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Okinaw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Graduate University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는 곤충과 미생물 사이에서 나타나는 공생현상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곤충 체내에는 세균, 진균, 단세포성 진핵생물 등 다양한 공생 미생물이 존재하며, 이들은 영양 합성, 소화 보조, 면역 향상 등을 통해 기주 곤충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 중에서 저는 식물의 즙을 빨아먹는 흡즙성 곤충인 깍지벌레를 대상으로, 그 안에서 필수아미노산이나 비타민을 합성해주는 세균성 및 진균성 공생 미생물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유전체학적 및 세포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균은 곤충과 공생을 시작한 이후 점차 특수화되면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많은 유전자를 잃게 됩니다. 예를 들어, 1억 년 이상 곤충과 공생한 고대 공생세균은 유전체가 지속적으로 감퇴하여, 경우에 따라 100~300개의 유전자만을 보유하기도 합니다. 이는 보통 4,000개 이상의 유전자를 가지는 대장균과 비교할 때 매우 적은 수입니다.
이번에 출판한 논문에서는 이러한 고대 공생세균의 지속적인 유전자 감퇴 현상을 다루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곤충의 고대 공생세균은 이미 오랜 기간 기주에 적응하면서 유전체가 상당히 안정화되어 있으며, 추가적인 유전자 감퇴는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연구한 특정 깍지벌레의 고대 공생세균에서는 전체 유전자 250~300개 중 10~27%가 기능을 상실한 위유전자(pseudogene)로 밝혀져, 여전히 급속한 유전체 퇴화가 진행 중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특히 새로운 공생세균의 획득으로 인해 유사한 기능의 유전자들이 중첩되고, DNA 복제 및 복구에 중요한 유전자의 상실로 인해 변이가 축적되면서 기능을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에는 이러한 위유전자(pseudogene)들이 실제로 전사(transcription) 수준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전사체 분석을 통해 확인할 계획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일본 오키나와현 중부에 위치한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Okinaw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Graduate University, OIST)입니다. OIST는 2011년에 개교 이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제적 연구기관으로, 현재 90여 명의 세계적인 석학들이 교수로 재직 중이며, 약 500명의 연구진과 300명의 박사과정 학생들이 함께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모두 전액 장학금 지원을 받고 있으며, 생물학, 화학, 물리학, 수학, 컴퓨터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속해 있는 연구실은 Evolution, Cell Biology & Symbiosis Unit으로, 단세포성 진핵생물부터 다세포성 진핵생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에서 나타나는 원핵생물과의 공생 현상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진핵생물의 기원(Eukaryogenesis)’과 ‘세포소기관의 발생(Organellogenesis)’에 관한 다양한 질문들에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지도교수인 Filip Husnik은 폭넓은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최신 연구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준 높은 연구를 이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수평적인 구조아래 동료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며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지금 연구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OIST는 한국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국제적인 연구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기관입니다. 오키나와는 유명한 휴양지인 만큼 에메랄드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연구와 여가를 조화롭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인턴쉽, 박사과정, 박사후과정 등 다양한 기회가 열려 있으니, 관심 있는 연구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도전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연구 활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루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낍니다. 어린 시절 곤충에 가졌던 작은 관심이 지금의 연구자로서의 저를 있게 해주었습니다. 과거의 부족했던 저를 알기에, 지금의 성장한 제 모습을 돌아볼 때 가장 큰 힘을 얻게 되고, 이는 연구자로서 앞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 거 같습니다. 물론 연구는 끝없는 공부와 도전의 연속이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지치고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이겨냈을 때 얻을 수 있는 달콤한 성취감과 성장의 기쁨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 연구에 있어서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한계에 계속 부딪혀가며, 제가 하는 연구의 깊이와 수준을 더욱 높여가는 방향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창문을 열고 창밖을 바라보라. 어느 생물 하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없다.”는 책 속 문장이 떠오릅니다. 이처럼 공생은 자연계에서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며, 관여하는 생물종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곤충은 100만 종이 넘는 종다양성을 보이며 지구상의 거의 모든 환경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곤충-미생물 간의 공생 양식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곤충 공생미생물 연구는 곤충학과 미생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적 학문으로, 시퀀싱 기술, 현미경 관찰, 생물정보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요구하는 매우 역동적인 분야입니다. 이 연구는 진핵생물과 원핵생물의 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함으로써, 미토콘드리아와 색소체와 같은 세포소기관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요한 기초과학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아울러, 꿀벌과 같은 유익한 곤충의 면역 향상이나, 모기·진딧물과 같은 해충의 방제 등 실용적인 응용 가능성도 매우 큽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이 분야의 연구 기반이 구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만약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일본, 유럽, 미국 등 관련 연구가 활발한 국가로의 박사과정이나 박사후연수를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곤충과 공생미생물은 서로에게 필수적인 존재가 되면 절대적인 공생관계에 이르게 됩니다. 공생세균은 ‘균세포(bacteriocyte)’라 불리는 기주 곤충의 특수화된 세포 안에서 생활하며, 이로 인해 한 세포 내에서 공생균과 기주의 염색체가 함께 공존하게 됩니다. 이러한 조건에서 공생균의 중요한 유전자가 수평 유전자 이동(horizontal gene transfer)을 통해 곤충의 유전체로 전달되기도 합니다. 옮겨진 유전자는 기주에 의해 발현이 조절되며, 생성된 산물은 다시 공생균에 전달되기도 하는데, 이는 세포소기관 형성 과정과 유사한 특징을 보여줍니다. 앞으로 저는 다양한 식물 흡즙성 곤충의 유전체를 분석하여 어떤 유전자가 공생세균으로부터 기주로 옮겨졌는지, 또 그 유전자들이 기주 내에서 어떻게 발현되고 기능하는지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공생미생물이 머무는 공생기관의 기원과 형태적 다양성, 그리고 그 진화적 경로에 대해서도 세포생물학적 방법을 활용해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생물들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며 환경에 적응해 왔는지, 그 결과로 오늘날의 생물다양성이 어떻게 형성해 왔는지를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이번 연구에 함께하신 공저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항상 저를 응원해주시는 가족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지금 한국에서 병마와 싸우고 계신 장모님과 곁에서 정성껏 간병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진심 어린 응원의 메세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힘든 시기 곁에 있어 드리지 못해 마음이 무겁지만, 꼭 건강 회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곤충 공생미생물
#유전체학
#세포생물학
관련 링크
연구자 키워드
관련분야 연구자보기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
해당논문 저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