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환경독성학은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등장한 응용과학 분야로, 초기에는 고용량 노출에 따른 급성 독성 평가에 중점을 두었으나 최근에는 환경성 노출인자의 저농도 만성 노출이 유기체에 미치는 누적적 전신 영향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생활환경 속 수많은 유해물질들이 장기적으로 신경계, 면역계, 호흡기계, 생식계 등 다양한 생리적 체계에 미치는 만성 독성의 기전 규명이 중요한 연구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2001년 9·11 사태 이후 World Trade Center (WTC) 붕괴 현장에 있었던 구조요원, 복구작업자, 인근 주민, 사무직 종사자 등 노출 집단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건강 영향을 추적하는 WTC Health Program은, 환경독성학이 환경노출역학과 함께 실제 사회 문제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아울러, 가습기 살균제 보건센터에서 수행 중인 독성 연구 역시 국내 환경독성학의 대표적 적용 사례로, 본 학문의 공공적 중요성과 예방 독성학의 필요성을 동시에 환기시킨 계기가 되었습니다.
본 연구는 Methylchloroisothiazolinone(CMIT)과 Methylisothiazolinone(MIT)이 샴푸, 바디워시, 화장품, 세안제, 섬유유연제 등 국내외의 다양한 생활용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생물학적 살균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신경독성 및 통각(nociception) 관련 영향에 대한 독성학적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제브라피쉬(zebrafish) 모델을 활용하여 CMIT/MIT 혼합물이 통각 반응과 신경계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습니다. 기존 연구들이 주로 CMIT/MIT의 피부자극성, 면역 독성에 집중한 데 반해, 본 연구는 통각이라는 정교한 감각신경 반응 체계를 중심으로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환경 독성물질의 신경감각계 유해성에 대한 이해를 보다 정밀하게 확장시켰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은 제가 연구교수로서 매년 임용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기관으로, 국내 의학 교육과 연구를 선도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대안산병원은 2025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이는 고려대학교 안암, 구로, 안산 세 병원이 모두 연구중심병원으로 인증받은 국내 유일의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큽니다. 아울러, 고대안산병원은 임상의(MD)와 연구자(PhD) 간의 긴밀한 소통과 활발한 협업을 통해 학제 간 융합 연구의 모범적 사례를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융합의학교실 및 제브라피쉬 중개의학연구소(PI 최준 교수님) 소속의 김수현 교수님의 감사한 제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소속된 또 하나의 센터인 고대안산병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PI 이주한 연구부원장님)는,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polyhexamethylene guanidine phosphate(PHMG-p)의 폐 발암성을 최초로 규명하여 다수의 논문을 통해 학계에 보고한 바 있습니다. 특히 해당 물질은 독성학 분야를 비롯하여 임상, 역학, 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들과 전문가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2024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모노그래프 발암성 평가 항목 중 우선 검토 권고 물질로 선정되었습니다. 관련 연구의 배경과 과정을 보다 상세히 알고자 하신다면, 저희 센터에서 최근 chemosphere에 게재한 논문(https://doi.org/10.1016/j.chemosphere.2024.143785)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PHMG-p 유발 폐암의 유전자 돌연변이 연구에 큰 도움을 준 선배이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사경하 교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배움은 사고의 폭을 넓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지적 경직성(cognitive rigidity)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지식이 축적되는 만큼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자주 체감합니다. 익숙함은 효율을 높여주지만 때로는 무비판적인 확신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한 한 ‘알고 있음’을 완결이 아닌 질문과 의심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아주 당연한 것에서부터 질문을 품는 태도가 연구자의 사고를 유연하게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선·후배 및 친구 과학자들이 이룬 탁월한 연구성과에만 비추어 보아도, 본 연구가 학문적으로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는 환경성 유해인자에 대한 만성 독성 연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본 연구가 다양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고 피해를 줄이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연구자로서 충분한 보람이라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 분야를 포함해 새로운 길의 초입에서 고민하고, 출발하려 하는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회적 정세와 기술의 변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는 오늘날에는, 몇 년 뒤는커녕 다음 달의 상황조차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기적인 계획 수립보다는 주어진 현 상황에서 진심을 다해 임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이 걸어온 흔적이 곧 자신만의 길이라 생각하고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훌륭한 연구자들을 곁에서 지켜보면 그들 역시도 누구 하나 같은 궤적을 걸은 사람 없이 각자 고유한 방향과 속도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왔습니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며 지금 이 순간을 성실히 살아간다면, 반드시 의미 있는 길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힘들다면 잠시 멈추거나 방향을 바꿔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세상은 보통의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넓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척이나 많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아직 연구되지 않은 생활 속 노출 가능한 물질들의 만성 독성 연구와 건강 영향 분석을 통해 보다 포괄적인 독성 연구를 수행하고자 하는 것이 단기 연구 계획입니다. 장기적인 계획은 별도로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변화무쌍한 환경 속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결정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지면을 빌려, 본 분야에서 평소 저에게 큰 귀감이 되어 주시고 지속적인 격려와 영감을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다양한 연구의 든든한 후원자로서 지지를 보내주시는 고대안산병원 이주한 연구부원장님, 때론 친형처럼 때론 친구처럼 버팀목이 되어주고 본인들이 쌓아온 노하우를 나눠주는 정상훈 박사님과 김재영 교수님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본 연구 이외에도 연구 현장에 늘 유쾌한 활력을 더해주는 김수현 교수님, 그리고 이윤경 박사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박윤희 박사님, 남윤정 박사, 이혜진, 이유선, 최진영, 박수아, 박하얀, 박채원 연구원 분들의 헌신에 늘 감사드립니다. 또한, 환한 미소로 늘 잘 챙겨주시는 영상의학과 김채리 교수님, 연구부를 위해 뜨거운 열정으로 일하시는 제브라피쉬 중개의학연구소장 최준 교수님, 온화한 미소의 박해철 교수님, 오피스 메이트이자 큰 형인 안치범 박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깊이 있는 토론과 든든한 응원이 있는 BOEUN(Bio-Engineering UNification) 포럼의 리더이자 매번 인사이트를 주시는 호흡기내과 김제형 교수님, 내분비내과 김난희 전 부원장님, 영상의학과 이기열 전 부원장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KSTT 학회의 이사장으로서 늘 열정과 헌신으로 학회를 이끌어 주신 류재천 박사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인사를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박사과정 기간 동안 따뜻한 지도를 아끼지 않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연락 드리지 못해 늘 송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김현호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항상 좋은 자극이 되는 벗인 Harvard medical school 강병우 박사, 포항공대 장진우 교수, 삼성서울병원 강단비 교수, University of Oklahoma 신창훈 박사, 애정하는 벗인 삼성서울병원 김종훈 박사, 고려대 이승학 박사, 손성진 박사, 그리고 SAIHST에서 열심히 공부중인 재공이형과 종우형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때, 예상치 못한 통찰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자주 도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재학 중인 성균관대학교 IMBA는 바쁜 직장인과 전문가를 위해 온·오프라인 수업이 결합된 경영학 석사 과정으로, 현재 재학중인 삼성전자 부사장님, SK하이닉스 부사장님을 비롯하여 바이오 및 의·약학 분야의 우수 인재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본 과정에 대한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대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멋진 45기 동기들과 선배 원우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특히, 제약바이오연구회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주시는 Evonik Korea 박승우 형님, 일동제약 유호석 형님, 대웅제약 이지선 누나, 종근당건강 양다예, 싸이토젠 이훈성 형님, 삼성창원병원 최지석, 엔비케이제약 김민오 형님, GC녹십자 최지훈 형님, 서울아산병원 서기은 누나, 마크로젠 신선호 형님, 그리고 임보배와 이승준 형님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애정하는 제약바이오연구회 45기 멤버 코오롱생명과학 나주미 누나, 유구 형님, 이양진 형님, 천서현 누나, 윤혜임 누나에게도 깊은 감사함을 전합니다.
끝으로 늘 변함없는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시는 존경하는 양가 가족과, 사랑하는 아들 영후와 아내 선연이에게 특별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환경독성학(Environmental Toxicology)
#CMIT/MIT(Methylchloroisothiazolinone/Methylisothiazolinone)
#통각(Nocice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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