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 연구는 만성 콩팥병(CKD) 환자에서 흔히 동반되며, 신기능 저하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신장 섬유화의 조기 진단과 치료 타겟을 찾기 위해 수행한 연구입니다. 최근 고령화 및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 대사질환의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만성 콩팥병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특히 섬유화는 한 번 진행되면 회복이 어려운 병리적 변화이기 때문에, 이를 초기 단계에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의 개발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신장 섬유화는 다양한 신장 세포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하며, 그 분자적 메커니즘 역시 매우 정교하고 복합적입니다. 저희는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후성유전학적 인자인 p300에 주목했고, 신장의 구조적·기능적 중심을 이루는 근위세뇨관 세포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근위세뇨관의 p300이 신장 섬유화의 발달 과정에서 섬유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는 예상과 다른 흥미로운 결과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예를 들어, 섬유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여겨졌던 근위세뇨관에서 p300 단백질의 발현이 높게 증가한다든가, 단백질 발현은 증가하는데 전사 수준에서는 변화가 없다는 등의 예상과 다른 결과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예상치 못한 현상들의 원인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은 때로는 어려웠지만 동시에 가장 흥미롭고 보람된 부분이었습니다.
이 연구는 2019년, 세포주 분양과 마우스 모델 제작으로 시작해 2025년까지 수차례의 투고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결국 세상에 공개될 수 있었습니다. 저희의 연구가 비록 신장 섬유화라는 큰 주제 안에서 보면 작은 조각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이와 같은 연구들이 계속 쌓여 언젠가는 실제 신장 섬유화를 가진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진단 및 치료법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연구를 진행했던 곳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및 만성난치질환 시스템의학 연구센터 (MRC) 에서 윤호근 교수님 지도하에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저희가 속한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및 만성난치질환 시스템의학 연구센터에는 수 많은 연구원분들이 암, 대사질환, 신경질환등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협력하여 시스템의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윤호근 교수님 연구팀은 폐, 간, 신장 등 주요 장기에서 발생하는 섬유화 질환의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세포 및 동물 모델 뿐 아니라 In silico 분석을 포함한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분야의 다양한 연구팀들과의 협업을 통해, 연구의 심층성과 질환 연관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 연구도 신장내과 김범석교수님과, 병리과 임범진 교수님과의 공동연구가 있었기에 이러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희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분자생물학적 실험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기법들은 짧게는 수시간, 길게는 유전자 조작 마우스를 제작하는 것처럼 1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과를 얻기 전까지는 내 실험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내가 세운 연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연속 속에서 마침내 결과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희열은, 그 어떤 순간보다도 큰 보람과 감동을 안겨줍니다. 또한, 내가 세운 가설의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져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역시 연구자로서의 큰 행복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분자생물학 연구가 힘들고, 불안함의 연속이지만 이러한 보람찬 순간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연구를 해 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우리 분자생물학은 풍부한 배경지식과 논리적인 사고력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몸으로 부딪쳐야 하는 일이 많은 학문이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서서 실험해야 하는 일도 많고, 때로는 쥐들과 씨름해야 하며, 각종 장비를 다루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녀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최근에야 비로소, 원하는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체적 강인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만큼, 강한 체력을 기르는 것 또한 연구자에게 필수적인 자질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낙담하지 않는 자세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분야는 실험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기본이며, 그 과정에서 반복적인 실패는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의 실패에 일희일비하며 상처받고 지쳐버린다면 연구를 지속하기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실패를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진다면, 연구 과정이 훨씬 덜 지치고, 더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하게 느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다양한 섬유화 질환에서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가 질병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섬유화는 암에서도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을 조성하며, 암의 진행, 예후, 치료 반응 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축적해온 연구 경험과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들이 종양 형성과정에서 섬유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이를 치료 및 진단의 관점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소변, 혈액, 기관지 세척액(BALF) 등 비-침습적 샘플을 활용한 진단 및 모니터링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가 발굴한 여러 섬유화 관련 바이오마커 후보들이 이러한 비-침습적 샘플에서도 검출 가능한지를 탐색하고, 환자 친화적인 진단 기술로 발전시킬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탐구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무엇보다도, 학위과정 전반은 물론 연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늘 한결같이 아낌없는 가르침과 따뜻한 조언을 베풀어주신 윤호근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본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임상의학적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고, 임상 샘플을 활용한 연구가 가능하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신장내과 김범석 교수님과 병리과 임범진 교수님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제 연구의 기초를 다져주신 연세대학교 유정윤 교수님, 그리고 연구 전반에 걸쳐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박수연 선생님 그리고 같이 쥐 요관을 묶어준 권재환 학생과, 함께 울고 웃으며 연구실 생활을 함께해 준 모든 우리 연구실 팀원들 에게도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제가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던 실험기법들의 이론과 실기를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우리 임상병리학과의 유성률 교수님을 비롯한 모든 교수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준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무한한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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