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논문은 EMM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게재된 연구로 만성 염증성 호흡기 질환에 속하는 만성 부비동염(Chronic Rhinosinusitis, CRS 흔히 ‘축농증’으로 알려진 질환)의 분자적 기전을 분석하였습니다. CRS는 한국, 유럽, 미국 인구의 10% 이상에서 발병하는 흔한 질환으로,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만성 질환 중 하나입니다.
안면골 내부에는 부비동(sinus)이라 불리는 여러 개의 공기 주머니가 존재하며 이는 외부 충격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부비동에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의 병원체(pathogens)가 침입하여 염증 반응을 유발하면 CRS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염증이 만성화될 경우 코막힘, 지속적인 비강 분비물, 안면 압박감, 후각 저하, 기침, 피로감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며 환자의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CRS는 임상적 및 조직학적 특징에 따라 비용종이 없는 형태(CRS without nasal polyps, CRSsNP)와 비용종이 동반된 형태(CRS with nasal polyps, CRSwNP)로 분류됩니다. 이 중 CRSwNP는 비교적 중증도가 높고 재발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속적인 염증 반응과 점막 리모델링이 특징적으로 관찰됩니다.
CRSwNP는 외형상 단일 질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염증 유형과 면역 기전이 상이한 여러 내재형 (endotypes)으로 구성된 이질적인 질환입니다. 대표적으로 호산구성(eosinophilic, ECRSwNP)과 비호산구성(non-eosinophilic, nECRSwNP) 비용종으로 나뉘며 이들은 면역학적 특성 뿐 아니라 치료 반응성과 예후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러한 이질성으로 인해 최근에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Generation Sequencing, NGS)을 활용한 편견 없는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CRSwNP의 병태생리학적 특성을 규명하고 핵심 분자 마커를 발굴하기 위해 scRNA-seq과 bulk RNA-seq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합적인 분석을 수행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피세포 내에서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지질 대사 및 과산화 스트레스 관련 변화가 주목되었고 특히 SLC27A2/FATP2가 CRSwNP의 발병과 관련된 중요한 분자 마커임을 발견하였습니다.
SLC27A2 발현이 높은 상피세포는 지질 과산화 경로 관련 유전자들이 집중적으로 발현되어 있으며 Th2와 ILC2 세포에서 분비되는 IL-4/IL-13 신호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는 특징을 보였습니다. Dupilumab에 의한 IL-4/IL-13 신호 억제는 지질 과산화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감소시키며 SLC27A2의 발현 역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ECRSwNP에서 SLC27A2의 발현은 질병의 중증도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공기-액체 인터페이스 배양 시스템 (Air-liquid interface culture, ALI culture)에서 FATP2 억제를 진행한 결과 IL13RA1과 지질 과산화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 감소가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FATP2의 억제가 CRSwNP에서의 상피 세포 기능 장애 및 염증을 완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결과들은 FATP2-mediated lipid peroxidation이 CRSwNP의 상피 세포 기능 장애와 염증을 유발하는 핵심적인 경로임을 제시하며 이 경로를 타겟으로 한 치료 전략이 CRSwNP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충북대학교 생명과학과 강규호 교수님의 지도 하에 박사과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IPHD (Immune Profiling in Human Diseases) 연구실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본 연구실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인간 질환에서 면역세포와 그 기전을 정밀하게 규명하고자 하는 면역 프로파일링 기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제2형 염증(Type 2 inflammation) 및 섬유화(Fibrosis)와 관련된 질환의 병태생리 및 분자적 메커니즘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김지희 교수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으며 임상 샘플 기반의 통합적인 전사체 분석을 통해 질환의 기전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였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본 논문이 완성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학부 4학년 인턴 시절부터 시작해 석사 2년, 그리고 박사 과정 4년 차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동안 같은 주제를 끊임없이 탐구해 왔고 마침내 그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자라면 누구나 공감 하시겠지만…논문이 완성되기 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초기 가설이 실험 결과와 맞지 않아 전체 스토리를 여러 차례 새롭게 구성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고 수 개월 간 준비했던 실험이 예상치 못한 이유로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한 ATAC-seq 실험이 원하는 데이터를 얻지 못해 사용하지 못하는 데이터가 되었을 때의 좌절감, 타겟 유전자의 IF/IHC 염색이 실패했을 때의 무력감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게다가, 본 논문은 세 차례의 저널에서 리뷰어 리젝을 경험하며 오랜 시간 표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가설을 믿으면서 교수님과 연구실 동료들과 끊임없이 토론하고 리뷰어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수정해 나갔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오히려 연구의 방향성을 더욱 명확히 하고 논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실패와 반복의 시간을 거치며 저는 연구자로서 한층 더 단단해 졌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 경험은 앞으로의 연구 여정에도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 분야에 관심 있는 후배님들이나 유학을 준비하는 분들께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조심스럽게 제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대학원 생활과 연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느낀 점은 능동적인 태도입니다. 지도 교수님이나 연구실 선배의 지시에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논문을 찾아보고 공부하며 자신의 가설을 세워 실험 및 분석을 설계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신의 연구에 진심으로 몰입하고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것이 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일 때라고 느꼈습니다. 억지로 공부할 때보다 필요성을 느끼고 스스로 공부할 때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처럼 연구 역시 수동적으로 접근하면 절대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원이라는 길을 선택했다는 건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 역시 스스로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내 연구는 내가 이끈다'는 마음가짐으로 주도적으로 문제를 설정하고 해결해 나가는 태도야 말로 대학원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계기로 저는 제 2형 염증 (Type 2 inflammation)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어 졌습니다. 앞으로는 저희 연구실의 이름인 IPHD (Immune Profiling in Human Diseases)에 걸맞게, 면역학적 관점에서 특히 대식세포 (Macrophage)를 중심으로 한 제 2형 염증 및 섬유화 (Fibrosis)와의 연관성, 그리고 그 분자적 기전을 보다 정밀하게 규명해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신장내과 양승희 교수님 연구팀과의 협업을 통해, 섬유화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인 만성 콩팥병 (Chronic Kidney Disease, CKD)을 연구하고 있으며, 대식세포를 비롯한 다양한 세포 간의 상호작용과 그 역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CKD에 국한되지 않고, 제2형 염증 및 섬유화가 관여하는 다양한 만성 질환들에서 면역세포들이 수행하는 기능과 병태생리적 역할을 중심으로 폭넓게 연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비록 작은 조각일지라도, 이러한 연구들이 실제 환자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의학적 기여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자리를 빌려, 본 연구가 완성되기까지 함께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긴 시간 동안 아낌없는 지도와 격려로 이끌어 주신 강규호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점도 많았고 고집을 부리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끝까지 믿어주시고 연구자로서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 연구의 시작점이 되어주시고 환자 샘플 확보와 실험에 큰 도움을 주신 서울아산병원 김지희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논문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중요한 코멘트들 전해주신 서울대학교 김혜영 교수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늘 곁에서 함께 연구하며 많은 시간을 공유한 랩 멤버들 채린, 근호 형, 준호, 예빈, 재현 형, 그리고 막내 효정이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14학번부터 지금까지 항상 옆에 곁을 지켜준 내 친구 의정이, 서울대에서 열심히 연구 중인 후배 종훈이, 실험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은 승두(승준) 형, 그리고 긴 대학원 생활 동안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며 흔들릴 때마다 자존감을 지켜준 고등학교 친구들 종연, 동희, 관혁, 승찬, 해식, 창학, 승욱, 승원, 창훈, 효민, 민형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막내 아들 믿어주시고 하고 싶은 공부 마음 껏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전합니다.
#Chronic Rhinosinusitis
# Type 2 inflammation
# Transcriptome analy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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