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RNA 변형(RNA modification)은 RNA의 구조와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궁극적으로 유전자 발현 조절, 세포 내 신호 전달, 그리고 다양한 질환의 발병과도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RNA 변형에는 N6-methyladenosine (m6A), N7-methylguanosine (m7G), 5-methylcytidine (m5C), N1-methyladenosine (m1A), pseudouridine (Ψ), 2′-O-methylcytidine (Cm) 등이 있으며, 이 중 m6A 변형은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RNA 변형 중 하나로 m6A 변형은 RNA의 발현, 안정성, 번역 효율에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 1).
그림 1 종양에서 RNA 변형의 다양성
제가 수행한 연구는 m6A 변형이 이루어진 RNA 중에서도 RNA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IGF2BP (Insulin-like Growth Factor 2 mRNA-Binding Protein) family와의 연관성에서 시작되었습니다. RNA 변형이 이루어지며 IGF2BP family에 의해 RNA 안정성을 가지는 여러 후보 유전자 중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GAS5(Growth Arrest Specific 5)로, 후보 유전자 중 유일한 lncRNA였을 뿐 아니라 기존에는 종양 억제 유전자로 알려져 있었던 점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구축한 다단계 간질환 환자 빅데이터 분석과 다양한 세포 및 동물실험을 통해, GAS5가 기존의 인식과 달리 간암 발생에 관여할 수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lncRNA는 RNA-Seq 기술의 발달로 2010년 이후 활발히 연구되어 왔지만, 그 기능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 연구 접근 방식에 많은 고민이 따랐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연구실에서 활발히 연구하던 miRNA와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competing endogenous RNA (ceRNA) 관점에서 간암 발생과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하였습니다. 연구를 지속하던 중 GAS5가 SMARCA4 유전자의 ceRNA라는 것을 처음 밝혀냈을 때 개인적으로 매우 큰 희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SMARCA4 유전자에 대해 2021년 Oncogene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SMARCA4의 상위 조절인자를 찾고자 많은 실험을 진행했지만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채 논문을 마무리했었습니다. 아쉬움이 항상 남아있었던 연구결과였지만, GAS5 연구를 통해 SMARCA4 상위 조절인자까지 확인한 경험은 평생 머리속에 남아 있을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이후 연구에서 m6A 변형과 IGF2BP2에 의해 안정화된 GAS5가 miR-423-3p를 sponge하여 SMARCA4 발현을 조절한다는 연결고리를 증명하였고, 이는 기존 연구의 결과까지 하나의 완결된 axis로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 2).
그림 2. GAS5 sponges miR-423-3p for increased SMARCA4 ceRNA stability in HCC.
이러한 결과를 증명하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GAS5의 간암 관련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수많은 실험과 실패를 반복했고, 때로는 쉽게 결론을 내리고 싶은 유혹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지도교수님이신 남석우 교수님의 조언과 격려, 그리고 연구실 동료들과의 끊임없는 토론이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결국, RNA 변형에서 시작된 연구는 GAS5, miRNA, 그리고 SMARCA4로 이어지는 하나의 생물학적 축을 규명하게 되었고, 이는 저에게 연구자로서의 성장과 의미 있는 성과를 동시에 안겨준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종양 RNA 기능연구실(Lab of Cancer RNA Biology, www.namswlab.com)은 남석우 교수님의 지도 아래, 연구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가진 학위과정생 및 박사후 연구원들로 구성된 연구실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아시아권에서 높은 발병률과 사망률을 보이는 간암의 발생과 관련된 유전자를 선별하고, 그 기능을 규명함으로써 새로운 종양 발생 기전을 제시하고자 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NCBI-GEO, TCGA, ICGC 등 다양한 공개 데이터와 자체적으로 생산한 RNA-Seq 데이터를 기반으로 RNA의 다양성과 기능성 RNA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간암 치료를 위한 타깃 및 바이오마커 발굴, 나아가 RNA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는 이행성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연구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 학부 과정을 마치며 가졌던 ‘많이 배웠으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은 곧 막막한 현실 앞에 부딪혔습니다.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은 새로운 것을 밝혀내는 연구의 세계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로 인해 연구자로서 겸손함과 끈기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도교수님과 연구실 선배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되었고, 오랜 시간 스스로를 단련할 수 있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을 넘어, 새로운 사실을 직접 증명해 나가는 과정, 스스로 던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며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 속에서 연구자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실패 뒤에 찾아오는 한 줄기 희망의 데이터에 환호하고, 그 실패들을 하나씩 극복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저 또한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순간들이 모여 결국 논문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을 때의 연구자로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도 이제 막 연구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입장이라 조심스럽지만, 연구란 끊임없이 배우고, 스스로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여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이 길은 마치 광활한 우주를 탐험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되고, 그 속에서의 작은 발견 하나하나가 큰 의미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관심과 성실함, 그리고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 끈기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의 최신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작은 실험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묵묵히 증명해 나간다면, 어느 순간 자신이 크게 성장해 있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내 연구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말도 맞지만, 혼자 고민하기보다는 주변과 함께 소통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동료들과의 활발한 논의는 종종 예상치 못한 인사이트를 주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연구를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는 non-coding RNA, 특히 기능성 non-coding RNA를 조절하는 전략을 기반으로 한 간암 치료제 개발을 하고자 합니다.
이와 더불어 암 발생에 있어 RNA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RNA의 암 발생 기전과 이를 치료 전략으로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무엇보다도 제가 연구자로서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늘 따뜻한 격려와 아낌없는 지도를 해주신 남석우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연구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실험의 기초부터 연구자의 자세까지 세심하게 가르쳐 주신 은정우 교수님, 윤정환 교수님, 김형석 교수님, 양희두 박사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하며 좋은 논문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함께해 준 하진웅 선생에게 감사 인사 전합니다. 또한, 늘 언제나 많은 도움을 주시는 연구실 선배님, 후배 동료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저의 선택을 믿고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과 누나, 그리고 묵묵히 곁을 지켜주며 사랑해주는 여자친구 정란이에게 감사하고,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liver cancer
# RNA modification
# ceR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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