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제 연구분야는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을 이해하고 돕기 위한 정신질환, 그 중에서도 조현병 연구입니다. 생물학의 과학적 발견 자체도 큰 흥미가 되지만, 무엇보다도 고통 중에 있는 사람을 돕는다는 것이 연구에 큰 동기가 됩니다.
정신질환 연구는, 실험이 사람 샘플에서 진행되었는지, 혹은 사람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재현되는지에 관해 끊임없는 질문을 받습니다. 모델 마우스와 사람과의 차이점들이 점점 밝혀지고 있는 최근 연구 동향으로 볼 때, 앞으로 이 분야는 더욱더 사람 샘플과 연계된 결과들이 요구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의 연구와 밀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집니다.
제 연구는 사람 특이적인 동형 단백질 AS3MTd2d3의 발현이 조현병과 유의미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보고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단백질의 기능을 밝히기 위해 처음에는 모델 마우스를 활용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사람 뇌 오가노이드라는 독특한 모델을 통해 중요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 자체가 사람 샘플과 연계된 연구의 중요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 연구실에서는 진행하지 않았던 오가노이드 실험을 처음부터 셋업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두 달간 KAIST 윤기준 교수님 연구실에 방문해, 줄기세포 유전자 변형과 오가노이드 제작 과정을 직접 배우고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논문 막바지에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기 위해 다른 기관까지 직접 가서 실험을 진행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예상 외로 라인 제작에 어려움이 생기면서, 결국 출장을 한 달 더 연장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혹시 결과가 전혀 나오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스페어로 제작해둔 라인에서 명확한 결과가 도출되었고, 그 기쁨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제가 소속된 생명과학과의 분자신경의학 연구실(MNPSY)은 조현병 연구와 세포소기관 연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연구실입니다. 정신질환 및 세포소기관 연구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연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원하는 연구 방향이 확실히 있다면 충분히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연구실 동료 사이에서도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으므로, 이 분야의 연구에 관심이 있다면 인턴 경험을 통해서 연구실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볼 것을 추천 드립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활동을 하면서 겸손해야 함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제가 실험을 계획하고 기대하는 결과가 있었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마다 어떻게 이 현상을 설명해야 하나 당황하거나 낙담할 때가 많이 있었습니다. 실험 결과가 제 머릿속 계획대로 흘러간 적은 10%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예상 밖의 방향으로 데이터가 흐르는 경우가 훨씬 많았고, 그 과정에서 깊은 고민과 배움이 있었습니다. 또한 반대로, 잘 안될 것 같다고 속단하고 있었던 일들이 예상 외로 잘 풀려서 기뻐하게 될 때도 많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모델 마우스의 single cell RNA sequencing 결과가 설명이 되지 않아 논문을 마무리할 때 잠시 낙담했지만, 실낱 같은 선행 연구들을 다시 돌아보며 더욱 의미 있는 결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의 영역을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경외심을 느끼게 되고, 항상 나를 겸손케 하는 일들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더 느낀 점은,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연구를 해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생명과학은 정말 방대한 분야이고 협업이 없이는 관찰을 다각도로 할 수 없어 이해하는 깊이가 달라집니다. 여러 전문가들과 하나의 그림을 그려가는 협업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과학만을 바라보고 그것이 해결되어 가는 것에 경의로움을 느꼈습니다. 논문의 기반이 되는 여러 선행연구부터 학회에서 지나가며 듣게 되는 아이디어까지, 제 연구가 가능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생각이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연구는 다른 사람들의 연구를 인정하면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면서부터 단단히 세워지는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두가지 강조 드리고 싶은 것은 흥미와 인내심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실험 과학은 내 생각대로, 또는 기존에 이해하던 대로만 펼쳐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일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 많은 대학원생들이 흥미를 잃어버리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것이야 말로 이 분야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이 상황을 낙담할 것인가 즐거워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에는 선행 연구에 대한 논문 공부를 바탕으로 하는 지속적인 즐거움이 중요합니다. 반복되는 실험의 실패와 네거티브 데이터에도 그 연구를 지속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분야에 대한 궁금증과 그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는 선행 연구들을 통해서 흥미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내심을 또 강조하고 싶습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도 그렇고 특히 학위과정을 보내면서 수많은 어려움이 닥칩니다. 마치 항해하는 배가 예상 밖의 폭풍을 만나는 것 같이, 단순히 내 통제 안에 있는 실험만이 학위과정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화재가 나서 관리하던 마우스를 폐기해야 한다 거나, 예상과 다르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논문 퀄리티 개선에 써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이라는 키를 놓지 않고 계속 인내하며 항해하다 보면, 언젠가는 신대륙을 마주하는 '발견의 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되었지만, 사실 근원적인 질문을 온전히 해결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떤 한 유전자의 특별한 케이스에 대한 연구였기에 그러한 경우가 과연 얼마나 생물학적으로 중요한지, 또 어디까지 일반화 할 수 있는 개념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여전히 있습니다. 보다 더 깊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조언을 예전에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이 딱 그 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신질환과 연계될 수 있는 사람 특이적인 뇌발달과 기능에 대한 연구를 깊이 있게 해보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배워왔던 지식들에 더하여 사람 샘플에서는 어떤 더 다양한 변화가 있는지 여러가지 방법으로 분석하고 연구하고 싶습니다. 더욱 복잡하고 결과를 내기 어려운 주제이겠지만, 항상 그렇듯이 과학에서의 어려움이 또 다시 즐거움을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것을 주목하기 나름입니다. 물론 과학에서의 발전도 눈에 보이는 데이터에 바탕을 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연구의 더 큰 발전은 연구자의 상상과 열정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드러난 발견과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논리와 통찰을 바탕으로 상상했던 것을 실제로 밝혀내는 일, 그 발견의 즐거움이 여러분께도 함께하길 바랍니다.
끝으로, 저에게 많은 것을 전폭 지원해주시고 연구의 기초를 쌓게 해주신 지도교수님 박상기 교수님과 여러 어려움을 함께 겪고 앞으로 나아가게 했던 연구실 동료들과 저널클럽 친구들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 특히 아내 세나와 딸 소하, 아들 시하에게 사랑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Schizophrenia
#Neurodevelopment
#Cell f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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