단순 비교로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동일 환자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유전체 변화와 세포 생태계를 입체적으로 추적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습니다. 아울러 COL6A3 발현이 재발 위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데이터로 입증함으로써, 임상적으로 활용 가능한 재발 위험 예측 바이오마커의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번 연구는 치료 방법이 제한적인 재발성 수막종 환자에서 COL6A3를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하였으며, 앞으로 환자 맞춤형 임상시험이나 병용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소속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암유전체 연구실은 종양의 발생과 진화를 유전체적 관점에서 탐구하고, 이를 환자 맞춤형 치료로 연결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는 종양을 단순히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복잡한 유전체 변이와 세포 계층이 얽혀 있는 동적인 체계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요 유전자의 변화를 규명하고, 그것이 종양의 형성과 유지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밝히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자의 치료 반응을 결정짓는 분자적 요인을 규명하기 위해,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 등 다양한 오믹스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머신러닝 기반의 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항암제,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분자적 단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종양세포뿐 아니라 주변의 면역세포나 섬유아세포와 같은 암미세환경 역시 암의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과 공간전사체 분석을 적용하여 종양 미세환경의 복잡성과 세포 간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규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희 연구실은 종양의 유전체적 구조, 치료 반응의 분자적 결정 요인, 그리고 종양 미세환경이라는 세 가지 큰 축을 중심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보람을 느낄 때는 제가 분석한 결과가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는 순간입니다. 병원의 의사 선생님들과 협업을 통해 연구에서 도출한 근거가 치료 전략에 반영되고, 그로 인해 환자분들이 좋은 예후를 보이는 사례를 접할 때마다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단순히 학문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제 연구가 환자분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자로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암 연구라는 큰 여정에 작은 부분이라도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가장 큰 동기이자 힘이 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정해진 튜토리얼만 따라해도 유전체 분석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후라고 생각합니다. 결과가 올바른 지 다시 점검하고, 분석 과정에서 오류가 없었는지 살펴보며, 생물학적 맥락 속에서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도 누구는 단순한 수치만 보고 끝나고, 또 누구는 더 넓은 통찰을 얻기도 합니다. 이러한 차이는 배경지식과 꾸준한 공부, 그리고 결과를 바라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암은 하나의 경로로만 설명되지 않는 복합 질환입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흐름을 함께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제가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작은 결과라도 끝까지 확인하고 모르는 부분은 겸손히 배우며, 데이터로 증명하려는 태도가 연구자로서 성장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처음 이 길을 선택했을 때는 기존에 공부해 오던 생물학적 배경과 더불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접하면서, 낯설지만 신선한 연구 방법에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이전에 익숙했던 시각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명 현상을 탐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 호기심이 지금까지 연구를 이어오게 된 중요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연구를 이어가던 중 가까운 가족의 암 투병 과정을 지켜보면서,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을 넘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진행해 온 종양 미세환경 연구를 토대로, 보다 환자 치료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특히 난치성 환자들에게서 왜 기존 치료가 잘 듣지 않는지, 어떤 요소들이 재발과 불량한 예후를 결정하는지를 밝힘으로써,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연구 성과를 넘어, 환자들의 생존과 삶의 질 향상에 실제로 보탬이 되는 연구를 이어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이 논문이 나오기까지 아낌없는 지도와 격려를 해주신 사경하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여러 교수님들께도 감사드리며,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신 고려대학교 박석인 교수님과 연구실 팀원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연구 과정에서 지칠 때마다 곁에서 응원해주신 부모님과 큰 힘이 되어준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함께 고민을 나누며 성장할 수 있었던 연구실 동료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암 투병 중이신 이모께 이 논문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등록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