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최근 파킨슨병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신경퇴행성 질환 중 하나로, 노화 외에도 환경 요인이 주요한 위험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대기오염은 파킨슨병 위험을 높이는 새로운 환경적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미세먼지가 후각 신경을 통해 뇌에 직접 도달할 수 있다는 기전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유전적 민감성(genetic susceptibility)과 교통 관련 대기오염(traffic-related air pollution, TRAP)이 파킨슨병 발생 위험에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분석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덴마크에서 각각 수행된 case-control 연구 데이터를 통합해, 총 1,600명의 파킨슨병 환자와 1,778명의 대조군을 분석했습니다. 유전적 위험은 알려진 파킨슨병 관련 유전자 변이를 바탕으로 다유전자 위험 점수(polygenic risk score, PRS)를 계산했고, 대기오염 노출은 연구 참여자의 거주지 정보를 바탕으로 dispersion model을 통해 추정된 일산화탄소(CO) 농도를 사용하여 산출했습니다. 노출 기간은 환자의 경우 진단 전, 대조군의 경우 인터뷰 전부터 시작해 10-15년에 걸친 장기 노출 수준을 반영했습니다.
분석 결과, 유전적 위험이 높거나 교통 관련 대기오염에 장기간 노출된 경우 각각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증가했습니다. 특히 PRS와 대기오염 노출이 모두 높은 집단에서는 파킨슨병 위험이 3배 이상 높아, 두 요인이 함께 작용할 때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상호작용(gene-environment interaction) 하여 파킨슨병 위험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연구는 유럽인을 기반으로 한 GWAS (genome-wide association study)를 바탕으로 PRS를 계산하였기 때문에, 향후에는 다양한 인종을 반영한 PRS 개발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유전체, 전사체, 대사체 등을 포함한 omics 기반 연구 확대와 생물학적 기전 규명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대기오염이 단순히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져, 향후 정책 수립 시 참고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로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연구는 UCLA Fielding School of Public Health에서 환경역학(environmental epidemiology) 분야의 저명한 Beate Ritz 교수님과 함께 진행한 연구입니다. Beate 교수님은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 요인이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 및 임산부와 아동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계십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공중보건(public health)에서 역학자(epidemiologist)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질병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그 내용을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질병 예방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구실 안에서 데이터 분석에 몰두하다 보면, 정작 연구 결과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실감하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이런 점에서, 교통 관련 대기오염과 미세먼지(PM2.5)가 파킨슨병 위험을 높인다는 제 이전 연구가 NBC(미국 방송사) 아침 뉴스에 소개되고, 해당 내용을 주제로 인터뷰 요청을 받아 출연했던 경험은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제 연구가 학술적인 영역을 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대기오염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는 데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번 gene-environment interaction 연구에서는 유전적으로 파킨슨병에 취약한 개인이 대기오염에 특히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대기오염은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치지만, 특정 고위험군에게는 그 영향이 더욱 클 수 있으며, 이러한 연구가 질병 예방이라는 공중보건의 궁극적 목표에 기여하고 사회적 이해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유학이나 이 분야 진학을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너무 빨리 답을 찾으려고 하기 보다 “내가 왜 이 연구를 하고 싶은가”, “무엇에 관심이 가는가”를 꾸준히 생각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이 결국 나만의 길을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본인의 관심과 문제의식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면, 분명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평소 뇌 건강과 omics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앞으로는 대기오염이 신경계질환, 특히 신경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후생유전학 (epigenetics) 관점에서 연구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Stanford University에서 postdoc 과정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omics 데이터를 통합해, 환경 요인이 어린 시기부터 노년기까지 인간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입체적으로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박사과정 동안 Beate 교수님과 함께 연구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언제나 연구에 진심이셨고, 저에게 큰 영감을 주는 분이자 앞으로 제가 닮고 싶은 연구자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또한, 연구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과 연구진께도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참여와 협력이 있었기에 이 연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Air pollution
#Parkinson’s disease
#Gene-environment intera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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