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감수 분열 중 발생하는 교차(crossover)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상동 염색체를 재조합하여 새로운 조합의 염색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유전적 다양성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종에서는 감수 분열당 1~3회의 교차가 일어납니다. 동식물 육종의 관점에서는 교차 횟수가 많아질수록 유전적으로 다양한 자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교차 수를 늘리는 것은 중요한 목표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교차 횟수를 조절하는 유전자들이 밝혀졌고, 현재는 이러한 유전 인자들을 조작하여 애기장대(Arabidopsis)에서 교차 수를 네 배 이상 증가시키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차가 제한되어 있는 염색체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이질염색질(heterochromatin)로 구성된 동원체주변(pericentromeres)입니다. 이러한 교차 제한 때문에 이질염색질 내의 유용한 유전자를 그 주변의 불필요한 유전자들로부터 분리해 내기는 어렵고 (Linkage drag), 이는 육종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증가시키는 주요한 원인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질염색질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히스톤 변이체 H2A.W가 염색질 응축을 유도하고 교차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또한 H2A.W의 유전자 발현을 줄이거나 제거할 경우, 동원체주변에서의 교차 억제가 일부 해제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해 작물 생산량이 큰 타격을 받는 일이 잦아지면서, 환경 변화에 내성을 지닌 품종 개발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작물들은 유전체 크기가 크고 동원체주변 영역이 넓습니다. 이 연구가 동원체주변의 연관 끌림 현상을 극복하여 작물의 품종 개량과 유전자 재조합 가능성 확대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포항공대 최규하 교수님 연구실 (식물유전체재조합연구실; Lab of Plant Genomic Recombination)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저희 실험실은 교차에 관련된 유전자들을 새로 발굴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분석합니다. 특히 전통적인 분자생물학/세포생물학/생화학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유전체학적인 분석과 실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유전체 연구를 위한 실험과 분석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연구에 전념하실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정직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가 갈수록 더욱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실험 결과를 과장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해석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 당연한 것을 배우기까지가 저는 참 오래 걸렸고, 아직도 실수하며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실험 결과들에 대한 담백한 해석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연구가 진행되고 하나의 합리적인 결론이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연구의 가장 큰 즐거움인 것 같습니다. 또 이렇게 드러난 자연의 합리성이 경이롭다는 생각도 때때로 합니다. 앞으로 어느 자리에 있든, 과학을 한다면 이 마음을 잊지 않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기존 연구들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다른 분야의 지식과 방법을 적용하는 일이 잦아진 만큼 협업이 필수인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꼭 다른 분야가 아니더라도, 같은 실험실 안에서도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동료들이 있습니다. 동료와 다른 연구자들을 존중하고 그들로부터 배우려는 자세를 가진다면, 대학원 생활이 조금은 더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박사 학위를 마치고 영국 Cambridge 대학교의 Ian Henderson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를 이어가게 됐습니다. 교차에 의한 유전체의 변화는 응용적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생물의 다양성과 진화에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Ian 연구실은 식물의 동원체(centromere)가 변해가는 과정을 연구하며, 이러한 변화가 진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탐구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물심양면으로 연구를 지도해주신 최규하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교수님께서 수시로 방향을 잡아주시지 않았다면 이 연구는 아마도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또 함께 고군분투한 연구실 동료들에게도 감사합니다. 덕분에 힘든 날에도 계속해서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 생활 함께한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서로 비슷한 생활을 했기에 할 수 있는 위로들이 큰 힘이 됐고, 그들의 열정과 지적인 호기심은 저에게 큰 자극이 됐습니다.
항상 묵묵히 아들 가는 길 믿고 응원해주시는 부모님과 든든한 동생, 항상 배불리 먹여주시고 사위 기도하러 가장 먼저 새벽 예배에 가시는 장인, 장모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또, 늘 따뜻하게 챙겨주시는 형님 내외분과 귀여운 지/주/동도 빠트릴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힘들 때나 기쁠 때나 항상 제 편에서 힘이 되어준 아내와 딸에게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meiotic recombination
#epigenetics
#ge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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