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우리 뇌는 몸에서 많은 활동을 하는 장기로, 단위 무게당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만큼 가장 많은 노폐물을 생성합니다. 생성된 노폐물은 뇌척수액을 통해 중추신경계 밖으로 배출됩니다. 이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뇌에 축적되면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뇌의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 신경퇴행성 뇌질환의 주요한 원인이 됩니다. 그러므로, 뇌의 원활한 기능을 위해서는 이 노폐물이 녹아있는 뇌척수액(인간 150ml 유지, 500ml 생성/일)이 원활하게 뇌 외부로 배출되어야 합니다.
저희 기초과학연구원 혈관 연구단은 2019년 뇌 후방부 뇌척수액이 뇌막림프관을 통해 주로 배출된다는 사실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Ahn & Cho & Kim et al., Nature). 또한, 2024년에 뇌의 전방/중간 부위에 존재하는 뇌척수액이 뇌막림프관을 통해 비인두림프관망으로 모여(뇌척수액 배출의 hub가 됨), 목 림프관을 거쳐 목 림프절 (deep cervical lymph node)로 배출되는 것을 발견하였고, 노화에 따른 변형을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 때 비인두림프관망과 목 림프절을 연결하는 목 림프관의 수축과 이완을 약물을 이용하여 조절하면 뇌척수액 배출을 두개골 밖에서 조절할 수 있었음을 보였습니다(Yoon & Jin & Kim et al., Nature).
하지만 이 목 림프관은 해부학적으로 깊은 목에 존재하고 있어서 약물을 사용한 조절을 임상에 적용하는 데 무리가 있었습니다. 또한 약물을 사용하여 조절하고자 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 이에 저희는 림프관 내피세포에서 형광물질을 발현하는 생쥐(Prox1-GFP mouse)을 이용하여 얼굴 아래와 턱 아래의 정교한 림프관 시스템을 시각화 하였습니다. 뇌지주막하공간에 (subarachnoid space) 각종 추적물질(tracer)을 투여하고, 이들의 림프관 배출 경로를 추적하기 위하여 첨단 생체내이미징 기술을 활용하였습니다. 나아가, 국가영장류센터와 협업을 통하여 영장류에도 동일한 방법을 적용하여 생쥐에서 발견된 뇌척수액 배출 림프관 경로를 확인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얼굴 아래 림프관의 생체외 (미국 Missouri 대학의 Michael J. Davis 교수 팀과 협업)/생체내 수축과 이완에 대한 생리학적 기능 분석을 실시하였습니다.
그 결과, 뇌척수액의 상당량이 턱 아래 림프절로 배출된다는 것과 얼굴 아래의 림프관들 중 일부가 턱 아래 림프절로 모이는 뇌척수액 배출의 통로임을 찾았습니다. 또한, 얼굴 아래의 림프관들은 눈 주변과 비강 점막, 경구개 점막하의 림프관들과 연결이 되어있고 이를 통해 뇌척수액이 배출되는 것을 찾았습니다. 노화된 생쥐에서는 비강 점막, 경구개 점막하의 림프관들이 변형되지만, 얼굴 아래의 림프관에는 큰 변형이 일어나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이 경로는 영장류에서도 동일함을 확인하였습니다.
알아낸 뇌척수액 배출 경로가 얼굴 아래의 림프관이기 때문에, 림프부종 환자에게 실시하는 림프마사지와 같은 물리적 자극으로 뇌척수액 배출을 더 증진시킬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KAIST 기계공학과의 박형순 교수님 연구실과 협업하여 실시간으로 가해지는 힘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약한 세기의 물리적 자극으로 림프관 내의 뇌척수액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으나, 강한 세기의 자극은 림프관을 수축시켜 뇌척수액 배출을 오히려 방해함을 확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약한 세기의 물리적 자극을 나이든 쥐에 가했을 때, 뇌척수액 배출이 증가함을 확인했습니다. 요약하면,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는 뇌척수액 배출 경로에 대한 더 넓은 이해를 가지게 되었고, 두개골 밖에서 뇌척수액 배출양을 비침습적인 물리적 자극을 통해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 (https://vascular.ibs.re.kr/)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본원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에 캠퍼스가 존재하는데, 저희는 기초과학연구원 카이스트캠퍼스 소속입니다. 혈관연구단은 혈관과 림프관에 대해 틀을 깨는 연구와 근원적인 지식을 탐구하는 연구단입니다. 이를 위해 혈관/림프관 연구에 필요한 장비를 구축하였으며, 열정적이고 뛰어난 연구자들이 모여 있습니다. 저희 연구단은 뇌척수액 배출에 관여하는 혈관/림프관 연구를 하고자 하는 연구자를 항상 찾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전 연구 성과 이후에 실제 사람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많은 노력을 했는데 결과가 이번에 정리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영장류에서 얼굴 아래 림프관을 통해 뇌척수액이 배출되는 사진을 얻은 그 순간은 매우 짜릿하면서도 한편으로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를 하다 보면 혼자서는 도저히 헤쳐 나갈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도움을 주고받아야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도움을 주고받아서 연구를 잘 마무리하려면, 우선 스스로의 실력이 갖추어 져야 하고, 상대방에게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항상 다른 사람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관심있게 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 제가 밝힌 경로들과 뇌척수액의 변화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또한 다양한 신경퇴행성뇌질환 환자에서 밝힌 경로들을 통한 뇌척수액 배출이 가능한지 연구할 것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2024년 nature에 출판한 이후로 쉬지 않고 지금까지 후속 연구를 마무리하는 게 가능한 이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저의 동료, 진호경 박사님 (공동1저자), 홍선표 박사님 (공동1저자)과 함께 연구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안지훈 박사님의 뇌막림프관에 대한 논문 (Nature, 2019)은 이번 연구의 근간이 되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를 지원해주시고 이끌어주신 고규영 단장님께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과학적인 물리적 자극 실험이 가능하게 해 준 KAIST 기계과의 황유석 선생님, 박형순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실험 과정 전반에서 도움을 주신 양명진 박사님, 최지은 선생님, 강혜진 선생님, 백승은 박사님, 진철화 선생님, 정준호 선생님, 김혜진 박사님, 서진철 박사님, 원진영 박사님, 임경섭 박사님, 전창엽 선생님, 이영전 박사님, Michael J. Davis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연구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읽기 쉽고 임팩트있게 전달하는데 도움 주신 UCSF의 Donald M. McDonald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제 연구실이 생기게 되면, 뇌척수액과 뇌기능에 대한 여러 연구를 진행할 것입니다. 그 때에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뇌척수액
# 림프관
# 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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