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신경퇴행성 질환은 고령화 사회에서 중요한 보건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특히 근위축성 측삭 경화증(ALS)은 운동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사멸하여 근육 위축과 마비를 초래하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환자들의 평균 생존 기간이 진단 후 3-5년에 불과합니다.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법은 일부 있으나 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치료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질병의 분자 메커니즘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ALS를 포함하여 최근 제시된 전두측두엽 치매(FTLD)의 환자 대부분에서 발견되는 TDP-43 단백질의 병리학적 응집은 이들 질환의 주요 특징 중 하나입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러한 TDP-43 단백질의 응집이 신경세포 퇴행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습니다.
TDP-43 병리적 응집 연구는 주로 사후 조직 관찰이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통한 단백질 응집 유도에 의존해 왔습니다. 이는 두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 신경퇴행성 질환의 초기 단계를 포착하기 어렵고, 둘째, 인위적 스트레스 환경은 실제 질병 상황과 차이가 있어 단백질 응집이 원인인지 결과인지 불분명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희는 optoDroplet 기술을 활용한 optogenetic TDP-43(opto-TDP-43)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청색광에 반응하여 응축되는 Cry2olig 단백질을 TDP-43에 결합시킴으로써 빛으로 TDP-43의 응집을 유도시킬 수 있습니다. 몸이 투명한 예쁜꼬마선충과 이 시스템의 접목은 살아있는 상태에서 TDP-43 응집체 형성과 신경세포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TDP-43 응집에 따른 신경퇴행 및 in vivo 표현형의 병리적 상관관계를 명확히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예쁜꼬마선충에서 광유전학적 TDP-43의 조절은 실제 환자의 병리적 응집체와 유사하게 신경세포의 핵에서 빠져나와 세포질과 신경 돌기에 많은 응집체를 형성하였으며, 이들은 쉽게 분해되지 않는 불용성을 나타냈습니다. 또한, 저희는 TDP-43 응집체가 모든 신경세포에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신경세포 유형, 특히 GABAergic 운동 뉴런에서 더 심각한 신경변성을 유발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세포 특이적 취약성은 ALS나 전두측두엽 변성(FTLD)과 같은 질환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임상 증상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TDP-43 응집체가 단순히 운동 기능뿐만 아니라 먹이 탐색과 같은 복잡한 행동에도 이상을 유발한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이러한 질환들이 보다 광범위한 신경계 회로와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광유전학적 선충 모델은 TDP-43 관련 질환의 병리 기전 규명과 치료법 개발을 위한 혁신적인 연구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약물 스크리닝을 통해 TDP-43 응집 억제 물질을 발굴하고, 대용량 유전적 스크리닝으로 관련 경로와 새로운 치료 표적을 식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한림대학교 생명과학과의 신경재생연구실에서 김경원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수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신경세포의 재생 및 퇴행 기작을 규명하는데 중점을 두고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여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신경퇴행성 질환을 비롯하여 small RNA의 일종인 piRNA를 이용한 신경재생과 다양한 환경유해인자의 신경독성을 연구합니다.
저희 연구실은 개방적인 토론 문화가 잘 정착되어 있습니다. 서로의 실험과 결과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때로는 날카로운 질문과 건설적인 생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연구의 깊이가 더해집니다. 또한 국내외 다른 연구실 및 연구기관과의 협력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어, 다양한 전문성과 기술을 결합한 융합 연구가 가능한 점도 큰 장점입니다.
한림대학교 생명과학과 내에는 저희 연구실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바이옴, 식물유전체, 분자세포단백체, 분자면역, 식물다양성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실이 있어 폭넓은 생명과학 지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과는 모든 연구실들이 참여하는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주최하여 다양한 연구들을 공유합니다. 연구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비판적 토론이 장려되며, 때로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저의 연구의 부족한 점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런 열린 연구 환경이 TDP-43 응집체 연구와 같은 도전적인 주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고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도출해내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질 때입니다. 이번 TDP-43 응집체 연구는 김경원 교수님과 함께 신경퇴행성 질환 관련 문헌을 검토하면서 기존 연구의 한계점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신경퇴행성 질환에서 단백질 응집체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던 중, 예쁜꼬마선충에서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접근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교수님과 연구실 동료들의 피드백을 거쳐 연구 방향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방법론이라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지만, 교수님의 학문적 네트워크를 통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의 기술적 논의와 연구실 구성원들의 협력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광유전학 시스템을 예쁜꼬마선충에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의 실패도 경험했지만, 문제점을 분석하고 끊임없이 개선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했습니다.
가장 큰 자부심은 우리 연구팀의 노력이 TDP-43 관련 신경퇴행성 질환의 이해에 기여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연구 결과가 학계에 공유되어 다른 연구자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쁩니다. 팀의 일원으로 의미 있는 과학적 발견에 참여하고 이를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된 것은 표현하기 어려운 성취감을 줍니다. 앞으로도 이 연구를 함께 발전시켜 TDP-43 관련 질환의 치료법 개발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박사과정생으로써 저의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팀워크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이 연구를 진행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광유전학 시스템을 예쁜꼬마선충에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전에 직면했지만, 교수님과 연구실 구성원 들과의 지식 공유와 상호 지원이 있었기에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실험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마다 함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얻은 새로운 시야들이 결국 연구의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과학 연구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다양한 시각과 전문성을 가진 동료들과의 협업으로 혁신적인 발견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희 연구의 핵심 강점은 TDP-43 단백질 응집을 시간적으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연구들이 주로 사후 조직 분석에 의존했다면, 저희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 단백질 응집의 초기 단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집중하려 합니다. 특히 TDP-43 응집 초기에 어떤 단백체와 유전체 변화가 일어나고, 이것이 어떻게 신경 퇴행으로 이어지는지 규명하고자 합니다.
또한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대규모 유전학적 스크리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TDP-43 응집체 형성을 억제하거나, 응집체가 있더라도 신경 퇴행을 막는 보호 유전자를 찾고자 합니다. 이렇게 발견된 유전자들은 ALS와 FTLD와 같은 TDP-43 관련 질환의 잠재적 치료 표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신경퇴행성 질환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 전략 개발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연구의 모든 과정에서 아낌없는 지도와 조언을 해주신 김경원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교수님의 통찰력 있는 지도와 끊임없는 격려, 그리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는 개방적 학문 환경을 조성해주신 점이 이 연구의 성공에 핵심이었습니다. 연구실의 모든 구성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특히 실험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준 팀원들 덕분에 어려운 과정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OptoDroplet 시스템 최적화에 자문을 주신 서울대학교 신용대 교수님, 그리고 단백체 분석과 결과 해석에 기여해주신 이진환 박사님과 박찬빈 선생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연구 성과를 이렇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신 BRIC 한빛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러한 자리를 통해 연구 결과를 더 많은 분들과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Neurodegenerative disease
#Protein aggregation
#Optogenetic TD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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