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면역 시스템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비전공자라 하더라도 외부 항원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때 우리 몸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직접 체험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면역 반응의 중심에는 우리 면역계의 ‘장군’이라 불리는 T세포가 있습니다. T세포는 전장에서 다른 면역세포들의 활동을 조율하며, 외부 침입자에 맞서기 위한 방어 태세를 전략적으로 조정합니다. 이들의 반응은 무하마드 알리의 말처럼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유연함과 정밀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T세포는 한 번 인식한 항원을 기억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이후 동일한 항원이 침입할 경우 빠르고 강력한 반응을 일으킵니다.
한때 면역학 연구는 주로 감염성 병원체에 대한 면역 반응에 초점을 맞추었으나, 최근에는 새로운 사실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전체 면역세포 중 약 70~80%가 장내에 분포하며, 이들이 주로 마주하는 대부분의 항원은 감염성 병원체가 아니라 음식물이나 장내 공생 세균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눈에 띄는 외부의 적보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내부의 항원을 적절히 조절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장내 면역 환경은 항원의 양과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복잡합니다. 음식물과 장내 미생물에서 유래한 수많은 항원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이 ‘용광로’와 같은 환경 속에서, T세포는 무해한 항원에 대해서는 면역 관용을 유지하고, 감염성 병원체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반된 역할을 유연하면서도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이 바로 T세포의 특징이자 핵심 기능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심각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음식물 항원에 대한 면역 관용이 무너지면 음식 알레르기나 복강병과 같은 질환이 유발되며, 장내 공생 세균에 대한 반응이 과도해질 경우 염증성 장질환과 같은 만성 난치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거할 수 없는 내부 항원과의 전쟁은 끝이 없고, 그 피해 또한 막대합니다. 동시에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원체에 대한 대비 역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면역학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T세포의 항원 특이성이 항원의 용광로라 불리는 장내 면역 환경에서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규명하는 기초 연구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장내 면역 환경은 항원의 양과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직접적인 연구는 지금까지 비교적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이에 저희 연구팀은 생쥐의 장내 T세포 수용체(T cell receptor, 이하 TCR)를 자기 항원, 음식물 항원, 그리고 미생물 유래 항원에 따라 분류하는 새로운 연구 체계를 확립하였습니다. 이 연구 방법은 장내 환경에서의 T세포 항원 특이적 반응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거시적으로는 음식물 및 장내 공생 세균에 대한 전체 TCR 반응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으며, 미시적으로는 개별 TCR이 특정 음식물이나 미생물 항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TCR과 장내 공생 세균 간의 네트워크 분석 기법은 T세포와 장내 미생물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규명하는 데 있어 매우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모든 실험적 데이터는 제가 박사 후 연구원 및 Staff Scientist로 일하던 Chyi-Song Hsieh(Division of Rheumatology, School of Medicine,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교수님의 실험실에서 생산해 냈습니다. 운 좋게 작년 9월부로 아주대학교 생명과학과에 임용되었으며, 이곳에서 새로운 곳에 적응하며 프로젝트를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세번째로 제 논문을 한빛사에 소개하게 되어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가 났을 때 느끼는 감정은 잠깐이지요. 그보다는 일상적인 일에서 만족감과 보람을 느끼는 것이 인생이나 연구활동에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하거나 우울하게 보냈던 적이 적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 더딘 걸음이지만 한단계씩 앞으로 나아가며 느꼈던 감질 맛 나는 성취감.. 그리고 어느날 아내와 함께 “새가 세수를 하는 모습”을 보며 마셨던 커피 한잔의 여유가 제게 또 다른 형태의 보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와 제 아내는 집에서는 함께 육아라는 전쟁을 치르며, 실험실에서는 과학이라는 전장을 함께 누빈 전우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지난 6년의 시간 동안,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를 바라볼 때 가장 큰 행복과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T세포 생물학, T세포 항원 수용체, 장내 미생물과 음식물의 상호작용 등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저의 실험실에 오십시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자기 항원, 음식물 항원, 그리고 장내 미생물 유래 항원이 T세포 반응을 어떻게 유도하는지에 관해 계속해서 연구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장내 염증 상황에서 T세포를 자극하는 염증성 항원을 밝혀 세포 치료제 개발을 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열정이 있는 연구원 및 학생 모집을 할 계획입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저에게 이메일 해주세요 (jaeuyi@ajou.ac.kr). 제 실험실에는 딱 세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끝으로, 저의 아내이자 이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정지선 박사님께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제 인생이 그대와 함께 여서 너무 너무 다행입니다.
#장내 면역
# T세포 항원 수용체
# 음식물 및 장내 미생물 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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