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서울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장내 미생물과 뇌 기능 사이의 연관성을 다루는 ‘장-뇌 축(gut-brain axis)’ 연구는 최근 들어 노화나 인지 기능 저하, 신경퇴행성 질환 같은 만성질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장내 유익균이 단순히 소화기관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숙주의 신경계나 행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런 작용의 메커니즘을 유전자 수준에서 설명하려는 시도가 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연구에서 Bacillus subtilis라는 균주에 주목했는데요, 이 균은 된장이나 청국장 같은 한국 전통 발효식품에서 흔히 발견되는 포자생성 프로바이오틱스 균주입니다. 국내에서는 식품뿐 아니라 동물이나 환경 분야 전반에서 다양하게 활용돼 왔지만, 기능성 측면에서, 그것도 유전자 단위로 깊이 있게 연구된 사례는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B. subtilis 168은 전장유전체가 완전히 해독돼 있고, 유전자 결손 주 라이브러리도 잘 구축되어 있어서 기능성 유전자를 발굴하고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데 매우 적합한 모델입니다. 저는 이 균주를 통해, 토종 유래 포자생성 프로바이오틱스가 숙주의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1,654개의 유전자 결손주를 스크리닝해서 NO(nitric oxide) 대사에 관여하는 nosA와 yojO라는 유전자가 숙주의 수명 연장이나 신경 퇴행 완화, 행동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결과는 예쁜꼬마선충뿐 아니라 마우스 모델에서도 검증했는데요, 특히 마우스에서는 기억력 뿐만 아니라 간의 산화스트레스 지표, 장내 미생물 균형, NO와 관련된 신경 대사체까지 함께 조절되는 양상이 관찰됐습니다. 단순한 상관관계를 넘어서 인과적 기전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시할 수 있었죠.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건, 기존에 연구가 많이 발표되었던 Lactobacillus 계열 유산균이 아니라 Bacillus라는 새로운 계열의 균에서도 뇌 기능 조절이나 노화 지연과 관련된 기능성을 유전자 수준에서 입증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단일 유전자의 존재 여부가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NO 대사처럼 잘 알려져 있지만 비교적 고전적인 생화학 경로가 미생물과 숙주 사이의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의 연구에 있어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를 2년 넘게 진행하면서 단순히 결과를 얻는 것 이상의 고민과 학습이 뒤따랐습니다. '기존의 프로바이오틱스를 넘어서는 새로운 개념의 차세대 프로바이오틱스(Next Generation Probiotics; NGP)란 무엇인가', '기능성을 우리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장-뇌 축의 영향력을 실험적으로 어디까지 쫓을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고, 이 논문은 그 질문들에 대해 나름의 실험적 답변을 제시하려 한 시도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동물미생물학 연구실에서 김영훈 교수님 지도 아래 진행됐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산업동물과 반려동물에서부터 인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종을 모델로 삼아, 장내 미생물과 숙주 간의 생리, 행동적 상호작용을 다층적으로 탐구하고 있습니다. 미생물이 숙주의 건강과 행동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를 유전자, 대사체, 행동 분석 등 여러 층위에서 통합적으로 살펴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연구실 홈페이지(https://calslab.snu.ac.kr/animicrobiol/main)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다 보면 단기간에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처음 예상과는 정반대의 데이터가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 역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런 순간들을 여러 번 겪었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실험을 반복하고 질문을 축적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각각의 조각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기 시작했고 그때 비로소 단순한 데이터 이상의 해석이 가능해졌습니다. 그 경험은 연구자로서 큰 보람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미생물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숙주의 행동이나 인지, 스트레스 반응 같은 복잡한 생리 현상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추적해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단순히 어떤 효과가 있다, 없다를 확인하는 걸 넘어서 왜 그런 효과가 생기는지 즉, 작용의 기전을 유전자 단위에서 하나하나 밝히는 과정은 굉장히 흥미로우면서도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실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 하나하나가 결국은 "기능이 왜 나타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연구에 임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고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장내미생물 연구 분야는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매년 새로운 분석 기술이나 머신 러닝 기반의 해석 도구들이 등장하고 있고, 이런 기술들이 연구에 큰 도움을 주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저는 '기술 중심'의 흐름에만 기대기보다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라는 점을 더 실감하게 됩니다. 생명과학에서 다루는 현상은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예외가 많기 때문에 실험을 설계할 때에도 단계를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하고 꼭 필요한 조건만을 남겨두는 훈련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유학이나 연구 진로를 고민하시는 분들께는 빠르게 결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먼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질문을 정말 좋아하는가’, ‘이 주제를 오래도록 붙잡고 고민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성과 중심으로 연구를 접근하기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질문을 다듬어갈 수 있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또 한 가지, 연구는 절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혼자만의 공부에 갇히기보다는 가능한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과 계속 소통하고 내 연구를 '내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명확한 개념을 갖게 되고 실험 자체에 대한 이해도 훨씬 깊어진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 저는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현재는 그 연장선에서, nosA와 yojO 유전자의 발현 조절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숙주 세포 내 NO 신호 경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분석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B. subtilis 외에도 다른 Bacillus 계열 균주들에서도 유사한 대사 경로가 존재하는지를 비교하고 있고, 종 간 기능 보존성과 변이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장기적인 목표로는 장내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생균제 설계나 특정 질환의 진행을 예측하고 조절할 수 있는 기능성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으로 연구를 확장해 보고자 합니다. 특히 반려동물 및 노화 인체모델을 활용해서 실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생물학적 기전과 데이터를 함께 제시할 수 있는 translational research로 연결하는 것이 최종적인 방향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매번 한빛사에 올라오는 훌륭한 연구들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쏟아부었던 노력들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 오면 저 자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막연히 상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처럼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 조금 부끄럽지만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연구는 결코 혼자서 완성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지도교수님이신 김영훈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실험 설계부터 논리 구성, 데이터 해석, 글쓰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날카롭고 따뜻한 피드백을 아끼지 않으셨고 수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던 이 실험이 끝내 논문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셨습니다. 이 연구는 단지 한 편의 논문을 완성했다는 의미를 넘어, 제게 ‘연구자로서 어떤 기준과 시각을 가져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 계기였습니다. 또한, 본 프로젝트의 핵심을 함께 이끌어주신 곽민진 박사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명확히 짚어주시며 큰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실험실 동료들 역시 여러 시행착오의 순간에도 함께 버텨주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믿고 응원해준 가족들에게 가장 큰 감사와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논문 하나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이 경험들을 버팀목 삼아, 앞으로 마주할 과제들도 성실히 해결해 나가겠습니다.
등록일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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