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LS, 일명 루게릭병)은 운동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사멸함에 따라 근육 위축과 마비를 유발하고, 결국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은 3~5년에 불과하며, 현재까지 일부 증상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법은 존재하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어 환자와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ALS의 발병 기전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제한적이고, 환자마다 질병의 진행 속도나 증상이 시작되는 부위 등 임상 양상이 매우 다양하여 치료제 개발에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ALS의 병리학적 특징과 그에 기반한 분자적 메커니즘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ALS에서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SOD1 단백질 응집 (SOD1 protein aggregation) 및 전파 (propagation) 기전입니다. ALS 환자의 사후 부검 결과 많은 환자에서 SOD1 단백질의 비정상적 응집 현상이 관찰됩니다. SOD1 유전자의 변이는 ALS의 대표적인 유전적 원인 중 하나이며, 이러한 변이에 의해 발병하는 ALS는 SOD1 단백질의 응집으로 인해 세포 내 독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동안 SOD1 단백질의 오접힘 및 응집(misfolding/aggregation)에 대한 이해는 진전되어 왔지만, 세포 독성을 유도하는 특정 구조의 형성과 그 분자적 메커니즘은 여전히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또한, TDP-43은 SOD1과 더불어 typical ALS의 대표적 원인 유전자로 실제로 약 97%의 ALS 환자에서 TDP-43의 세포질 축적 및 응집 현상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TDP-43 단백질의 변이는 세포질 내에서의 비정상적인 축적을 초래하며, 이는 정상(wild-type, WT) SOD1의 응집체 형성을 유도해 병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산발성 ALS(Sporadic ALS)의 주요 발병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SOD1 변이 및 TDP-43 변이가 SOD1 단백질 응집을 어떻게 유도하는지를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SOD1 응집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응집 저해제인 PRG-A(Amisodin)를 개발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ALS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과학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SOD1 단백질 응집 및 전파 과정에서 초기 단계에 형성되는 seed 구조인 SOD1 trimer의 형성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자사 피알지에스앤택에서 개발 중인 Amisodin이 SOD1 trimer 구조에 특이적으로 결합하여, 응집체 생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함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ALS 동물모델(SOD1-G93A Tg mouse)을 대상으로 한 in vivo 실험에서, Amisodin을 경구 투여한 결과, 척수 내 SOD1 단백질 응집이 현저히 감소하였으며, 이로 인해 신경세포 보존, 운동 능력 개선, 염증 반응 완화, 수명 연장 등 다양한 병증 개선 효과가 관찰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비임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였으며, 임상 1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가 향후 ALS 치료제 개발의 중요한 기반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피알지에스앤택(PRG S&Tech)은 희귀질환을 타겟으로 한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 기업입니다. 본사는 ‘기초연구에서 임상까지(From bench to bedside)’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부산대학교 박범준 교수(지도교수 및 대표이사)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피알지에스앤택과 부산대학교 종양학 연구실(Lab of Cancer Research, LCR)의 공동 연구로 진행되었습니다.
LCR 연구실은 박범준 교수님 지도하에 ALS의 발병 메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는 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피알지에스앤택은 실제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치료제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피알지에스앤택은 박범준 대표이사님, 김배훈 연구소장님, 김민주 박사님을 중심으로 성인 조로증(Werner Syndrome) 및 소아 조로증(Hutchinson-Gilford Progeria Syndrome)에 대해 임상 2상을, 제2형 신경섬유종증(NF2 Syndrome)에 대해서는 임상 1.5상, ALS 임상1상을 진행 중입니다.
한편, 부산대학교 LCR 연구실은 박범준 교수의 지도 아래 강소미 박사, 박소영 박사를 포함한 15여 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퇴행성 신경질환(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비소세포폐암(NSCLC), 교모세포종(GBM) 등 다양한 희귀질환에 대한 기초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피알지에스앤택과 부산대학교 LCR 연구실은 지속적인 협력과 활발한 학문적 교류를 통해 다양한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심도 깊은 토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희소하고 난해한 질환 분야일지라도,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적 연구 환경은 ALS와 같은 도전적인 질환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아직 많은 훌륭한 연구자들에 비해 경험도 부족하고 뚜렷한 업적도 많지 않지만, 제가 하는 연구가 비록 아주 작은 부분일지라도 학문적 진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LCR 연구실에서 분자생물학을 처음 접했던 초심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성실하고 꾸준한 자세로 성장해 나가는 연구자가 되고자 합니다.
아직 부족한 저에게 끊임없는 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는 피알지에스앤택과,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큰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팀의 노력이 ALS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보람을 느끼며, 앞으로도 의미 있는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부산대학교 LCR 연구실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후, 졸업과 동시에 피알지에스앤택에 입사하였습니다. 박사 후 과정(Postdoc)을 통해 다양한 연구 분야를 경험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확립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이지만, 저는 그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 ‘내가 해온 연구가 실제 사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 'bench to bedside'를 실현할 수 있는 피알지에스앤택에서의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바이오 분야의 연구는 오랜 시간의 노력과 인내를 요구하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와 성취를 반복하게 됩니다. 비록 아직 경험은 부족하지만, 학계와 산업계를 모두 경험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어떤 분야에 가느냐’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명확한 목표와 방향성을 갖고 있다면, 길을 잃지 않고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두려움보다는 도전하는 자세로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연구는 결코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시각과 전문성을 나누고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연구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자세로 연구에 임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까지 연구 결과를 토대로 ALS 발병과 연관성이 높다는 TDP-43유전자에 관심을 두고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Synuclein단백질 응집에 의해 발병하는 파킨슨병, Tau 단백질 응집에 의해 발병하는 알츠하이머 병에 관해서도 발병 기전 및 타겟 치료제 효능 검증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학위 과정부터 현재 바이오 기업 소속 연구원으로 성장하기까지 아낌없는 지도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박범준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단순한 학문적 지식뿐만 아니라, 생물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가르침이 오늘날 제가 연구자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연구실에서 함께 노력하며 많은 시간을 보낸 선배이자, 현재는 중앙대학교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정연상 교수님께도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아직 부족한 저를 믿고 함께해주는 후배들, 특히 큰 힘이 되어주는 강소미 박사와 박소영 박사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고마움을 전합니다.
피알지에스앤택에서 실험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많은 고민을 함께 나눠주신 김배훈 소장님, 그리고 부족한 팀장을 믿고 따라와준 팀원들(한진, 유주, 연선, 무아) 덕분에 오늘의 연구 성과가 가능했습니다.
항상 변함없는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시는 부모님, 장인어른, 장모님을 비롯한 모든 가족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매일 늦은 퇴근으로 걱정을 끼치지만 묵묵히 기다려주는 아내와 아들에게도 미안함과 함께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끝으로, 저희 연구 성과를 소개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BRIC 한빛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러한 자리를 통해 더 많은 분들과 연구 결과를 나눌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ALS
# SOD1
# Neurode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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