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Mercer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1. 연구 분야 소개, 동향, 전망 및 연구 과정 에피소드
현대 의생명과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영역 중 하나가 '노화'입니다. 인간은 포유류 중에서도 수명이 긴 편에 속해 노화를 연구하기에 제한이 많고, 특히 이미 노화가 진행된 개체나 세포를 실험실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하거나 유지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한계 때문에 특정 유전자의 기능 이상으로 나타나는 조로증(premature aging syndrome)이 노화 연구의 유용한 모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조로증은 자연노화 (chronological/natural aging)와 완벽하게 동일하지는 않지만 자연노화에 수반되는 여러가지 특징이나 노화를 일으키는 수많은 요인들 중 특정 원인들을 분리하여 연구하기 용이하다는 데에 매우 큰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대표적인 조로질환 중 하나인 Cockayne Syndrome 환자에게서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신장 질환의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규명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신장세포 내에서 필수 대사물질인 NAD⁺의 생합성 경로가 어떻게 교란되는지, 그리고 이를 우회할 수 있는 NAD⁺ 전구체의 보충이 신장 손상을 막을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NAD⁺ 대사의 불균형이 신장 질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회복시키는 전략이 치료적 잠재력을 가질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발견은 고령층에서 흔히 발생하는 신장 질환의 새로운 치료 접근법으로도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연구기관 소개
현재 저는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Savannah)에 위치한 Mercer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산하 Department of Biomedical Sciences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Mercer University는 조지아 내에 세 곳의 의생명연구시설이 있는 의과대학 캠퍼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빠르게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서배너는 ‘Beauty of the South’라는 별명을 가진 유서깊고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최근에는 현대자동차 공장이 유치되고 새 공항이 건설되는 등 산업적 성장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다 문득 창밖을 보면, 따뜻한 남부의 바람에 하늘거리는 야자나무들이 파란 하늘 아래에서 춤추는 모습을 보며 짧은 휴식을 얻기도 합니다. 그런 여유가 실험실 생활에 소소한 즐거움을 주곤 합니다.



3. 연구를 하며 느낀 점, 자부심과 보람
의과대학에서 미래의 의사들에게 pre-clinical science를 가르치며, 기초 연구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기초 연구의 성과가 직접적으로 환자 치료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임상 연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기초 연구라는 토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지금 당장 보이는 것이 아닐수 있기에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실험실 생활 속에서도, 짧게는 몇 개월 보통은 몇 년간의 노력 끝에 완성된 논문 한 편이 인류 과학문명 및 건강증진에 작지만 확실한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은 큰 보람입니다. 우리의 작은 발견들이 모여 결국은 환자 치료와 인류 건강 증진 및 생명 연장의 길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실험실에서의 하루하루는 결코 헛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4.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생명과학 분야의 대학원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해봤을 겁니다. 그렇게 힘이 들고 어려운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도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사실은 생명과학을 포함한 모든 기초과학 분야에 산재해 있는 큰 문제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같은 고민을 오래 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답은 단순했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는지를 돌아보고, 그랬음에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 옳고, 아직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면 더 열심히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생명과학처럼 긴 시간과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성실함이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덕목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떤 식으로든 길은 그 안에서 분명히 보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니까요.
5. 향후 계획
학부 시절부터 한빛사에 올라오는 여러 연구성과를 보며 ‘과연 나도 저런 연구를 해낼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부러움과 동시에 약간의 소심함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훌륭한 연구를 이끄시는 많은 교수님들과 비교하면 제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이기도 합니다.
지금있는 Mercer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발전잠재력이 아주 큰 학교라 생각하지만, 아직 연구 규모면에서는 R2를 벗어나지 못했고, 탑티어 리서치 스쿨에 비해서는 core facility 나 대학원생 지원 면에서 부족한것이 사실입니다. 간혹 왜 더 열심히 해서 연구여건이 더 나은곳으로 옮겨가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처럼 소규모지만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내가 원하는 만큼,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간간이 나쁘지 않은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며 지내는 삶에도 나름의 재미와 여유, 그리고 보람이 있고, 그렇기에 더 행복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연구실을 꾸려가는 초기 단계이기에 물적, 인적 자원이 많이 부족하지만, 현재 진행중이거나 계획중인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몇가지 있으니 이것을 토대로 풍족하진 않지만 작은 규모의 소소한 연구를 계속할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6. 하고 싶은 이야기
십오년전쯤 혜화동 로터리의 신혼집 앞에서 미국에서 정착하겠다는 뜻을 처음 전했을때 서운해 하시던 어머니의 음성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미국 영주권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을때 자식을 잃은것 같다고 하신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미국은 1%의 영재들이 이끌어간다는 농담을 건냈을때 그게 너일꺼라며 자랑스러워하던 형님의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헤어짐을 앞두고 귀국행 공항에서 손주들을 끌어안으며 눈시울을 붉히시던 장인어른, 장모님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머나먼 이국땅에서 외국인 노동자 신분으로 살아가는 것이 항상 외롭고 때로는 서럽기도 하지만 언제나 저희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같은 하늘아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것만으로도 가슴벅찬 힘이 됩니다.
가끔은 친한 친구같고, 때로는 철천지 원수같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지만 듬직한 사랑둥이 첫째, 목소리만 들어도 설레는 마냥 귀엽고 애기애기한 예술천재 재간둥이 둘째, 그런 이들의 운전기사, 영양사, 개인 비서이자 선생님인 귀염동이 한박사님. 교수는 부잣집 막내가 아니면 하는거 아니라던 사랑스런 그녀의 푸념섞인 우스갯소리에 뼛속 깊은 공감과 미안함을 함께 느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였기에 긴 세월 길을 잃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항상 감사하고,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축복이라 전하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5.06.24
관련분야 연구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