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MASLD(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는 최근 EASL과 AASLD 등 주요 국제 간학회에서 NAFLD(nonalcoholic fatty liver)를 대체하고자 새롭게 정의한 질환 개념입니다. 단순한 간내 지방 축적을 넘어, 비만,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과 밀접히 연관된 전신 질환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MASLD는 심혈관질환, 만성콩팥병, 심지어 조기사망률 증가와도 유의한 연관성을 보이며, 기존의 ‘간 질환’이라는 틀을 넘어선 대사성 질환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에 일부 약물이 승인되었지만 단순 MASLD나 초기 단계 환자에 대한 치료제는 거의 없는 상황이며, 현재까지는 생활습관 교정과 동반 질환의 조절이 1차 치료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모든 환자에게 효과적인 해법이 되지 못하고 있어, 특히 간 섬유화가 동반된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새로운 치료 접근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저희는 MASLD 환자에게 자주 사용되는 보완요법 중 하나인 Ginkgo biloba(은행잎 추출물)가 생존율과 심혈관, 콩팥 합병증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검토했습니다. UK Biobank의 40만 명 이상 데이터를 분석한 이번 연구는 MASLD 관련 가장 대규모의 분석으로 평가됩니다.
연구 과정에서 주목할 만했던 점은, 건강기능식품으로 알려진 Ginkgo biloba가 실제 MASLD 환자의 전체 사망률과 주요 심혈관 및 만성콩팥병에 대해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춘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남성, 고령자, 비만 또는 당뇨병을 동반한 MASLD 환자에서 보호 효과가 뚜렷했으며, FIB-4 지수가 높은 고위험군에서 그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보충제 복용 여부는 UK Biobank의 데이터 코드를 활용해 분류했고, IPTW 기법을 적용해 그룹 간 차이를 최대한 보정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순천향대학교 소화기내과, 가톨릭대학교 소화기내과,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해부학교실이 협력하여 수행하였습니다. 간 질환 연구에 다양한 경험을 갖고 계신 순천향대학교 소화기내과의 류담 선생님과 가톨릭대학교 소화기내과의 양경모 선생님에게 이번 연구를 계기로 임상적 통찰과 연구 경험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소속된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해부학교실은 시신을 이용한 해부학 연구도 충실히 수행하지만, 이번처럼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연구자들이 팀을 이룬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간 다학제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는 자유로운 학풍 덕분에 큰 연구적 동력을 얻었습니다. 진리는 우리를 자유케 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본 연구를 통해 MASLD가 단순한 지방간이 아니라 생존에도 영향을 미치는 질환임을 널리 알리고, 동시에 이에 대한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보완요법을 제시할 수 있었다는 점을 기쁘게 느꼈습니다.
또한 저는 의과대학 졸업 후에 해부학을 전공한 기초의학 연구자로서 임상 데이터를 다루는 과정이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환자 중심의 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하며, 임상적 관점을 갖춘 기초의학 연구의 가치와 방향성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간 질환 분야의 임상경험과 연구경험을 고루 갖추신 류담 선생님과 양경모 선생님의 도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MASLD는 임상의학과 기초의학 전반에 걸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한 질환입니다. 단일 장기를 넘는 유기적 사고와, 대사질환의 전신적 영향을 입체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시야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근에는 공개형 코호트 데이터(UK Biobank, NHANES 등) 덕분에, 국내에서도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한 글로벌 수준의 연구 기회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에서도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하거나, 독자적인 연구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통계학적 사고, 역학적 해석, 바이오인포매틱스 활용 등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계기로, Ginkgo biloba 외에도 다양한 보완요법이 MASLD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나아가 복합 보완요법(multi-modal adjunct therapy)의 개념을 확대하여 MASLD 환자의 보호 전략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또한 제가 해부학 분야에서 제작해 온 시신 절단면영상(Visible Korean Project)을 바탕으로 MASLD의 병태생리를 3D 해부 이미지로 시각화하여 진단, 교육, 치료 전략 수립에 보다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에서 임상의학 분야와 기초의학 분야가 협력하는 시간이 매우 뜻깊었습니다. 제가 새로운 학문적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신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해부학교실의 양영철 교수님, 최병영 교수님, 조원길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해부학 분야를 시작으로 다방면의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아주대학교 박진서 교수님, 동국대학교 김정요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항상 변함없는 응원으로 제 연구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부모님과 장인어른, 장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곁에서 가장 큰 위로이자 에너지가 되어주는 아내에게 깊은 사랑을 전하며, 하루하루 행복을 선물해주는 저의 딸 이서에게도 아빠로서 진심어린 고마움을 전합니다.
끝으로, 본 연구를 함께 기획하고 이끌어주신 순천향대학교 류담 교수님과 가톨릭대학교 양경모 교수님께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두 분의 학문적인 통찰과 도움이 없었다면 이 연구는 결코 완성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진심으로 존경하며, 앞으로도 두 분께 계속 배움을 이어가며 함께 연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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