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제가 연구한 분야는 치과용 임플란트의 표면 기술입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화학약품 없이도 세포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초미세 표면 가공 기술에 집중해 왔습니다. 기존 임플란트의 표면 가공은 대개 강산이나 화학 용액을 이용한 에칭 방식으로, 표면에 거칠기를 부여해 골유착을 촉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환경 오염 유발, 작업자의 안전성 문제, 그리고 표면 품질의 일관성 부족 등 여러 한계가 존재합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펨토초 레이저(femtosecond laser)를 이용한 나노텍스처링(nanotexturing)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이 공정은 화학약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나노 단위의 정밀한 표면 구조를 형성하여 세포 수준에서의 반응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기술은 3차원 복잡 구조물에도 정밀하게 적용될 수 있어, 제조 공정의 확장성과 재현성 측면에서도 매우 우수한 기술입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점은 이 기술이 단순히 연구실 수준의 성과에 머물지 않고, 현재 ‘LASERO’라는 이름으로 상용화되어 실제 시장에 출시되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 및 건강보험 요양급여 등재까지 완료된 제품에 적용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기술이 실험실에서 임상 현장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연구 과정 중 특히 인상 깊었던 순간은, 이 기술을 세포 실험에 처음 적용했을 때였습니다. 단순히 물리적인 표면 조성을 바꿨을 뿐인데도, 세포 내 미세소관(microtubule)이 활성화되고, 핵(nucleus)이 변형되며, 염색질(chromatin)이 재구성되는 생물학적 변화가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표면 구조 자체가 기계적 생물학 반응(mechanotransduction)을 유도하고, 나아가 세포의 분화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였습니다.한 마디로, "형태가 기능을 지배한다"는 명제가 실제 세포 수준에서 실현되는 과정을 눈앞에서 확인한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치의과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이상훈 교수님의 지도 아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상훈 교수님은 나노바이오 계면공학(nano-biointerface engineering) 및 조직재생을 위한 생체소재 설계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폭넓은 연구 네트워크를 갖추고 계십니다. 본 연구 역시 교수님의 이론적 토대 위에서 기획되었으며, 핵심 실험 전략 수립에 있어 큰 방향성을 제공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본 연구는 단국대 조직재생공학연구원(ITREN) 소속의 여러 연구팀 간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이정환 교수님, 김해원 교수님, 이해형 교수님의 조직재생 플랫폼, 생체재료 기반 조직공학, 그리고 기계적 자극 기반 세포생물학 분석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었고, 이를 통해 단일 연구팀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학제적 연구의 완성도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단순한 실험실 수준의 기술이 아니라, 실제로 상용화와 환자 적용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저는 동시에 의료기기 기반 스타트업 ‘비투랩(B2LAB)’의 대표로서, 해당 기술을 실제 제품(LASERO)으로 상용화하고 국내외 허가 및 보험등재 절차를 완료했습니다.
비투랩은 과학 기반의 임플란트 표면 기술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하고 임상 친화적인 의료기기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입니다. 본 논문은 단지 학술적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기초 연구에서 산업화로 이어지는 ‘기술 전환(technology translation)’의 구체적 사례로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기초 연구에서 출발한 기술이 단순한 논문 발표에 그치지 않고, 실제 환자 치료에까지 적용되었다는 사실은 연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이자 자부심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단순히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세포 수준에서의 과학적 발견이 실제 제품 설계에 반영되고, 다시 그 제품이 의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적용되는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기에 더욱 의미 깊은 연구였습니다.
기술적 관점에서 봤을 때, 저는 이 연구를 통해 기존 임플란트 표면 가공 방식이 가진 한계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표면처리 공정은 강산이나 유기용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작업자 유해성, 환경오염, 폐기물 처리 비용 증가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개발한 기술은 레이저라는 비접촉식 물리적 가공 방식을 기반으로 하여, 그 어떤 화학물질도 사용하지 않고 표면 기능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기술적 혁신을 넘어, 지속가능한 의료기기 제조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에도 기여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희는 이 기술을 LASERO 임플란트 제품에 적용하여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이는 식약처 인허가 및 건강보험 등재까지 마치고 현재 임상 현장에서 실제 사용 중입니다. 연구실에서 시작된 작은 가능성이 산업과 연결되고, 다시 의료 현장에서 생명을 다루는 실질적 도구로 자리잡은 것을 직접 확인하면서, 과학기술이 사회와 맞닿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학부에서는 의공학(biomedical engineering)을, 석사과정에서는 광학(optics)을, 박사과정에서는 치의학(dental science)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연구자로서의 길뿐 아니라, 창업이라는 또 하나의 도전도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한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학문과 산업 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형 경로를 선택했기에 지금의 성과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후배 연구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전공에 자신을 가두지 말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와 사람을 기꺼이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생체재료나 의료기기 분야는 의학, 생물학, 재료공학, 기계공학, 광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융합되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영역입니다. 따라서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협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열린 자세로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연구의 방향을 설정할 때, “이 연구가 실제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항상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길 권합니다. 그 질문 하나가 연구의 목적, 설계 방식, 적용 가능성을 완전히 다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단순한 논문 출판을 넘어서, 삶의 질을 바꾸는 실질적인 기술로 연결될 수 있는 연구란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답하는 태도가 연구자로서의 깊이를 만들어 줍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단순히 좋은 논문을 쓰고 좋은 실험을 하자는 목표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연구의 쓰임’을 고민하는 순간들이 많아졌고, 그것이 결국 산업적 실현과 임상적 가치로 이어졌습니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전공이 어떤 것이든 간에, 더 넓은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 습관과 용기가 연구 인생 전체를 바꾸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향후 연구에서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연조직 인테그레이션(soft tissue integration)을 유도하는 표면 구조 설계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임플란트 연구는 주로 골유착(osseointegration)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잇몸과 같은 연조직과의 안정적인 결합이 장기적인 임플란트 성공에 핵심적인 요소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세포 기계생물학에 기반한 나노기하학적 표면 설계 기법을 적용하여, 연조직 세포들이 안정적으로 부착되고 염증 반응 없이 생착될 수 있는 생체친화적 표면을 구현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표면은 단순히 표면 거칠기를 조절하는 수준을 넘어, 세포와 조직의 행동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성 표면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현재의 기술은 치과용 임플란트에 국한되지 않고, 정형외과용 이식재로의 확장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예를 들어, 골절 고정용 플레이트, 척추 고정 장치, 인공 관절 등 다양한 응용 분야를 목표로, 공정 적용성 평가 및 생체적합성 검증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3D 프린팅 기반 커스터마이징 임플란트에 나노 텍스처 기술을 접목하면, 환자 맞춤형 이식재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와 더불어, 저는 현재 항균성이 향상된 임플란트 표면 설계에 관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표면에 나노구조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세균의 부착과 증식을 억제하는 동시에, 조직세포에는 친화적인 표면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감염은 임플란트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항균성과 조직적합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표면 기술은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본 기술이 치과뿐 아니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신경외과 등 다양한 삽입형 의료기기의 차세대 표면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예정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논문은 단순한 한 편의 연구 결과물에 그치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지금까지 걸어온 연구와 창업, 융합과 도전의 여정이 응축된 결정체이자, 한 사람의 연구자가 어떻게 기술을 현실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질적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자이자 기업가로서, 두 정체성이 충돌하기보다는 서로를 보완하며 과학과 산업, 학문과 실용의 경계를 연결하는 접점을 스스로 개척해 왔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도출된 결과가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지고, 다시 새로운 임상적 요구를 바탕으로 다음 연구를 설계하게 되는 이 순환 구조는 저에게 매우 매력적이고 보람된 여정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이 연구가 가능하도록 든든한 기반을 마련해 주신 서울대학교 이상훈 교수님과 함께 공동연구로 참여해주신 이정환, 김해원, 이해형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각자의 전문성과 통찰력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또한, 본 연구의 공동 제1저자인 윤지영 박사님과의 협업은 학문적 완성도는 물론, 인간적으로도 매우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끊임없는 토론과 실험을 통해 서로를 자극하고 성장시켜 준 과정이 지금도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대표로 있는 비투랩의 훌륭한 팀원들께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 연구는 단지 논문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제품 개발, 제조, 인허가, 상용화, 그리고 임상 현장 적용까지 이어진 여정이었습니다. 그 긴 과정 동안 밤낮없이 함께 고민하고, 실험하고, 좌절하고, 다시 일어선 우리 팀의 헌신과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이번 성과는 저 혼자만의 결과가 아닌, 함께 땀 흘린 동료 연구자들과 실무진 모두의 공동의 결실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과학기술의 사회적 확산과 환자 중심 의료기기의 실현을 위해, 연구와 창업이라는 두 길을 서로 밀어주며 계속 걸어가고자 합니다.
#펨토초 레이저
# 나노표면기술
# 기계생물학 기반 골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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