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 연구는 뇌의 지질 감지 메커니즘이 식욕 조절과 에너지 대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시상하부의 Agouti-related peptide (AgRP) 뉴런은 강력한 식욕 촉진 기능을 가지며, 에너지 결핍 상태에서 활성화되어 식사 행동을 유도합니다.
최근 몇 년간 영양 감지 신경 회로(nutrient-sensing neural circuits), 특히 지질 신호가 뇌에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고 행동으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질 대사와 뇌 기능 간의 연결고리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저희는 신경 발달 및 재생 억제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알려진 Nogo가 AgRP 뉴런 내에서 Sphingolipids 대사의 조절자로 작용하며, 결과적으로 식욕과 에너지 균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금식 시, Nogo의 발현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세포 내 지질 운반 및 산화 경로가 활성화되는 등, Nogo가 뉴런의 Sphingolipids 대사의 상태를 변화시키며 뉴런의 활동성을 조절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결과였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이 기억에 에피소드로 남습니다. 대개는 그저 ‘오차’나 ‘변수’로 넘기기 쉽지만, 때로는 그런 예기치 않은 결과 속에서 새로운 과학적 통찰이 출현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그런 전환점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처음에 Nogo가 AgRP 뉴런의 구조적 안정성이나 시냅스 기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Nogo는 주로 신경 발달과 축삭 재생 억제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Nogo를 AgRP 뉴런 선택적으로 제거한 마우스에서 식욕이 억제되고 체중이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되었을 때, 연구팀 전체가 적잖이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Nogo의 구조 단백질의 역할로 볼때, 우리가 확인 한 결과는 예상했던 방향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입니다. 재밌는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AgRP 뉴런의 활성이 저하되어 있었고, ghrelin 같은 식욕촉진 호르몬에도 반응이 떨어진 상태였죠. 이 신경 생리학적 변화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신경세포 내 대사 경로 분석을 시도했는데, 이때 발견된 것이 바로 세라마이드의 비정상적인 축적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세라마이드 축적이라는 결과를 단지 ‘부수적 현상’ 정도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반복된 다른 실험에서 동일한 패턴이 일관되게 나타났고,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는 연구의 방향을 크게 틀어, Nogo가 단순한 구조 단백질이 아니라, 지질 대사의 조절자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단서 하나—세라마이드의 축적—는 실험 설계, 분석 방향, 해석의 틀을 완전히 새롭게 짜는 계기이자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점은, 세포 내 지질 조성이 뉴런의 기능을 어떻게 바꾸고, 그것이 행동(식욕)으로 이어지는지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흔히 '기능적 단백질'이라 부르는 분자들이 신경세포의 대사 흐름을 얼마나 정밀하게 조율하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이 경험은 저에게 과학은 정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예외에서 질문을 발견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작고 사소해 보였던 생화학적 변화 하나가, 하나의 가설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아가게 만든 결정적 순간이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Institute of Human Nutrition (IHN)는 컬럼비아대학교 의과대학 소속으로, 인간의 건강과 질병에 있어 영양의 역할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통해 공중보건 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신경과학과 대사질환의 교차점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며, 생물학적 기초 연구부터 전임상 응용까지 폭넓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세계적인 연구 및 교육 기관입니다.
IHN은 기초과학, 임상연구, 공공영양 정책을 아우르는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영양이 인간의 성장, 대사, 면역, 노화, 만성질환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사 질환 (비만,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신경영양학, 그리고 영양 유전체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컬럼비아의 여러 병원 및 연구기관과 긴밀히 협력하여 환자 중심의 영양 중재 연구를 수행하며, NIH, CDC 등 주요 보건기관의 펀딩을 바탕으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연구팀은 뇌의 식욕 조절 기전과 비만 및 당뇨병 등의 대사질환의 병태생리를 이해하고자 하는 목표 아래, 다양한 유전자 조작 모델, 분자생물학적 기법, 그리고 행동 분석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협업 중심의 연구 환경과 우수한 연구 인프라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실험 설계를 가능케 하고, 전세계 유수 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의 기쁨입니다. 실험 결과가 가설과 일치할 때도 있지만, 예상과 다르게 나올 때 오히려 더 창의적인 질문이 생기고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곤 합니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신경 발달 관련 단백질인 Nogo가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세포내에서 지질 대사라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 생물학의 복잡성과 무한한 가능성에 생명에 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연구자로서의 자부심은 단지 논문 발표에 그치지 않고, 이런 기초적인 발견들이 결국에는 비만이나 대사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연결고리를 찾는 일이 연구활동을 하면서 큰 보람으로 다가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신경과학과 대사 생물학은 이제는 단순히 각자의 영역으로 나눌 수 없는 융합 분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진입하시고자 한다면 다학제적 접근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논문을 꾸준히 읽고, 연구 트렌드를 따라가며, 다양한 실험 기법에 열려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의 본질은 결국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끈질기게 답하려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자신의 문제의식을 명확히 하고, 그것을 탐구하려는 의지를 잃지 않는다면 어떤 환경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께는 자신의 연구 관심사와 맞는 연구실을 찾는 것, 그로인해 자신만의 연구동력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향후 연구에서는 AgRP 뉴런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그리고 세라마이드 축적이 전기생리학적 활성과 식욕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할 계획입니다.
또한, 고지방식이에 의해 Rtn4의 발현이 억제되고 세라마이드가 축적되는 기전을 규명하고, 이를 비만 모델에서 조절함으로써 치료적 효과를 검증하는 전임상 연구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저만의 연구실을 갖게 된다면, 궁극적으로는 뇌의 지질 대사 조절 경로를 표적화한 새로운 비만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연구의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는 결국 "질문에서 시작해 질문으로 끝나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신경세포 내에서 Nogo와 지질대사 조절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발견했지만, 이 연구를 통해 많은 질문이 새롭게 생겼고, 그 질문들이 다음 연구의 출발점이 된다는 사실에서, 과학자의 길이 가진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끝으로 본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저의 아내인 윤날애 박사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수많은 난간과, 긴 시간 동안 명확한 결과가 보이지 않을 때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이 오히려 더 깊은 사고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서로에게 치열하게 묻고, 대답하고, 설득시켜 나갔던 시간들이 쌓여 좋은 연구를 진행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자리를 빌어 고생했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도움주신 생물학연구정보센터 관계자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Nogo
#AgRP neuron
#Lipid metabo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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