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알츠하이머병 연구는 1906년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가 최초로 이 질병을 발견한 이후 120여 년간 꾸준히 발전해왔습니다. 특히 최근 10년간 Tau PET 영상기법의 도입은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Tau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 중 하나로, 인지 기능 저하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어 임상적 증상의 진행을 가장 잘 반영하는 바이오마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저는 박사과정을 시작하면서 환자 영상 분석을 통해 Tau PET 연구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현재 임상에서는 FDA 승인을 받은 시각 판독(visual read)이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연구 분야에서는 다양한 정량 분석 방법들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저는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시각 판독법과 연구용 정량 분석법의 일관성과 상호보완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국내외 대규모 코호트(K-ROAD, ADNI)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 FreeSurfer without Partial Volume Correction 방법이 시각 판독과 가장 높은 일치도를 보였으며, 정량 분석법이 조기 tau 병리와 중간 단계 변화를 더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temporal meta-region은 초기 병기 구분에, temporoparietal region은 진행된 병기 구분에 우수한 성능을 보였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정량 분석이 혈장 p-tau217 변화와 인지기능 저하를 더 정밀하게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향후 임상시험에서의 치료 효과 모니터링과 환자 층화에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국내에서는 Tau PET이 아직 연구용으로만 활용되고 있어, 알츠하이머병의 중요한 바이오마커임에도 불구하고 데이터가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 공동연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저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웨덴, 네덜란드, 미국 등과의 협력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Tau PET과 혈장 바이오마커(p-tau217, MTBR-tau243 등), 인지기능 평가, Aβ PET, MRI를 통합한 멀티모달 분석 접근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멀티모달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런 중요한 바이오 마커들을 모두 통합하여 질병을 진단하고 예측하며 치료 결과를 모니터링한다면, 알츠하이머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와 환자 보호자에게 훨씬 더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스웨덴 예테보리대학교(University of Gothenburg)의 Michael Schöll 교수님과 Alexis Moscoso 박사님과의 공동연구로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Alexis 박사님과의 협업은 저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함께 연구하면서 Visual reading과 다양한 정량적 분석 방법들을 배울 수 있었고, 흥미롭게도 이 공동연구를 통해 Alexis 박사님은 JAMA에 "Frequency and Clinical Outcomes Associated With Tau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ositivity"를 발표하시기도 했습니다.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이메일과 Zoom 회의를 통해 데이터 해석에 대해 세심한 조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 UCSF 신경과 메모리센터와의 협업을 통해서도 새로운 기법들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고, 같은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분들이 저의 초보적인 질문에도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변해주시는 모습에서 진정한 학문 공동체의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Tau PET 시각 판독 작업이었습니다. 신경과 선생님들께서 진료 외 시간을 쪼개어 야간이나 주말에까지 하나하나 판독 작업을 해 주셨습니다. 때로는 애매한 케이스가 나오면 판독후에 함께 고민하며 토론했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면서도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협업이 연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혼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연구는 데이터 이상의 이야기이며, 사람과 협력의 힘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박사과정에서 서상원 지도교수님의 도움으로 다양한 국가와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배울 수 있었고, 학회에서 그분들의 강연을 들으며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20개 이상의 병원이 참여한 한국인을 대상으로 수집된 K-ROAD(Korea Registries to Overcome Dementia and Accelerate Dementia) 코호트 (PI: 서상원 교수님, doi.org/10.12779/dnd.2024.23.4.212)를 활용하여 수행되었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치매융합연구소(Alzheimer's Disease Convergence Research Center)는 K-ROAD 코호트의 core center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각 환자의 MRI, Amyloid PET, Tau PET, 유전체 등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환자의 상태를 다각도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연구소의 가장 큰 강점은 다학제적 협업 체계입니다. 신경과 의료진, 임상심리사, 줄기세포 연구팀, 영상의학 전문가, 바이오인포매틱스 연구자 등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협업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여러 신경과 교수님, 박사님들의 헌신으로 핵의학 검사와 혈액 검사 결과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수년에 걸친 인지 수준 변화를 추적한 자료가 풍부하게 축적되어 있습니다.
연구소는 해외 유수 연구기관 및 대학과 연계하여 최신 혈액분석 기법을 활용한 정량적 분석을 진행할 수 있는 글로벌 협력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결합한 풍부한 연구가 가능하며, 국제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도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연구소의 특별한 문화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다른 분야에 대해 배우려는 열린 자세입니다. 이러한 융합적 환경에서 각 분야의 전문성이 시너지를 발휘하여, 알츠하이머병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혁신적인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수행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시작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주변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와 이들을 돌보는 가족들을 볼 기회가 많았고, 그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 하는지를 직접 느꼈던 경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단순히 논문을 위한 연구가 아니라, 실제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제 연구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실제 의료 환경에서 내원하는 환자의 Tau PET을 정량적으로 분석하여 다른 임상 선생님들과 함께 모니터링해 나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개발하고 적용한 분석 기법들이 실제 환자의 진단과 치료 방향 결정에 도움이 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연구실에서의 데이터 분석이 단순한 숫자 게임이 아니라, 실제 환자의 삶과 직결된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 것을 실감할 때마다 연구자 로서의 자부심을 느낍니다.
더 나아가 저는 혈액 기반 바이오 마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일차 진료에서도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현재는 비싸고 접근성이 제한된 PET 검사가 필요하지만, 언젠가는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도 조기에 알츠하이머병을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며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하면서 깨달은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열정을 가지고 꾸준히 계속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신다는 것입니다. 환자를 위한 의미 있는 연구라는 공통된 목표가 있을 때,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면 놀라운 협력이 이루어집니다. 국제 공동연구자들과의 협업, 임상 선생님들의 야간 판독 작업, 그리고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조언 등이 모두 이런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저에게 연구는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을 넘어 실제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제가 분석하는 모든 데이터 뒤에는 실제 환자가 있고, 그들의 가족이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려고 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어려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고 있으며, 앞으로도 환자 중심의 실용적이고 의미 있는 연구를 통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대학원 생활과 연구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내와 끈기를 필요로 합니다. 연구는 대부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초기에 여러 프로젝트가 중단되며 많이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시기를 지나온 지금은 연구 자체를 즐기며 몰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에서 좌절하거나 한 가지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유연하게 방향을 전환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태도입니다. 대학원 생활에서의 연구는 결과 만큼이나 그 과정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연구의 큰 흐름은 학문 간 융합입니다. 본인의 주된 연구 분야가 아니어도 항상 어떤 학문이든 열린 자세로 배우 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Computer Science에서 시작해 의학 분야로 확장하면서, 다양한 학문에 대한 넓은 식견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만남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조언은 베풀면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연구는 결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작업입니다. 때로는 이기적인 태도로 인해 좋은 연구 기회가 무산되는 경우도 봤지만, 반대로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연구자들과 함께할 때 놀라운 시너지가 일어나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주변의 동료 연구자나 후배들에게 항상 관심을 보이고, 열린 마음으로 배우고, 나누고, 협력하는 태도를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동료들과의 소통과 협력은 연구의 완성도뿐 아니라 연구자로서의 성장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연구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이기적인 연구자가 되기보다는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성숙한 연구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작은 나눔과 협력이 언젠가는 더 큰 성과로 돌아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는 박사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동시에 논문 작성 능력을 더욱 향상시키고, 연구자로서의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나가고 싶습니다. 아직 논문 작성 부분에서 미숙한 점들이 많다고 느끼고 있어, 보다 체계적인 연구 트레이닝을 통해 성장하고자 합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국제 협업 연구를 더욱 심화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스웨덴, 네덜란드, 미국 등의 연구팀과의 협력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더 폭넓은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글로벌 수준의 연구 역량을 키워나가려고 합니다.
Tau PET 연구에서는 다양한 코호트 데이터들과의 융합을 통해 연구 범위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현재까지의 연구가 K-ROAD와 ADNI 코호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앞으로는 더 많은 국제 코호트들을 통합하여 단일화된 정량적 방법론을 개발하고 검증해보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Tau PET 분석의 표준화를 더욱 발전시키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환자들에게도 적용 가능한 범용적인 분석 도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중개의과학자(Translational Medical Scientist)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기초 연구와 임상 응용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며, 중개 뇌과학 분야에서 의미 있는 기여를 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논문으로 끝나는 연구가 아니라,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싶습니다.
연구의 최종 목표는 산업화를 통한 실제 환자 도움입니다.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진단법이나 AI 기반 영상 분석 시스템 등을 개발하여, 이것이 실제 의료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연구 결과가 실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 개발로 이어질 때 진정한 연구의 가치가 실현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접근성이 제한된 고가의 PET 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보다 간편하고 경제적인 진단 도구들을 개발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 모든 계획들을 통해 연구실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실제 환자의 삶을 개선하는 실용적 솔루션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무엇보다 저를 연구자의 길로 이끌어주신 서상원 지도교수님께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교수님께서는 단순히 연구 지도를 넘어, 좋은 연구 환경을 조성해주시고 세계 유명 대학들과의 공동연구 기회를 열어주셨습니다. 특히 세심한 논문 지도를 통해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너무도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이신 윤지환 교수님과 교신저자 조수현 교수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세심한 논문 지도와 따뜻한 응원의 말씀들이 연구를 완성해나가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두 분의 전문적인 조언과 격려가 있었기에 더 나은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멀리 스웨덴에서 함께 연구해주신 Alexis 박사님께도 특별한 감사를 전합니다. 국경을 넘나드는 협업이 쉽지 않았음에도, 언제나 세심하고 친절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박사님의 응원과 조언이 제게는 연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응원의 말을 거침없이 해주는 저의 소중한 친구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힘들 때마다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아준 친구들 덕분에 연구 과정에서 마음의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는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가장 깊은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사회에서 함께 성장하고 있는 저의 두 딸, 새별이와 새송이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각자의 길에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며 큰 힘을 얻고 있고, 정말 감사하고 소중하며 사랑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열린 자세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업하며 꾸준히 성장하는 연구자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저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자가 되어, 받은 만큼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알츠하이머
#Tau PET
#국제공동연구
관련 링크
연구자 키워드
관련분야 연구자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