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전남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폴리카보네이트(Polycarbonate, PC)는 높은 내열성, 기계적 강도, 투명성으로 인해 전자제품, 의료기기, 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고분자 소재입니다. 그러나 PC는 환경에 노출되면 분해되면서 비스페놀 A(Bisphenol A, BPA)를 방출하는데, BPA는 인체 내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하여 내분비계에 교란을 일으키는 xenoestrogen으로 알려져 있어 심각한 생태학적 및 건강상의 위험을 야기하게 됩니다. 현재까지의 기계적 재활용 및 화학적 분해 방법은 유기용매 사용, 미세플라스틱 생성, 높은 에너지 소비 등으로 인한 환경 부담을 가중시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보다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PC 분해 대안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본 연구는 광주 쓰레기 매립장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로부터 PC를 탄소원으로 삼아 성장할 수 있는 Bacillus subtilis JNU01을 찾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이후 B. subtilis JNU01 균주가 PC를 분해하는 데 관여하는 효소를 발굴하기 위해 전사체(transcriptome) 분석을 진행하였습니다. 분석 결과, PC 대사 과정 동안 선택적으로 발현이 증가하는 효소 유전자들을 찾을 수 있었고, PC의 carbonate ester bond를 가수분해하여 monomer인 BPA를 방출하는 BsMPPE (Bacillus subtilis JNU01 metallophosphoesterase)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발견한 BsMPPE는 상온 및 중성 조건에서 불용성 PC polymer를 분해할 수 있는 최초의 효소입니다. BsMPPE와 BPA 대사경로를 결합하여 PC의 재합성과 고부가가치 화합물로의 변환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PC 분해에 관여하는 미생물 효소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유전자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했습니다. 기존의 유전체(genome) 분석은 해당 균주가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려주지만, 실제로 어떤 유전자가 작동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PC 분해 조건 하에서 B. subtilis JNU01의 유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조절되는지를 규명하기 위한 핵심 분석 방법으로, transcriptome 분석을 수행하였습니다. 분석 초기에는, PC의 carbonate ester를 타깃으로 하는 lipase와 esterase 계열의 여러 유전자들이 특이적으로 발현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실제로 분석 결과, 여러 lipase와 esterase 유전자들의 발현 패턴을 비교했지만, 대부분은 뚜렷한 발현 변화가 없고 PC 대사 과정 중 유일하게 MPPE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된 발현량을 보였습니다. 기존에 알려진 PC 분해 기전에서는 MPPE가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결과가 한편으로는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실제로 기능적으로 관련이 있는 유전자일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단순히 발현량의 증가만으로 해당 유전자의 기능을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기능 예측과 함께 도메인 구조 분석을 추가로 수행하였습니다. 분석 결과, 이 MPPE는 membrane-associated domain을 포함하고 있어, 세포 외부의 불용성 PC 기질에 직접 접근하여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효소의 실제 분해 작용이 세포 내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 환경의 기질에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단서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남대학교 염수진 교수님 연구실과 지원석 교수님 연구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중성 수용 조건에서도 효율적으로 PC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 활성을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전남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시스템생물학 연구실에 소속되어 있으며, 박춘구 교수님의 지도 아래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생물학적 질문을 빅데이터 기반의 비교유전체, 전사체, 분자진화 분석을 통해 답을 찾는 생물정보학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omics 분석뿐만 아니라 실험을 병행하고 있으며, 현재 인공지능 모델을 사용하여 단백질의 특징들을 분류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 연구실 홈페이지 : http://www.compsysbio.re.kr/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학위 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다양한 연구 분야를 접하고 여러 분석 방법을 활용해왔지만, 실제로 생물학적 질문을 만들고 이를 논리적으로 정리하여 답을 도출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컴퓨터 기반 분석을 통해 도출한 예측이, 생물학적 실험을 통해 실제로 증명되고, 그 결과가 논문으로 정리되어 학술적으로 공유되는 전 과정을 직접 주도해 본 이번 경험은 제게 매우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세우고, 분석 전략을 설계하여 실험과 연결시키는 일련의 과정은 연구자로서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깊이 체감하게 해주었고, 이를 통해 실제 생명현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에 도전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연구자가 되고자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생물정보학은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생물학적 사고력과, 데이터를 다루고 분석하는 컴퓨터 기술을 모두 갖춰야 생물학적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말고, 항상 “나는 무엇을 밝히려 하는가?“를 고민하며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생물정보학은 분석기술보다도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결국 더 멀리 나아갑니다. 최신 연구 동향과 새로운 방법론을 익히기 위해 꾸준히 논문을 읽고 스스로 사고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끝으로, 생물정보학은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우고, 유연하게 성장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는 PC 외에도 폴리에틸렌(PE)과 같은 탄화수소 기반 플라스틱의 생물학적 분해 연구로 범위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PE는 내구성과 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 생분해가 특히 어려운 소재로 알려져 있어, 이를 타깃으로 한 신규 미생물 및 효소 발굴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기존에 활용한 오믹스 분석 기술에 더해, 인공지능 기반의 분석 기법을 적용하여 효율적이고 정밀한 기능성 후보 탐색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생물학적 생분해 연구와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융합하여,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해결을 위한 차세대 효소 개발과 지속 가능한 플라스틱 순환 기술 구축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항상 아낌없는 지도와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시는 박춘구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공동연구를 통해 실험 및 분석 과정에서 큰 도움을 주신 염수진 교수님 연구실과 지원석 교수님 연구실에도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연구 과정 동안 늘 협력해 주고 함께 고민해 준 우리 실험실 동료들, 그리고 언제나 묵묵히 응원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가족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등록일 20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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