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서울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치통은 흔히 염증이나 충치로 인한 결과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치아 내부에 공기, 진동, 미세한 압력 등 다양한 기계적 자극을 정교하게 감지하는 복잡한 감각 신경망이 존재합니다.
이 신경망 덕분에 치아는 단순한 '찌릿함'을 넘어, 기계적 자극의 세기와 특성을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칫솔질이나 가벼운 공기 접촉 같은 약한 자극에도 치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바로 이 정교한 감각 체계 때문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경미한 기계적 자극이 때로는 통증으로 인식되는 정확한 생리학적 기전이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칫솔질이나 공기 분사 같은 가벼운 자극에도 통증이 유발되는 임상적 사례들은 치아의 감각 체계에 특정 '기계 감지 분자'가 관여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여러 조직에서 기계 감각을 매개하는 주요 이온 채널로 잘 알려진 Piezo2는 유력한 후보 중 하나입니다. 특히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UCSF의 David Julius와 미국 라호야 소재 Scripps 연구소의 Ardem Patopoutian이 ‘온도(TRPV1)와 촉각(Piezo) 수용체의 발견’의 과학적인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하게 되었는데, 이는 Piezo 채널의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특히 저희 연구팀의 선행 연구(Won et al., J. Dent. Res., 2017; Lee et al., Int. J. Oral Sci., 2025)를 통해 치아 감각 신경(dental primary afferent, DPA 뉴런)의 대부분에서 Piezo2가 광범위하게 발현하며 기능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기계적 자극과 통증을 유발하는 기계적 자극이 Piezo2를 발현하는 신경을 통해 '어떻게 다르게' 전달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전은 여전히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에 본 연구는 전기생리학적 분석과 분자 발현 패턴 분석을 활용하여, Piezo2가 치아 감각 신경에서 일반적인 기계 감각 신호와 통증 신호를 구분하여 전달하는 데 관여하는 '핵심적인 기전 차이'를 규명하고자 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대학교 치아-치주복합체연구센터는 서울대학교 국가선도지원센터로서 독립적인 연구기관(2020년~2025년)에 있으며, 치학, 신경과학 및 생명과학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2021년부터 본 기관에서 오석배 교수님과 연구조교수로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센터가 종료되었고, 대학내 여느 실험실의 특성들과 비슷한 것들도 있지만, 저희 연구실의 가장 큰 특징은 학생들 스스로가 생각하며 연구할 수 있도록 교수님의 전폭적인 지지로 시간과 기회를 주는 곳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자의 길은 마치 짙은 안개 속을 걷는 것과 같습니다. 눈앞에 명확한 길이 보이지 않고,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며, 수많은 시도와 실패 속에서 길을 잃은 듯 헤맬 때도 많습니다. 특히 생명 현상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대상을 다루는 바이오 분야 연구는 더욱 그렇습니다. 때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안에 갇힌 듯한 막막함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막막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버텨온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그 인내의 시간 덕분에 마침내 터널의 끝에 다다를 수 있었고, 비록 미약할지라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작은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연구 여정을 통해 저는 제가 좋아하는 성경 구절의 의미를 더욱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로마서 5장 3-4절 말씀처럼,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연구 과정에서 겪는 '환난'은 저에게 '인내'를 가르쳤습니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끈기를 길렀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진전에도 감사하며 나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인내'는 저를 '연단'시켰습니다. 연구자로서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켰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웠으며,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를 갖추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환난'과 '인내', '연단'의 과정을 통해 저는 '소망'을 발견했습니다. 당장의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제가 하는 연구가 언젠가 인류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줄 수 있다는 소망. 미지의 세계를 한 조각씩 밝혀나가는 과정 자체가 주는 지적인 만족감과 성취감. 그리고 무엇보다, 이 힘든 여정을 통해 저 자신이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단단해졌다는 자부심과 보람입니다.
연구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니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인내하고 연단될 때 비로소 진정한 소망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가 걸어온 이 안개 속 여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이 길 위에서 더 큰 소망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음을 믿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품고 이 길을 선택하려는 후배 여러분께, 먼저 여러분의 용기와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생명 현상의 신비를 탐구하는 연구는 분명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여러분이 앞으로 마주할 여정에 대해 몇 가지 현실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연구는 단순히 실험이 좋다는 마음만으로는 지속하기 어려운 여정일 수 있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은 수많은 실패와 좌절, 그리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동반할 때가 많습니다. 간혹 '연구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자들의 소유물'이라는 냉혹한 이야기도 들립니다. 이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연구에만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들이 분명 존재함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여러분 각자의 환경과 상황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연구자의 길을 걷기 위한 현실적인 준비와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이상만을 쫓기보다는, 이 분야의 현실을 직시하고 어떻게 지속 가능한 연구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러모로 고민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대학원 과정과 박사후 과정을 거치면서 연구 주제가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보고 '하나에 정착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과정들이 제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몰두할 수 있는 연구 분야를 찾아가는 소중한 여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많은 후배들이 하나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길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구자의 길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습니다. 때로는 다양한 분야를 탐색하며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발견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가는 길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으로 '나만의 연구'를 찾아 나가는 것입니다.
연구는 긴 호흡이 필요한 마라톤과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동시에,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열린 마음도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겪게 될 모든 경험, 성공과 실패 모두가 여러분을 더 나은 연구자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조급해하지 마시고, 과정 자체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즐거움을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생명과학 연구의 길은 쉽지 않지만, 인류의 건강과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 매우 보람된 분야입니다. 여러분의 열정과 노력이 빛을 발하여, 이 분야에서 귀한 결실을 맺으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1차 목표 (공동 연구): 현재 참여하고 계신 공동 연구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팀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연구 목표를 달성하고, 이를 통해 의미 있는 학술적 성과를 도출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습니다.
2차 목표 (개인 연구): 공동 연구와 병행하여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들을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독립적인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탐구하여 독자적인 연구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다음 목표 (㈜오랩바이오 R&D): 현재 소속된 연구실에서 창업한 ㈜오랩바이오에 합류하여 NK세포 기반 통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R&D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동안 쌓아온 연구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기초 연구 성과를 실제 임상 적용으로 연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최대 목표 (정규직): 연구자로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정규직 자리를 확보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공동 연구, 개인 연구, 그리고 기업 R&D 참여를 통해 연구 역량과 성과를 꾸준히 쌓아 나가며, 정규직 연구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했듯이, 이번 귀한 경험을 통해 그 의미를 다시 한번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공식적인 자리를 빌려, 혼자서는 결코 이룰 수 없었던 소중한 성과를 함께 만들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할 수 있게 되어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된 공동 연구 프로젝트였지만, 서로의 헌신과 노력이 더해져 예상치 못한 귀한 결실, 즉 논문 게재라는 필연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생각보다 길었던 리비전 과정을 함께 인내하며 논문이 최종적으로 승인되기까지, 밤낮없이 마음 졸이며 애써주신 공동 제1저자 이파름 박사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공동 저자로서 실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연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해주신 박사과정생 박지민 선생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성과는 혼자가 아닌 '우리'였기에 가능했습니다. 다시 한번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인연으로 함께 연구하고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사랑과 응원으로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주신 부모님,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늘 지지해주시는 장인어른과 장모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곁을 지켜준 동생 가족들(사랑스러운 우드누강 4형제와 윤솔이), 그리고 수호네 형님 가족에게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존재 자체가 저에게는 큰 축복입니다.
제가 과학자로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귀한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대학원 박사과정 동안 학문의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김혜선 교수님, 신경과학자로서의 비전을 품게 해주신 Johns Hopkins 대학의 Solange P Brown 교수님, 그리고 지금의 제가 '완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도와 격려를 보내주시는 오석배 교수님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연구의 길에서 만나 함께 땀 흘리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 소중한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학위 과정과 연구 중 힘든 고비마다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고등학교, 대학교 직속 선배이자 든든한 은수저이신 영덕이형, 그리고 대학원 실험실의 대선배인 조성규 박사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연구뿐만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 귀한 조언과 힘이 되어주고, 일천한 저를 사부로 생각해주는 정정훈 박사님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대학원 박사과정중 이중생활(!)을 함께 하며 큰 힘이 되어준 포항공대 MNS Lab의 정상용 박사님, 권오빈 박사님, 여신은 선생님, 김현근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연구의 마스터이며 항상 우문에 현답을 주셨던 한국/미국에서의 공동연구자인 김주현 박사님, 그리고 영원한 공동제1저자로 함께 연구하고 싶은 안경만 박사님, 김영규 박사님, 김수정 박사님, 김현진 박사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석배 교수님 연구실에서 PCI 기전 팀원으로서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각자의 연구주제를 훌륭히 이끌어가는 심상욱, 이윤경, 노다희에게도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행정 업무는 물론 비전문 분야인 연구까지 준전문가 수준으로 지원해주시는 오랩의 든든한 터줏대감 김상임 선생님, 오랩에서 첫 제자(?)로 함께 하며 인생 고민을 들어주셨던 오랩의 어른 김성아 박사님, 그리고 실험실에 밝은 생기를 불어넣어 주셨던 정윤아 박사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자리를 빌려 일일이 이름을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를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이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항상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족한 아빠이지만, 그런 저를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 때로는 최고로 생각해주는 승혁이와 수민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너희는 아빠의 가장 큰 기쁨이자 존재의 이유란다.
언제나 저 자신보다도 더 마음 졸이고 함께 고민해주며, 연구 성과가 나올 때마다 누구보다도 더 기뻐해준 사랑하는 아내 신정미 님. 당신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당신의 깊은 사랑과 지지에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겁없이 과학이라는 분야에 뛰어들어 계속적으로 허우적대고 있는 저를 매번 건져주시고 이끌어주시는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등록일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