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University of Pennsylvania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바이오 분야에서는 상당한 비용을 들여 single-cell sequencing 데이터를 논문에 추가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제 개별세포들이 다른 유전자 발현을 보이는 이질성 (heterogeneity)를 가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었을 때 단일 세포 수준에서 나타나는 표현형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상용화된 기술은 아직 없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세유체칩을 활용하여 단일 세포를 물방울 안에 가두고, 약 4만 개의 물방울을 마이크로칩 내부에 잘 정렬시킨 뒤, 세포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대사산물로 인한 세포 외부의 산성화 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현재는 세포의 유전체, 전사체, 단백질, 지질 등 다양한 분자를 분석하고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multi-omics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대사산물을 분석하는 단일 세포 대사체학(metabolomics)은 세포의 실제 표현형과 가장 밀접한 정보를 제공하며, multi-omics 연구에도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위한 원천 기술 개발은 필수적이며, 성공적으로 구현된다면 생물학 연구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입니다.
[그림1] Graphical Abstract of the paper
저는 모든 연구에는 논문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높은 허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허들을 넘어야 비로소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논문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 그 허들은, 개발한 기술이 실제로 단일 세포가 생산하는 산성 대사산물에 의한 세포 외 pH 변화를 감지할 만큼 충분한 민감성을 갖추었는지를 명확히 검증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암세포를 사용했으니 당연히 강한 산성화가 일어나 pH가 뚜렷하게 하강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는 예측과 달리 일관성이 없고 뚜렷한 경향성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참고하던 Agilent 사의 세포 대사 분석 장비 Seahorse에서 ‘Oligomycin A’를 처리해 세포의 호흡을 억제하고 해당작용을 과활성화시키는 방법을 접하게 되었고, 이를 제 연구에 적용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세포와 Oligomycin A를 함께 캡슐화한 물방울에서는 대조군에 비해 세포 외 산성화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개발한 기술이 단일 세포 수준에서도 충분히 민감하게 적용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고, 이 순간이 본 연구의 가장 큰 전환점이자 ‘Breakthrough’로 기억에 남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2021년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University of Pennsylvania 화학·생체분자공학(Chemical and Biomolecular Engineering)과의 이대연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Biology과의 김준형 교수님과 공동 지도를 받아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이대연 교수님은 미세유체공학을 기반으로 한 에멀전(emulsion) 및 소프트 소재(soft material) 분야의 전문가로, 해당 기술을 therapeutic gas delivery, mRNA delivery, biodegradable microparticle mass production 등 다양한 응용 연구에 활발히 적용하고 계십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미세유체 기술을 활용하여 단일세포를 캡슐화하고, 세포 대사산물로 인한 세포 외부 환경의 산성화를 대량 정량분석할 수 있는 ‘SCO-pH (Single-cell Optical pH)’ 플랫폼을 개발하였습니다.
김준형 교수님은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및 관련 기술 개발 분야의 전문가로, wet lab에서는 single-cell sequencing을, dry lab에서는 시퀀싱 데이터 처리 및 새로운 알고리즘 개발을 주도하고 계십니다. 최근에는 뉴런과 같이 특수한 형태를 가진 세포에서 공간적 전사체 차이를 규명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계십니다.
University of Pennsylvania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로, 필라델피아 도심 인근에 위치해 교통과 생활 편의성이 뛰어납니다. 또한 Wharton School과 대학병원이 특히 유명하며, 학내 공동연구가 활발하고 학문적으로 개방적인 분위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Singh Center의 나노 패브리케이션 시설은 체계적으로 관리되어 연구를 수행하기에 매우 우수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박사학위를 마친 후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해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시작했을 때, 설렘과 동시에 큰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연구 분야와 낯선 환경에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모르는 것이 많았고, 특히 세포를 미세유체칩에 적용하는 기술은 생각보다 까다로워 익숙해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좋은 데이터를 빨리 얻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묵묵히 실험을 반복하고 끊임없이 도전한 끝에 비로소 의미 있는 결과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도 데이터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이미지 분석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고, 이 모든 과정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인내’였습니다.
박사후연구원 과정은 빠른 성과를 요구하는 환경이라 조급해지기 쉽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연구를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연구에서 중요한 점은 속도가 아니라, 느리더라도 꾸준히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연구를 마무리하고 논문을 게재했을 때, 저는 비로소 독립된 연구자가 되었음을 실감했습니다. 이 성과는 지도 교수님들의 지속적인 지도와 격려, 기반을 마련해 주신 선행 연구자, 그리고 실험 하나하나를 함께 도와준 동료 연구자와 학생들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연구는 결코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으며, 협력과 배움 속에서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의 경험은 이 분야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공학적 접근으로 바이오 문제를 해결하는 융합 연구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어려운 과정입니다. 따라서 이 분야에 도전하고자 한다면 마음의 여유와 인내심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하루 전력을 다해 달리기보다는,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며 ‘하루에 하나씩만 해낸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연구 성과만이 곧 나의 존재 이유가 되지 않도록, 취미나 연구와 무관한 인간관계 등 다양한 ‘부캐’를 함께 갖추기를 권합니다. 박사과정이 졸업이라는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시간이라면, 박사후연구원 과정은 새로운 인간관계 속에서 더 큰 규모와 난이도의 연구를 맡게 되는 시기입니다. 이때야말로 자기 자신의 정신 건강과 시간을 균형 있게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방향을 잃지 않고 연구자로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저는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박사과정 전공을 살려 면역항암치료를 위한 다양한 약물 전달체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약물 전달 기술이 나아가야 할 중요한 방향 중 하나가 면역항암치료라고 생각해 왔는데, 실제로 이 분야를 배울 수 있는 연구실에 합류하게 되어 매우 뜻깊게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과학의 미래를 이끌 열정적인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며, 홀로 연구할 때보다 훨씬 즐겁게 프로젝트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연구책임자로서 약물 전달체 개발을 지속하는 동시에, 유펜에서 개발한 기술을 확장하여 면역세포의 표현형을 분석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임상에 보다 가까운 항암 치료와 진단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박사후연구원으로서 첫 논문을 발표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이번 성과는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며 연구에 매진한 노력의 결실이라 믿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시기에도 저를 믿고 귀중한 연구의 기회를 주신 이대연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연구 과정 전반에서 직접 지도와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신 김준형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연구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함께 고민하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홍진기 교수님, 김혜진 박사님, 김성수 박사님, 김나경 박사님, 황윤호 교수님, 정민섭 교수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연구 경력을 쌓기 위해 홀로 타지 생활을 결심했을 때, 멀리서 늘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준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남편에게도 특별한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 모든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과 같은 소중한 결실을 맺을 수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등록일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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