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SK 채널(KCa2)은 중추신경계의 신경세포뿐만 아니라 심장 세포의 흥분성을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채널은 칼슘 이온(Ca²+)과 칼모듈린(calmodulin)이 복합체를 형성함으로써 활성화되며, 칼모듈린 의존적 메커니즘에 의해 개폐가 조절됩니다. KCa2 채널은 KCa2.1, KCa2.2, KCa2.3의 세 가지 아형(subfamily)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KCa2.2 채널은 가장 활발히 연구되어온 아형으로, 저 역시 이 채널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연구 초기에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SK 채널의 전체 구조를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채널의 기능적 특성을 기반으로, 제한된 일부 영역만을 발현시켜 조절물질(modulator)의 결합 부위를 탐색하는 수준의 선행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는 X-선 결정학(X-ray crystallography)을 주로 활용하였고, 이를 통해 여러 모듈레이터들의 결합 부위를 대략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모듈레이터들이 KCa2.2 채널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정밀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 단백질 구조에 대한 정보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당시 저희 실험실은 막단백질(membrane protein)을 대량으로 발현하고, 고순도로 정제하여 구조 분석이 가능한 수준의 샘플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이 부족했습니다. 이로 인해 연구는 반복적인 실패를 겪으며 매우 도전적인 과제가 되었고, 매 단계마다 인내와 끈기가 요구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4년에 걸쳐 한 목표를 향해 꾸준히 연구한 결과, 마침내 구조 해석에 성공하며 본 논문을 발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논문은 KCa2.2 채널의 전체 구조와 함께, 억제제로 알려진 AP14145 및 UCL1684가 채널에 결합한 복합체 구조를 처음으로 보고함으로써, SK 채널 연구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KCa2.2 채널은 KCa3.1 채널에는 존재하지 않는 β-헤어핀(β-hairpin) 형태의 S3-S4 루프(loop)를 pore의 외부에 갖고 있습니다. S3-S4 루프에 대한 돌연변이 실험 결과, 이 부위의 변형이 채널의 전도도(conductance)에 큰 영향을 미치며, 앞서 언급한 억제제들의 결합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KCa2.2의 S3-S4 루프는 KCa2.2 채널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 개발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구조적 요소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Chapman University, School of Pharmacy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중추 신경계의 조절을 담당하는 KCa2.2 채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Ataxia, Zimmermann-Laband 증후군, 심장 부정맥과 같은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약물 개발을 목표로, 가상 스크리닝과 인공지능(AI)/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법을 활용하여 특정 KCa2.2 채널에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물과 뛰어난 효능을 지닌 슈퍼아고니스트(superagonist)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연구는 제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일본 대학원 시절, 같은 연구실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함께한 연구실 동생이 있었습니다. 유학 생활 동안 서로 의지하며 외로움을 달랬고, 힘든 시기에는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 덕분에 저희는 한 사람의 연구자가 되는 연수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졸업 후 각자 미국과 일본에서 연구를 이어가던 중, 10년 만에 다시 만나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처음으로 협업하게 되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번 연구입니다. 그런 만큼 이 작업은 개인적으로도 더욱 뜻깊고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유연한 사고를 갖고, 새로운 환경을 두려워 말고 일단 부딪혀보자!”
이 말은 제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뇌는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누군가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과학은 본질적으로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진짜 연구자라면 낯선 질문을 피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익숙하지 않고 불확실한 환경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데서 진짜 진보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압니다. 전혀 다른 분야로의 전환, 처음 접하는 실험 기술,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른 연구 프로젝트 앞에 서면 누구나 주저하게 됩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괜히 시작했다가 시간만 낭비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죠. 저 역시 여러 번 겪어봤고,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 저는 그냥 일단 한번 부딪혀보자고 다짐했습니다.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고,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와 당황한 적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질문을 던지고, 다시 시도해보며 배웠습니다. 그렇게 반복하면서 조금씩 길이 보였고, 그 과정이 결국 연구의 본질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실 많은 과학적 발견들도 그렇게 시작된 것 아닐까요? 때로는 무모해 보였던 시도, 아무도 가지 않으려 했던 길, 그리고 실패를 무릅쓴 끈질긴 실험들이 모여 과학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도전이 없는 연구는 정체되고, 실패 없는 도전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실패를 피하는 게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거기서 배우고 다시 일어서는 끈기, 그 악바리 근성 아닐까요?
혹시 지금 새로운 연구 주제를 앞두고 고민하고 있거나, 익숙한 분야를 떠나 낯선 실험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있다면, 저처럼 이렇게 말하길 권합니다.
“유연한 사고를 갖고, 새로운 환경을 두려워 말고 일단 부딪혀보자!”
생각보다 길은, 부딪혀야 보일 때가 많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신약 개발은 크게 ① 약물 발굴(Drug Discovery), ② 비임상 연구, ③ 임상 시험, ④ 규제 승인, ⑤ 시판 후 조사 등 다섯 단계로 구분됩니다. 제 연구는 이 중 가장 초기 단계인 Drug Discovery에 해당합니다. 저는 특정 타겟 단백질에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약물을 찾기 위해, 약물 라이브러리(Drug Library)로부터 후보 물질을 스크리닝하고, 구조 기반 재설계를 통해 효능(Potency)이 가장 뛰어난 약물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질환 관련 타겟 단백질은 세포막에 존재하는 막단백질(Membrane Protein)로, 이들을 연구하기 위해 고순도로 발현시키고 정제하는 과정에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따릅니다.
이번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는 기존에 한계로 여겨졌던 막단백질의 발현과 정제, 그리고 Cryo-EM 기반의 구조 분석을 통해 Protein-Drug Interaction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연구 시스템을 저희 연구실에 구축했습니다. 앞으로는 이 시스템을 가상 약물 스크리닝(Virtual Drug Screening)과 결합하여, 다양한 타겟 단백질과 약물 간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보다 정밀하게 규명하는 데 연구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마지막으로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자식을 유학까지 보내어 지식의 무한함을 경험하게 해주시고, 인류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워주신 사랑하는 부모님께 깊은 존경과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립니다.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비워 둔 장남의 자리를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채워준 사랑하는 동생 남애라, 남현우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과 함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를 믿고 낯선 타국 생활을 함께하며 언제나 곁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준 사랑하는 아내 최윤희에게는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깊은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한 사람의 연구자로 성장하기까지, 뒤에서 아낌없는 조언과 따뜻한 격려로 큰 힘이 되어주신 한밭대학교 민병찬 교수님께도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끝으로, 본 논문이 완성되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소중한 조언과 협력을 아끼지 않으신 공동저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Structural biology
# Drug discovery
# KCa2.2 Chan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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