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 논문에서 소개된 EPSILON (Extracellular Protein Surface Labeling in Neurons)은 시냅스 가소성을 생체 내에서 기록할 수 있는 새로운 분자 도구입니다. 시냅스 가소성은 시냅스가 반복적인 활성에 반응하여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해지거나 약해지는 능력으로, 기억의 형성과 저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메커니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의 이미징 기술은 한정된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시냅스 변화를 관찰하거나, 혹은 시간적 정보 없이 고정된 조직을 통해 넓은 범위의 구조적 연결을 보여주는 데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EPSILON은 서로 다른 두 색상의 HaloTag 염료를 이용해 특정 시간창에 일어난 시냅스 가소성 사건을 고정된 뇌 조직에서 재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로써 시간적 정보와 고해상도 공간 정보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시냅스 지도 작성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EPSILON의 표지 원리를 배양 세포와 생쥐 모델에서 검증하였고, 나아가 이 기술을 활용하여 공포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활성화된 앤그램 세포들의 시냅스 가소성을 기록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기억이 어떻게 세포 및 시냅스 수준에서 저장되는지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번 논문은 EPSILON 기술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논문인 만큼, 앞으로 이 기술이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종류의 기억이 어떤 시냅스 가소성 분포를 나타내는지, 세포 활성화 패턴과 시냅스 가소성 간의 관계는 어떠한지, 나아가 뇌 전체에서 시냅스 가소성 지도를 작성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EPSILON 기술은 Nature Neuroscience 최신호에 소개되었으며, 같은 호에 함께 실린 DELTA(Dye Estimation of the Lifetime of proTeins in the brAin) 기술과 나란히 발표되었습니다. DELTA는 역시 HaloTag 표지를 활용하여 시냅스 단백질들의 수명을 측정하고 지도화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두 기술 모두 같은 분자 원리를 기반으로 개발되었으며, 이를 인지한 시점부터 두 연구실 간의 활발한 소통과 협력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EPSILON과 DELTA가 나란히 소개되는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하버드 대학교 Chemistry and Chemical Biology 학과에서 Adam Cohen 교수님의 지도하에 박사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Cohen Lab은 신경세포의 전기생리적 활동을 시각화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분자 도구를 개발하는 데 특화된 연구실입니다.
이 연구실은 화학, 물리학, 생물학을 융합한 다학제적 접근을 지향하며, 제가 수행한 EPSILON 연구 역시 이러한 철학 속에서 탄생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가진 교수님, 박사후연구원, 대학원생들과 함께 협업하며 신경과학 실험 설계부터 현미경 커스터마이징, 데이터 분석까지 폭넓은 기술과 지식을 배울 수 있었던 매우 훌륭한 연구 환경이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박사과정에 진학해 현재 연구실에 합류하기 전까지 생물학 실험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박사과정을 수행하면서 DNA 클로닝부터 배양 세포 실험, 동물 실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와 종류의 생물학 실험들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워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시행착오도 많았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들이 쌓여 결국은 제가 설계하고 직접 수행한 실험들이 한 편의 논문으로 완성되었을 때 정말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미국에서는 박사과정 학생을 한국보다 더 ‘학생’으로 존중하고 배움의 주체로 바라본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눈앞의 연구 성과보다는, 그 과정을 통해 얼마나 배우고 성장하는지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미국 박사 유학을 준비하시는 분들께는, 단순히 논문이 많이 나오는 연구실인지 여부보다는 지도교수와의 소통이 원활하고, 가까이에서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저의 지도교수님이신 Adam Cohen 교수님은 굉장히 바쁘신 스케줄 속에서도 학생 한 명 한 명의 실험 데이터뿐만 아니라, 학과 내 작은 발표 자료까지도 직접 함께 앉아 검토해주시며 자신의 철학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주시는 분이었습니다.
이러한 밀도 높은 멘토링 덕분에 지난 6년간 저는 단순한 실험 기술뿐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 논리적인 사고, 그리고 발표 역량까지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실을 선택하는 데 있어 이런 부분들이 정말 큰 차이를 만든다고 느꼈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박사과정 동안 저는 EPSILON을 포함한 시냅스 표지 기술들을 연구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향후 개발해보고 싶은 다양한 형태의 시냅스 표지 기술들에 대한 아이디어도 생기게 되었고,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박사 졸업 후에는 단백질 공학(Protein Engineering)을 더 깊이 있게 배우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자리를 빌려, 제가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도움을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항상 끊임없는 지원과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Adam Cohen 교수님 덕분에, 저는 박사과정을 진심으로 행복하고 열정적으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현재 DGIST에 임용되신 박포정 박사님과 Janelia에서 그룹리더로 계신 David Wong-Campos 박사님께도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박사과정 전반에 걸쳐 각각 신경과학과 광학 분야에서 큰 조언과 도움을 주셨고, 이번 논문을 완성하는 데에도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Synaptic plasticity
# AMPA receptor
# molecular reco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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