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서울시립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
요즘 인공지능은 늘 뜨거운 감자입니다. 인공지능이 사람과의 바둑 대전에서 승리했다는 뉴스를 보던 당시만 해도 크게 체감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우리 일상에 인공지능이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가히 ‘인공지능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인공지능 분야의 기술 발전 속도는 다른 어떤 과학기술 분야보다도 빠르기 때문에, 몇 년 뒤 이 분야가, 나아가 우리 삶이 어떻게 격변할지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환경)독성학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매우 뜨겁습니다. 단순히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독성학에서는 이미 여러 해 전부터 ‘비동물시험법 기반 독성예측’을 향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 독성학은 실험 연구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화학물질을 특정 조건에서 생물체에 노출시켰을 때 나타나는 영향을 관찰하고,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실험에 사용되는 생물체는 대체로 쥐나 토끼 같은 동물들이며, 이러한 연구 방식은 현재에도 여전히 표준적인 방법으로 수행되고 있습니다. 연구기관뿐 아니라 화학물질을 관리하는 정부기관에서도 정책 의사결정의 기초 자료로 동물실험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강력한 화학물질 규제가 시행되고 있어, 많은 화학물질에 대해 안전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희생되는 동물의 수는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러나 동물실험에는 과학적·윤리적·경제적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실제로 동물실험 결과가 사람에게 나타나는 영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FDA에서는 동물실험을 통과한 의약품의 90% 이상이 임상시험에서 탈락한다는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동물실험이 불필요하게 관행적으로 수행되어 온 것은 아닌지 문제를 제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윤리적으로도 과도한 동물 희생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으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화학물질 규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낭비되는 자원도 상당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독성학을 포함한 여러 생의학 분야에서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비동물시험법’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신규접근법(New Approach Methodologies, NAMs)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공지능이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유망한 신규접근법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독성학자들이 주목하고 있으며, 다양한 관점에서 그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저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화학물질 독성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그 활용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환경화학물질의 독성을 예측하고 결과를 활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례연구를 통해 동물실험 자료가 충분히 축적된 물질들을 대상으로 예측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인공지능 기반 예측이 실제 실험 결과와 일정 수준의 정합성을 가진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몇몇 물질들은 독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되었으나, 충분히 규제되지 않고 실험 자료가 부족하여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을 확인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이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토대가 되고, 그리고 정책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습니다.
2.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 연구를 처음 기획했을 때는 지금 논문의 구조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가설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때는 연구에 활용한 고속대량스크리닝 in vitro 활성 데이터가 실제 동물실험 기반 독성과 통계적으로 상관성을 보이는지를 확인하는 작은 연구였습니다. 이 논문의 공동저자인 안시열 학생이 학부 1학년 때 처음 연구실에서 맡은 프로젝트였는데, 함께 독성 예측 연구를 진행하면서 인공지능 모델을 덧붙이게 되었고, 그러던 중 연구실에서 생활화학제품 관련 과제를 시작하게 되면서, 개발한 모델을 실제 제품 내 물질 스크리닝에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연구는 점점 더 몸집을 불려갔습니다.
논문이 출판되고 나서 돌이켜보니, 이 연구가 시간이 흐르며 계속 변형되어 온 것처럼, 저 역시도 처음 이 연구를 기획하던 때와는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습니다. 연구의 끝에서, 처음 품었던 질문의 답을 찾은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질문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연구의 본질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앞으로 제가 마주하게 될 무수히 많은 질문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또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 의미를 줄 수 있을지 무척 기대됩니다.
3.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현재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곳은 서울시립대학교 환경공학부 최진희 교수님이 이끄는 환경시스템독성학연구실 (https://est.uos.ac.kr/) 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인공지능, 시스템 생물학, 분자 도킹 시뮬레이션, 인체 세포, 예쁜꼬마선충 등 다양한 신규접근법 기술을 활용하여 화학물질의 독성을 평가방법을 혁신하는 차세대 위해성평가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환경부의 환경성질환 예방관리 핵심기술개발 사업 중 ‘분자독성 네트워크 기반 환경성질환 예측모델 개발’ 과제와,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기술개발사업의 ‘생활화학제품 함유 혼합물 대상 인체 복합 유해성 평가용 AOP를 반영한 통합시험평가접근법(ITS/IATA) 활용 기술 개발’ 과제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두 과제에 핵심 연구원으로 참여하여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4.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얻는 기쁨은 많지만, 그중 하나는 제가 스스로 선택한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저는 여러 정체성을 부여받았습니다. 한국 사람, 남자, 수도권에서 사는 사람, 아들, 오빠라는 정체성은 대부분 제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이었고, 선택한 경우에도 강요된 선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연구자의 길을 걷겠다고 스스로 결정한 것은 달랐습니다. 누구에게도 강요받지 않았고(오히려 만류하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들었지만), 제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제 마음의 소리를 따른 결과였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1년 가까이 고민했을 만큼 신중했고, 그만큼 진심을 담아 내린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4~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누군가로부터 연구를 잘했다는 칭찬을 들을 때보다, 연구자가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을 때 더 기쁩니다. 아마도 그 말이, 오랫동안 고민하며 결정을 내렸던 과거의 저를 격려해 주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는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 제가 선택한 제 모습으로 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연구를 하면서 얻은 가장 큰 보람이자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5.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독성학이라는 분야는 매우 독특한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응용과학이 그러하듯, 독성학은 과학과 정책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가장 기초적인 과학적 질문에서부터 정책에 바로 적용 가능한 실용적 질문까지, 다양한 차원의 주제를 다루는 분야입니다.
저 역시도 연구를 하면서 때로는 아주 세밀한 독성 메커니즘을 탐구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과학적 지식이 없어도 활용할 수 있는 범용적 기술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연구의 자유도가 높은 분야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독특한 특성에 매력을 느끼는 학생이라면 독성학과 잘 맞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6.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앞으로 인공지능 기반 독성예측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이 모델이 실제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도 탐구하고 싶습니다. 독성예측 모델은 화학물질의 규제 의사결정 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화학물질과 인체 질환과의 상관성을 규명하고, 나아가 사람뿐 아니라 환경 생태계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종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학위 과정을 마칠 때까지 이러한 질문들을 품고 독성예측 연구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특히 2025년에는 파리 시테 대학교(Université Paris Cité)와의 이중 박사학위 과정 협정에 따라 1년간 유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더 넓은 세계에서 제가 가진 질문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함께 답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7.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늘 아낌없는 지원과 지도를 해주시는 지도교수님 최진희 교수님께, 그리고 이 연구를 함께 수행한 안시열 학생을 비롯한 동료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박사과정 생활을 즐겁게 이어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지도교수님과 동료들과 함께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연구실이든 다른 조직이든, 리더와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매우 값진 일입니다. 저는 운 좋게도 좋은 분들을 만나 그 어려운 일을 함께 해내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 또한 그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 성취라 생각하며, 앞으로 함께 더 큰 성과를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등록일 2025.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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