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항암제를 사용하는 화학요법은 암 치료에서 필수적이지만, 치료 도중 암세포가 획득하는 항암제 내성은 효과적인 완치를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항암제 내성세포에서는 젖산탈수소효소의 활성화로 해당과정이 증가하거나, 미토콘드리아 질량이 증가하는 등 대사적으로 다양한 변화가 관찰되며, 이를 metabolic reprogramming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암세포가 항암제를 분해하거나 방출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생성하게 합니다. 즉, 항암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metabolic reprogramming을 일으키는 핵심 대사 조절자를 규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존에는 오믹스 분석을 통해 핵심 조절자를 찾는 노력이 주로 이뤄져 왔지만, 이는 ‘유전자-대사 효소-대사체’로 연결된 복잡한 세포 분자 체계 중 개별 층위만 분석하고, 각 분자체의 양적 변화만을 중심으로 해석합니다. 따라서 분자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대사 네트워크’ 전체를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즉, 핵심 대사 조절자를 찾기 위해서 대사 네트워크 전체를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실정이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Genome-scale metabolic model (GEM)이라는 컴퓨터 기반 시뮬레이션 모델을 활용했고, 특히 차원 축소법을 결합하여 핵심 대사 조절자를 효과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개발했습니다. 이 프레임워크를 통해 예측된 조절자를 억제제로 조절한 결과, 내성 세포의 대사 상태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항암제 내성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항암제 내성뿐만 아니라, 신경퇴행성질환, 바이러스 감염, 당뇨병 등 다양한 질병에서도 필연적으로 대사 과정의 변화가 관찰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저희의 프레임워크로 질병 특이적인 대사 네트워크의 변화를 해석하고, 질병 진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대사 조절자를 규명함으로써 다양한 질병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공동연구 중 이뤄졌던 많은 디스커션들입니다. 실험 기반 연구에 익숙했던 저에게 컴퓨터적 사고방식은 새로운 도전이었고, 이를 익혀가는 과정에서 김현욱 교수님 연구실의 정해덕 박사님과 나눈 연구적 대화는 제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매번 흥미로운 논의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고, 그 경험들은 지금도 제게 매우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KAIST 공과대학 생명화학공학과의 김유식 교수님이 이끄시는 RNA Engineering & Application 연구실 (REAL)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써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이중나선 RNA (dsRNA; double-stranded RNA) 및 이와 결합하는 이중나선 RNA 결합 단백질 (dsRBP; dsRNA binding protein)을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동시에 항암제 내성, 대사 질환, 노화 등 다양한 질병 모델을 극복하려는 공동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교수님께서는 학생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연구 주제를 심도있게 논의하시고, 세심한 지도를 해주십니다. 연구 분야 및 최근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는 연구실 홈페이지(https://sites.google.com/view/reallab)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현대 사회에서 대사 과정의 이상은 암, 당뇨병, 비만, 바이러스 감염성 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질환이 대사 네트워크의 교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질병의 공통된 기반인 대사 과정의 변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질병을 극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연구의 길은 단순히 직선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프레임워크의 대사 조절자 선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타겟 검증 실험을 반복했지만,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설계한 프레임워크를 통해 도출한 핵심 대사 조절자가 실제로 항암제 민감성을 회복시킨다는 결과를 확인했을 때, 반복된 실패로 작아졌던 저 자신에게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라는 위로가 되었고, 결국 해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반복되는 실패 끝에 얻은 단 한 번의 성공이 주는 성취감, 그 짜릿한 감정이야말로 제가 연구를 계속해 나가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대사 네트워크 교란으로 인한 질환 중 항암제 내성이라는 질병 모델을 다루었고, 내성 세포에서 나타나는 metabolic reprogramming을 GEM (Genome-scale Metabolic Model)이라는 시스템 생물학 기반 도구를 활용해 풀어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항암제 내성 극복이라는 결과뿐 아니라, 대사 네트워크 해석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연구자로서의 성장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연구는 성과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긴 여정이고, 때로는 답이 보이지 않는 시간도 감내해야 합니다. 그럴수록 자신만의 속도를 존중하고, 성장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허락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개방적인 자세로 다양한 관점에 귀 기울이는 태도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연구는 늘 혼자서 완성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낯선 분야나 익숙하지 않은 방법론에서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의견을 듣고 고민하는 과정이 결국 자신의 연구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저 자신에게도 계속 되새기고 있는 말입니다. 앞으로 연구자의 길을 계속 걸어가려는 저에게도 꼭 필요한 태도라 생각하며, 후배 연구자분들도 너무 서두르지 않고 자기만의 리듬을 지켜가시길 응원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는 바이러스 감염과 같은 대사 네트워크의 교란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대상으로 연구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는 TCA 회로에서의 글루타민 사용이 감소하고, 포도당 의존성이 높아지며, 해당과정(glycolysis)과 one-carbon 대사 경로의 활성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감염에 의한 대사 변화는 바이러스의 생존과 증식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데, 이를 정상 세포의 대사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반 프레임워크는 변화된 대사 네트워크를 면밀히 해석하고, 바이러스 감염 상황에서 핵심적인 대사 조절자를 예측하는 데 활용될 수 있습니다. 특히, 컴퓨터 모델을 기반으로 치료제 후보를 신속하게 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했을 때 약물 개발에 드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강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 저는 이러한 접근을 바탕으로, 다양한 질병에서 나타나는 대사 교란 현상을 표적으로 삼아 핵심 대사 조절자를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제 연구를 소개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먼저, 제게 연구자의 자세와 태도를 가르쳐주신 지도교수님 김유식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교수님께서는 연구란 단순히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일임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공동연구를 함께 하며 늘 아낌없는 조언과 격려를 보내주신 김현욱 교수님과 유한석 교수님, 그리고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한 연구원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프로젝트를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며 긴 시간을 동고동락했던 정해덕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곁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고 힘이 되어주는 엄마, 아빠, 남동생, 사랑하는 가족들, 그리고 곧 제 인생의 동반자가 될 정의준 군에게도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Anticancer drug resistance
# Metabolic reprogramming
# Genome-scale metabolic model (G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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