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Herpes simplex virus type-1 (HSV1)은 일생 동안 숙주 내에 잠복하며 주기적으로 재활성화되는 DNA 바이러스로, 바이러스성 뇌염의 약 90%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기존 치료제는 잠복감염 상태의 HSV1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현재 HSV1에 대한 예방 백신이 존재하지 효과적인 신규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이 요구됩니다. 일반적으로는 단순 포진과 같은 경미한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HSV1이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의 발병에도 기여할 수 있음이 밝혀지면서, HSV1 관련 신경변성(neurodegeneration)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HSV1이 미세아교세포(microglia) 내 PINK1/Parkin 매개 미토파지(mitophagy)를 저해하고, 이로 인해 미세아교세포 매개 염증 반응이 활성화됨을 확인하였습니다. 더불어, HSV1은 미세아교세포의 표현형을 disease-associated microglia (DAM) 형태로 변화시키고, 대식작용(phagocytosis) 기능에 장애를 유발하여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β, Aβ)의 제거 능력을 저하시킴으로써 그 축적을 촉진함을 확인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본 연구에 사용된 신약 후보 화합물 ALT001은 Rab9A/ULK1 매개 미토파지 활성화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인지 기능 개선 효과가 입증된 바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ALT001이 HSV1 감염으로 억제된 미세아교세포 내 미토파지를 회복시키고, 효과적인 항바이러스 활성을 나타냄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ALT001은 HSV1 감염으로 유도되는 DAM 표현형의 변화를 억제하고, 대식작용을 활성화시켜 아밀로이드 베타의 제거를 촉진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1) 기존 퇴행성신경질환 연구의 주요 타겟이었던 신경세포가 아닌 미세아교세포 모델에서 HSV1 감염에 의한 퇴행성신경질환 조절 기작을 규명하였으며, (2) 미토파지 조절을 통한 HSV1 감염 면역 활성화 및 미세아교세포 기능 개선은 기존 미토파지의 역할 및 중요성을 확장시키는 데에 의의를 가집니다. 더불어, HSV1의 효과적인 신규 치료제 개발이 요구되는 현 상황에서 미토파지 활성 약물 ALT001의 낮은 독성 및 항바이러스효과의 확인은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위한 범용 연계 연구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신옥 교수님의 지도 아래 감염면역 연구실(Infection & Immunity Lab)에서 수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팬데믹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에 대한 기초 연구를 기반으로, 숙주 면역반응, 바이러스의 면역 회피 기전, 면역세포 기능 분석 등을 수행하며, 이를 통해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감염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의 기반이 되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연구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백신 매개 면역반응 평가 등 백신 개발 및 임상 연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윤진호 교수님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로 수행되었습니다. 윤 교수님 연구실은 미토파지에 대한 연구를 통해 퇴행성 신경질환의 발병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치료 전략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본 공동 연구를 통해 저희는 HSV1 감염 관련 신경병리에서의 미세아교세포 및 미토파지 조절 기전을 밝히고, 미토파지 유도 화합물 ALT001의 HSV1 신경감염 제어, 미세아교세포 기능 회복 및 신경변성 완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연구는 애정이 많이 가는 연구였습니다. 마치 대학원에 갓 입학했을 때, 종이로만 보던 실험들을 ‘(엉망인 결과를 보면서) 나도 해봤다!’ 하며 신나했던 그 순수한 기분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 처음 다뤄보는 세포, 낯선 실험들을 ‘나도 해봤다!’하며 오랜만에 설렜고, 제 가설을 하나하나 증명해나가면서 ‘내가 해냈다!’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실험을 통해 배우는 즐거움과 연구의 본질적인 가치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도록 든든히 뒷받침해주시고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마련해주신 지도교수님의 지원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HSV1과 퇴행성 신경질환 발병 기전 사이의 연결고리를 조금이나마 더 분명히 밝힐 수 있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연구 경험 속에서 축적된 모든 작고 큰 발견들이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데 작게 나마 기여해왔다고 믿으며, 제 연구가 또 누군가의 연구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아직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말을 전할 만큼 깊이 있는 배움을 쌓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연구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작은 용기를 드리고자 답변 드립니다. 앞서 많은 연구자들께서 말씀하셨듯, 연구는 인내와 노력이 쌓여야 얻을 수 있는 결실이자, 때로는 실패의 연속임을 절감합니다. 저는 연구가 과학적 발견과 함께 자신을 알아가고 성장시켜가는 여정임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반복되는 좌절의 굴레에서 나는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 사람인지, 무엇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지, 심지어 포기의 순간을 통해 나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등 연구가 주는 희로애락 속에서 저를 잘 알게 되었고 끊임없이 성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구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분명 나라는 세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 분야에 진학하는 것을 주저하고 계시다면, ‘나를 성장시킬 기회’라고 생각하고 접근 해보심을 추천 드립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의 박사 학위가 신경감염 바이러스 HSV1으로 마무리된 만큼 신경과학/신경면역학에 대한 공부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대학원 생활 동안 배운 것들을 박사후연구원 과정에서 한층 더 발전시키고 확장하여, 궁극적으로 퇴행성 신경질환이나 신경면역학을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접근해보고자 합니다. ‘감염’은 예방할 수 있는 외인성 질병 요인 중 하나로 생각됩니다. 신경계 질환의 기전과 감염면역학적 상호작용을 더 깊이 연구하여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신경계질환에 대한 새로운 치료 방법이나 예방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부족했던 저를 오랜 시간 동안 인내심과 열정을 가지고 지도해주신 신옥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교수님을 지도교수님으로 만난 것은 과학자로 성장해가는 여정 속에서 가장 큰 행운이자, 마음 깊이 존경하는 분을 만난 일이었습니다.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최대한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 자리를 빌려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함께 해 주신 동아대학교 윤진호 교수님, 고려대학교 유용진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미토파지와 미세아교세포를 제대로 연구할 수 있도록 많은 인사이트를 나눠 주셨기에 이번 연구가 한층 더 풍성해질 수 있었습니다.
학위 기간동안 유치원생을 가르치듯 차근차근 실험과 연구의 모든 것을 전수해준 선배들, 그리고 함께 고군분투하며 바쁜 와중에도 서로를 돕기 위해 노력해준 후배들 덕분에 이번 연구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하여 현재 연구실 식구인 엔젤 현정, 모트 지수, 막내 주연이에게 항상 고맙고, 무엇보다 함께 였기에 연구실에 오는 게 즐거웠다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늘 한결같이 제 꿈을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신 부모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곁에서 힘이 되어준 부모님, 쌍둥이 오찐찌, 남동생 현떡짱 덕분에 힘들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HSV1
# Mitophagy
# Neurode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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